L. A 공항에서 친구를 보내며

유장균(1942-1998)

……<전략>
불빛 하나 망막을 찌르며
아득히 멀어져가는 조국을 보낸다.
조국으로부터 다시 한 번 멀어지면서
나는 깜깜한 밤이 되는가
유성이 되는가 별자리를 찾아
반백의 날개를 흔들며
나는 지금 세계의 어디쯤 가고 있는가

 

 

유장균은 일찍 미국으로 이민을 간 시인이다. 미국이라는 이국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다가, 불행이 57세의 나이에 작고한 시인이다. 미국이라는 이국, 비록 한인 타운에는 많은 한국 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미국은 미국일 뿐이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이민 1세대에게 미국은 결코 조국이 되지를 못한다.
미국을 방문한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이제 공항을 떠나는 그들은 말 그대로 ‘조국’이다. 조국을 만난 듯 그들은 반가웠다. 이러한 그들을 공항에서 보내며, 시인은 ‘깜깜한 밤이 되듯’, 또는 ‘유성이 되듯’, 막막하게 이국의 하늘을 떠도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제는 ‘반백의 날개’를 접고 어느 별자리에 안착했을 시인 유장균. 평안하시라. 평안하시라.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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