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에 있는 미국립보건원 산하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에서 한 관계자가 '신종코로나 백신'이라고 쓰여져 있는 샘플 등을 냉장고에 넣고 있다. (출처: 뉴시스)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에 있는 미국립보건원 산하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에서 한 관계자가 '신종코로나 백신'이라고 쓰여져 있는 샘플 등을 냉장고에 넣고 있다. (출처: 뉴시스)

“국제지도력 아쉬워” WHO에 적극 개입‧중재 주문

미국 2억회분 백신 확보… 영국, 2억 3천만개 확보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미국과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사재기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방역당국이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의 역할을 강조하고 나섰다.

1일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부본부장은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전 세계적인 코로나19의 유행 속에서 일부 선진국을 중심으로 백신 선구매, 보다 직접적으로 표현하자면 소위 ‘사재기 조짐’까지 나타난다는 보도를 보면 국제적인 지도력이 매우 아쉬운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적인 공중보건 위기의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WHO의 적극적인 개입과 중재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권 부본부장은 “100년 만에 맞은 인류사적인 보건 위기 앞에서 감염병을 통제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각국이) 서로 연대해 대응하고 정보를 나누는 한편 백신과 치료제를 공공재로 활용하는 인류애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권 본부장이 ‘사재기’를 언급한 데는 미국과 영국 등이 거액을 들여 다량의 백신을 확보하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16일 시애틀에서 모더나의 백신 주사를 맞고 있는 한 여성의 모습. (출처: 뉴시스)
지난 3월 16일 시애틀에서 모더나의 백신 주사를 맞고 있는 한 여성의 모습. (출처: 뉴시스)

미국은 2조원 넘게 들여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와 영국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개발 중인 백신 1억회분을 확보했다. 앞서 미국은 자국 제약사 화이자에도 백신 1억회분을 주문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보건복지부와 국방부는 사노피와 21억 달러(한화 약 2조 5000억원) 규모의 백신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22일에도 미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19억 5000만 달러(약 2조 3000억원)의 백신 인도 계약을 체결했다.

이외에도 미국 정부는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하는 백신 3억회분을 12억 달러에 미리 확보했고, 미 제약사 노바백스의 백신 개발에는 16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바이오기업 모더나와 존슨앤드존슨에도 4억 8600만 달러, 4억 5600만 달러를 각각 지원했다.

영국 정부는 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 중인 백신 3000만개를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영국 정부는 이와 별개로 프랑스에 본부를 둔 백신 개발 바이오업체인 발네바로부터 백신 6000만개를 공급받는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영국 정부는 옥스퍼드대에서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이 성공할 경우 모두 1억개를 공급받는 내용의 계약을 아스트라제네카와 체결했다. 영국 임피리얼칼리지에서 인체 시험에 들어간 백신이 개발될 경우에도 이를 공급받을 예정이다.

이번 추가 계약으로 영국이 확보한 백신 물량은 2억 3천만개에 이른다.

지난 4월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미생물학자 엘리사 그라나토가 코로나19 시험용 백신을 맞고 있다. 20일 옥스퍼드대는 1단계 임상시험 결과에서 백신 접종자 전원의 체내에서 중화항체와 T세포가 모두 형성됐다고 발표했다. (출처: 뉴시스)
지난 4월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미생물학자 엘리사 그라나토가 코로나19 시험용 백신을 맞고 있다. 20일 옥스퍼드대는 1단계 임상시험 결과에서 백신 접종자 전원의 체내에서 중화항체와 T세포가 모두 형성됐다고 발표했다. (출처: 뉴시스)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감염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국제 실시간 통계사이트인 월드오미터 자료에 따르면 1일 오후 3시 55분(GMT) 기준 전 세계코로나 확진자는 1785만 8865명이다. 사망자는 68만 4897명이다. 전날 신규 확진자는 28만 9149명으로 신규 확진자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권 부본부장은 “최대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은 여전히 참담한 상황이고 유럽의 경우 휴가철을 기점으로 재유행 조짐이 연쇄적으로 몇몇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는 데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평가받았던 동남아시아에서도 지역발생이 증가하고 있다”며 각국 상황을 요약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권 본부장은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우리나라는 대규모 유행을 지금처럼 계속 억제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개발, 또는 확보한 뒤 대규모 접종도 안정적으로 이뤄낼 것"이라며 "또한 생활 속에 방역이 녹아 있는 새로운 일상의 모델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코로나19 대처 노력을) 전 세계에 모범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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