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평론] 국회 운영, 법치냐 정치냐?
[정치평론] 국회 운영, 법치냐 정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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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병 정치평론가

국회 운영에 있어서 법대로가 먼저냐, 아니면 여야 협의가 먼저냐는 것은 해묵은 논쟁이다. 이른바 국회운영에서의 ‘법치’와 ‘정치’ 논쟁이다. 굳이 논쟁이랄 것도 없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법치 없는 정치는 무모하고, 정치 없는 법치는 무익하기 때문이다. 물론 법치보다 정치가 먼저라고 해서 불법을 용인한다든지, 법치가 먼저라고 해서 여야 협의가 불필요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두 가치가 충돌할 때 무엇이 더 먼저인가 하는 점이다.

국회는 민주정치의 본산이다. ‘민의의 전당’으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거기에 대화와 타협이 없다면 그것은 이미 국회가 아니다. 민주정치를 짓밟는 독재의 주구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화와 타협은 민주정치의 본령이다. 국회는 그 성전이다. 그렇다면 국회 운영의 원칙을 놓고 다툴 필요가 없다. 법치는 가장 낮은 단계의 원칙일 뿐 최고의 가치는 역시 정치다. 그것이 민주정치를 가능케 하는 동력이다.

이처럼 법치를 바탕으로 정치라는 높은 단계의 정치행위가 원만하게 작동된다면 두 가치를 놓고 논쟁할 필요가 없다. 아니 논쟁거리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정치의 현실은 그리 간단치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과반의석을 가진 정당은 늘 하는 얘기가 ‘법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반대로 소수 야당은 민주정치를 강조하면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강조한다. 이러한 두 주장이 어떤 신념이나 가치를 놓고 벌이는 논쟁이라면 그나마 괜찮다. 하지만 실상은 다수당과 소수당이 처한 위상에 따라 아전인수식으로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떨 때는 법치, 또 어떨 때는 정치를 말하면서 당리당략적 주장만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국회 상황이 딱 그렇다. 과반의석을 훌쩍 뛰어 넘은 민주당은 법치를 강조한다. 개헌 빼고는 뭐든 다 할 수 있는 거대여당의 힘을 적극 발휘하겠다는 것이다. 법대로 하겠다는 데 달리 토를 달 이유도 없다. 국회 운영위가 29일 전체회의를 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후속 3법’을 의결했다. 통합당은 자리를 떠났다. 같은 날 주택 세입자 보호를 위한 이른바 ‘임대차 3법’도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다. 이번에도 통합당 의원들은 불참했다. 통합당은 야당과의 협의도 없이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국회를 운영하고 있다며 ‘독재정치’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전에도 수 없이 반복했던 소모적 논란이 이번에는 더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하는 것일까. 먼저 민주당은 180석의 거대 여당을 만들어 준 총선 민심을 헤아리지 않을 수 없다. 속도감 있게 개혁입법을 추진하라는 뜻으로 해석할 여지가 크다. 게다가 통합당과는 대화를 해도 뚜렷한 성과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하고 있다. 특히 20대 국회 후반기의 경험이 생생할 것이다. 뭐든 ‘반대’만 하는 통합당과는 사실상 대화나 협상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다. 대화와 협상이 최선이지만 여기에 매달리면 결과적으로 아무런 성과도 만들어 내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얘기다. 집권당으로서 최악의 결과를 맞는 셈이다. 다시는 대화니 협상이니 하면서 협치 프레임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을 것이다. 최선이 어렵다면 최악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차선의 길을 걷는 것이 그나마 낫다는 판단일 것이다. 최근 민주당 독주의 배경이다.

통합당은 민주당 주도의 국회에 협조할 가능성이 낮다. 게다가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국정개혁 성과를 만들어 내는 데도 부정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위기에 처하고 민주당이 망할 때 비로소 통합당의 미래가 보인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거대 여당에 끌려 다니느니 차라리 판을 깨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20대 국회 후반기와 비슷하게 또 ‘반대’ 목소리만 높이면서 대여 비난전에 나서고 있는 배경이다. 통합당이 나빠서가 아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한 협치가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거대 양당체제의 비극이요, 동시에 거대 양당체제의 ‘적대적 공생관계’가 작동되는 방식이다. 다만 통합당이 그 한계를 스스로 뛰어 넘지 못한 채 여전히 낡은 프레임에 매몰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참으로 미래가 불투명한 통합당의 한계다.

다시 국회 운영에서의 법치와 정치의 문제로 돌아가 보자. 통합당이 말하는 협치, 즉 정치는 이미 불가능에 가깝다. 최근 부동산 값이 폭등을 하고 있음에도 통합당은 구체적 대안도 없이 정부와 여당을 비난하고 있다. 다급한 민주당이 관련 법률안을 내놓아도 통합당은 또 반대만 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대안이 없다. 아니 이 판국에 종부세를 오히려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상식 밖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판단일까.

민주당 입장에서는 최선은 이미 불가능하고, 최악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생각일 것이다. 협치가 최선이라면 통합당 반대로 아무것도 못하고 시간만 보내는 것은 최악이다. 그래서 ‘차선’인 민주당 일방통행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가 죽고 법치가 힘을 받는 배경이라 하겠다. 통합당 입장에서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게 ‘독재정치’ 딱지를 붙이면서 판을 깨고 그 반사효과를 챙기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그것 외에는 달리 존재감을 드러낼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역량이 부족하고 인물이 마땅치 않다면 할 수 있는 일도 많지가 않다. 따라서 수준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상대방 실책을 노리는 것도 하나의 전략일 수 있다. 통합당이 처한 초라한 현실과 불안한 미래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통합당의 실체를 제대로 간파한 민주당의 결론은 그래서 간명하다. 법대로 정면돌파 해서 구체적 성과물로 답하겠다는 것이다. 정치가 실종된 이후 법치의 위력을 민주당이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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