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병동이 있는 풍경

이건청(1942 ~ )

미농지같이

가비얇은 가을 햇살이

바스러져 내리는,

저쪽

 

풍금 소리 낮게 퍼지는

예배당 십자가 뒤,

전서구(傳書鳩)도

한 마리 오고 있는,

 

[시평]

호스피스 병동은 슬프다. 이승에서의 마지막 머무는 정거장 같은 곳이기 때문에 그렇다. 움직일 수도 또 무엇도 할 수 없는 말기의 환자가 들어가서는 죽음을 기다리는 병동, 호스피스 병동. 그 병동에 누워 있는 사람을 면회하고 돌아오는 저녁인가 보다. 묵묵히 돌아오다가 문득 호스피스 병동을 바라다본다. 마치 그곳은 이승이 아닌 듯, 아득하니 멀리 바라다보일 뿐이다. 미농지같이, 가비얇은 가을 햇살이 바스러져 내리는, 저쪽. 이승의 마지막을 견디며 누워 있는 그 사람을 생각하면, 무너지듯 내리는 한 줌 가을 햇살이 더욱 애처롭게 보인다.

머지않아서 우리가 사는 이 세상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다른 세상으로 가야하는 사람, 이들을 위하여 어쩌면 종교는 매우 유효한지도 모른다. 종교는 삶과 죽음의 문제를 다루는 분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호스피스 병동을 생각하면, 왠지 오래되고 작은, 그래서 더욱 고풍스럽게 보이는 예배당이 떠오르고, 그 예배당에서는 고아하고 경건한 풍금소리가 슬픈 한 생애를 연주하듯이, 낮게 퍼질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든다.

먼 하늘나라로 돌아가서 그간의 힘듦과 고난 모두 벗어버리고, 안식을 취하라는 전갈을 지닌 전서구(傳書鳩) 한 마리 날아올 듯하다. 태어나고 죽는 것 모두 하늘의 뜻이니, 모든 태어난 자들 다시 왔던 그 자리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순리이니, 너무 슬퍼하거나 안타까워하지 말라고, 저승의 메시지를 지닌 전서구(傳書鳩) 한 마리, 예배당 십자가 뒤로 서서히 날아오고 있다. 저녁 햇살이 안쓰럽게 바스러지고 있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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