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병용 에이블아트 이사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우린 한국판 고흐를 꿈꾼다
“예술 통해 비장애인과 소통”… 장애인예술문화공간 운영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빈센트 반 고흐의 삶은 어땠나요, 명작으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는 그도 정신장애를 앓았던 예술가였잖아요.”

신체·정신적 장애의 고통을 작품에 풀어내 아름다운 예술로 승화시키고 있는 이 시대의 고흐들, 그리고 그들의 작품에 다가가고 싶어 하는 비장애인들의 소통·화합의 공간이 국내에도 있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바로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금곡동에서 수원등불교회 장병용(사진) 목사가 운영하고 있는 장애인예술문화공간 (사)에이블아트센터다. 에이블아트란 장애인이 무능력(disable)하다고 일컬어지는 것에 반해 가능성(able)의 예술을 뜻한다.

에이블아트운동은 1970년대 일본에서 시작된 장애인문화예술운동이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표현활동을 통해 살아가는 존엄을 획득하는 동시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생생하고 감성 넘치는 표현활동을 통해 사회에 새로운 예술관과 가치관을 창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우리나라에서 에이블아트운동의 바람은 장 이사장에 의해 불게 됐다. 장 이사장은 현재 목사이자 협성대 겸임교수다. 바쁠 것도 같은데 한국에서 유래가 없는 큰 규모의 장애인예술문화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의 삶에 한 조각은 ‘장애인’과 관련돼 있겠다 싶었다.

“첫 목회를 할 때 하반신 장애를 가진 한 교우를 알게 됐는데 나이터울이 같아 친구하기로 했죠. 그런데 어느 날 그 친구가 자살을 했어요. ‘장애’ 때문이었죠.”

장 이사장은 “미술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던 친구다. 하지만 그 시절 장애인을 바라보는 편견이 지금보다 더 심했고, 스스로 이겨낼 수 있을 만한 힘도 약했기 때문에 빛을 보지 못한 그의 그림도, 끝까지 고통만 느끼고 갔을 그 친구도 안타까울 뿐이다”고 말을 꺼냈다.

평생 뗄 수 없는 장애라는 꼬리표가 그 친구를 얼마나 괴롭게 했는지는 유서에서도 발견됐다. 장애를 가진 몸을 들킬까 두려워 자신을 찾거든 옷을 입은 채 땅에 묻어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장 이사장은 이 때 그 친구에게, 자신에게, 나아가 세상에 다짐했다고 한다. 죽을 수밖에 없는 생명을 살리는 것을 목회 지표로 삼겠다는 것.

세월이 지나 그가 2달간 유럽여행을 갔을 때 더 구체적인 ‘장애문화예술’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선진국에서 장애인은 차별을 받는 존재가 아니었다.

장 이사장은 “자유롭게 자신의 문화 활동을 펼치는 장애인들을 보면서 ‘그 친구가 이곳에서 태어났으면 목숨을 끊지 않았겠구나’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면서 “이때부터 장애인을 위한 예술공간과 관련된 여러 가지 책을 심도 있게 읽고 파헤쳐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2000년부터는 교인들과 바자회도 했다.

그러던 중에 책을 통해 에이블아트센터의 모태라 할 수 있는 일본의 (재)민들레의 집 하나 아트센터를 알게 됐다. 그 길로 바로 일본에 건너간 그는 (재)민들레의 집 이사장인 하리마 야스오를 만났다.

“하리마 야스오 이사장은 특별히 종교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그도 나도 장애인의 작품에는 때 묻지 않은 강인한 생명력이 있다는 것과 그 작품을 통해 찌들고 병든 세상을 치유할 수 있다는 것에 공감하고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장 이사장은 목회를 하고 있는 만큼 장애인예술문화공간을 짓는 것에 대해 깊게 고민해야 했다. 그러던 중 우리나라에 있는 밀알학교가 최종적인 도움이 돼 그는 마침내 에이블센터를 지난 2005년에 설립하게 됐다.

“밀알학교도 학교형태로 지었지만 복도에서 예배를 드려 교회 역할도 했죠. 지금 이 시대 교회는 건물이라는 개념보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잖아요.”

에이블아트센터는 지하 1·2층과 지상 7층으로 돼 있다. 콘서트 홀로 쓰고 있는 지하 1층은 주일에는 예배를 드리는 공간으로 사용된다. 1층은 어린이 예술도서관과 주차장, 2층은 갤러리 카페와 장애인들이 만든 작품을 전시하거나 판매하는 아트샵, 3층은 센터장실과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는 사무실, 4층은 세미나실과 식당, 5층은 미술스튜디오와 도예·회화실, 6층은 장애인들의 아트 종합 예술작업장과 음악실로 구성돼 있다. 7층은 하늘정원으로 꾸몄다.

장 이사장은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똑같이 봐달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장애라는 ‘차이’가 만들어내는 예술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장애라는 것 자체가 이미 비장애인들과 생각하는 것이나 움직이는 것에서 동선 자체가 다름을 의미하죠.”

장 이사장은 “특히 지적 장애인들이 그림에 담아내는 표현과 상상력은 비장애인들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심오하다”면서 “이 공간이 장애인들에게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발판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지역주민과 하나 되기 위해 한 달에 한 번씩은 하우스 콘서트를 연다. 처음에는 장애인 시설이라는 편견 때문에 지역주민들의 반대도 있었지만 지금은 이 공간을 자랑스러워한다.

마지막으로 장 이사장은 “아트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거리낌 없이 연결될 수 있는 도구”라면서 “장애인들이 살맛나는 세상, 더불어 그 작품으로 비장애인들이 치유 받는 세상, 즉 사람이 사람답게 행복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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