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 눈을 감고 있다.ⓒ천지일보 2019.10.17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동훈 검사장. ⓒ천지일보 2019.10.17

한동훈 휴대전화 유심칩 압수수색 영장 집행 시

한 검사장과 수사팀 정 부장검사 몸싸움 벌여

한동훈 “날 밀치고 올라타 얼굴 눌러” 주장

정진웅 “휴대전화 정보 삭제 정황 보여 제지”

한동훈 1차 입장→정진웅 반박→ 한동훈 재반박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초유의 검사간 몸싸움이 발생했다. 검언유착 의혹에 연루된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과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의 정진웅 부장검사가 물리적으로 충돌했다. 한 검사장은 ‘독직폭행’을, 정 부장검사는 ‘공무집행방해’와 ‘명예훼손’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29일 한 검사장 측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의견을 종합하면 정 부장검사는 수사팀을 이끌고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경기 용인시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사무실을 찾아 한 검사장 휴대전화 유심카드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영장 집행엔 수사팀 검사와 수사관 등이 함께했다.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 읽고 있던 한 검사장은 정 부장검사에게 법에 보장된 변호인 참여를 요청하면서 “휴대전화로 변호인(김종필 변호사)에게 전화를 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정 부장검사는 사용을 허락했고, 한 검사장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들고 비밀번호를 풀려 했다.

문제는 이때부터였다. 한 검사장 측은 “건너편 소파에 있던 정 부장검사가 ‘탁자 너머로 몸을 날리며 한 검사장의 팔과 어깨를 움켜쥐고 한 검사장을 밀어 소파 아래로 넘어지게 했다”며 “이후 한 검사장 위에 올라타 얼굴을 눌렀다”고 주장했다.

한 검사장 측은 정 부장검사의 이 같은 행위가 ‘독직폭행’이라고 주장한다. 독직폭행이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4조의2에 규정된 재판·검찰·경찰 기타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보조하는 자가 직권을 남용해 형사피의자나 기타 사람에 대해 폭행 또는 가혹한 행위를 일컫는다. 이 같은 행위로 사람을 치상하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수사팀은 오히려 한 검사장이 ‘공무집행방해’ 행위를 했다고 주장한다. 한 검사장이 단순히 통화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저장된 정보를 삭제하거나 변경하려는 시도로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었기 때문에 제지하려 했다는 입장이다.

29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이 공개한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 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제공: 서울중앙지검)
29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이 공개한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 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제공: 서울중앙지검)

정 부장검사는 “한 검사장이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있었고, 이에 압수물 삭제 등 문제가 있을 것으로 판단해 ‘이러시면 안 된다’며 휴대전화를 압수하려고 했다”면서 “그러자 한 검사장은 휴대전화 쥔 손을 반대편을 뻗어 휴대전화를 뺏기지 않으려고 했고, 제가 팔을 뻗는 과정에서 중심을 잃으며 한 검사장과 함께 소파와 탁자 사이로 넘어졌다”고 주장했다.

한 검사장 측에서 말하는 탁자 너머로 몸을 날리거나 한 검사장을 밀어 넘어뜨린 사실은 없다는 것이다.

이에 한 검사장 측은 “다른 사람이 아닌 정 부장검사가 변호인과의 통화를 명시적으로 허락했다”며 “모두 지켜보는 상황이었으므로 한 검사장이 무슨 정보를 지울 리도 없다”고 반박했다. 실제 압수수색 집행 현장엔 수사팀 외에도 연수원 직원도 자리해 상황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 부장검사의 입장문 이후 두 번째로 낸 입장문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려면 잠금 해제를 해야 하는데 정 부장검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휴대전화는 압수대상물도 아니다. 유심칩이 대상”이라며 지적했다.

이어 “한 검사장이 뭐든 지우다면 그야말로 구속사유로 활용될 수 있는 구실이 될 텐데, 그런 행동을 하겠냐”고 비판했다.

또 “한 검사장이 정 부장과 수사팀에게 강력히 항의하고 수사팀이 이를 부인하지 못하는 장면, 수사팀에서 상황을 사실상 인정하는 장면, 압수수색에 참여한 수사팀 중 일부가 한 검사장에게 개인적으로 죄송하다는 뜻을 표시하는 장면, 정 부장을 제외한 나머지 수사팀들이 자신들은 정 부장의 행위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장면 등이 녹화돼 있다”고도 했다.

현재 정 부장검사는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정 부장검사는 “한 검사장 변호인 도착 이후 긴장이 풀리며 전신근육통을 느껴 병원을 찾은 결과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 검사장 측은 “거짓 주장을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물리적 방해는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시비는 법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양측 모두 법적 조치를 취할 뜻을 밝혔다.

한 검사장 측은 독직폭행으로 정 부장검사를 고소하고, 정 부장검사는 한 검사장을 무고 및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예정이다. 아울러 수사팀은 한 검사장에게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적용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깡패정권”이라며 “전두환 시절에나 있었던 상황까지 재연돼 ‘막장’을 달리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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