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원재료·완제품 통행세거래 구조. (출처: 뉴시스)
SPC 원재료·완제품 통행세거래 구조.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정인선 기자] SPC그룹이 계열사를 통해 SPC삼립(삼립)에 7년간 부당하게 총 414억의 과다한 이익을 몰아줘 부당지원과 관련한 역대 최대 과징금을 물고 총수와 경영진 등이 검찰에 고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9일 그룹 내 부당지원행위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SPC그룹에 총 64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허영인 회장, 조상호 총괄사장, 황재복 파리크라상 대표와 파리크라상·SPL·BR코리아 등 3개 계열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계열사 거래 단계서 SPC삼립 넣어 통행세거래

공정위에 따르면 SPC는 2013년 9월부터 2018년 7월까지 파리크라상·SPL·BR코리아 등 3개 제빵계열사가 밀다원, 에그팜 등 8개 생산계열사 제품을 구입할 때 중간단계에 삼립을 끼워 넣었다.

삼립은 생산계열사에서 밀가루를 740원에 사서 제빵계열사에 이를 779원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챙겼다. 삼립이 210개 제품에 대해 챙긴 마진율은 연평균 9%였다.

SPC는 삼립이 생산계획을 수립하고 제품의 품질을 관리하는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으나, 공정위는 삼립이 생산계획 수립, 재고관리, 영업 등 중간 유통업체로서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SPC는 삼립을 통한 통행세거래가 부당지원행위 임을 인식했음에도 외부에 발각 가능성이 높은 거래만 표면적으로 거래구조를 변경하는 등 사실상 통행세거래를 지속했다고 공정위는 지적했다.

이런 장기간 통행세거래로 삼립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급격히 증가하고 주가도 상승했지만 제빵계열사의 원재료 가격이 높아져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제품 가격은 높게 유지돼 소비자 후생이 크게 저해됐다.

◆샤니 상표권 삼립에 무상제공에 판매망도 저가양도

SPC 계열사인 샤니는 2011년 4월 상표권을 삼립에 8년간 무상으로 제공하는 계약을 맺었다. 판매망도 정상가인 40억 6000만원보다 낮은 28억 5000만원에 양도했다.

당시 샤니는 양산빵 시장 점유율과 인지도 1위였음에도 불구하고 삼립을 중심으로 판매망 통합이 진행했으며 양도가액을 낮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상표권을 제외하고 거래했다. 이를 통해 삼립에 지원된 금액은 13억원이다.

샤니와의 판매망 통합 이후 삼립은 양산빵 시장에서 점유율 73%의 1위 사업자가 됐고 영업성과 개선에 따른 주가상승 등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 반면 샤니는 0.5%의 낮은 영업이익률로 삼립에 빵을 공급하는 제조공장 역할을 하게 됐다.

SPC는 2012년 12월 계열사인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정상가격인 주당 404원보다 현저히 낮은 주당 255원에 삼립에 양도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삼립에 총 20억원을 지원했다.

삼립이 밀다원 주식을 100% 보유하면 밀다원이 삼립에 판매한 밀가루 매출이 일감 몰아주기 과세대상에서 제외돼 증여세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삼립에 밀다원 지분 전체를 이전한 것이다.

밀다원의 생산량과 주가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싼 가격으로 삼립에 주식을 넘기면서 파리크라상은 76억원, 샤니는 37억원의 매각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경영권 승계 위한 부당지원… SPC그룹 “과도한 처분”

공정위는 SPC가 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인 삼립의 주가를 높인 후 총수 2세들이 보유한 삼립 주식을 파리크라상에 현물출자하거나 주식으로 바꾸려는 목적으로 부당지원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총수 일가가 지분을 100% 가진 지주회사격인 파리크라상의 2세 지분을 늘리면 총수 일가 지배력 유지와 경영권 승계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SPC 계열사들의 이익 몰아주기로 2010년 2693억원이던 삼립의 매출액은 2017년 1조 101억원으로 급상승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64억원에서 287억원으로 늘었다. 2011년 초반 1만원대였던 삼립 주식은 2015년 8월 41만 1500원까지 폭등했다.

삼립이 계열사간 재료·제품 거래의 중간단계 역할을 하면서 계란, 잼 등 원재료를 파는 중소기업의 시장 진입이 어려워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SPC그룹 관계자는 “샤니 판매망과 밀다원 지분 양도는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 적법 여부를 판단한 뒤 객관적으로 이뤄졌고 계열사 간 거래 역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수직계열화 전략”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삼립은 총수 일가 지분율이 낮고 상장회사로 승계수단이 될 수 없다”며 “총수가 의사결정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는 것을 충분히 소명했으나 과도한 처분이 이뤄져 안타깝다. 향후 의결서를 면밀히 검토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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