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센스컴퍼니 이끌며 ‘헌혈증 기부’ 등 이웃 나눔 실천
환자 어린이, 유쾌한 공연에 마음 ‘활짝’
어릴 때 받은 사랑이 ‘나눔의 정신’ 키워
박 대표는 헌혈증을 가져오는 관람객에게는 공연 티켓값의 절반을 깎아준다. 한 달이면 200장 이상 모일 정도로 반응이 좋다. 이렇게 3개월 치를 모아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 기증하는데, 지금까지 전달한 헌혈증만 해도 1000장이 넘는다. 환자에게 헌혈증이 있으면 수혈 시 일정 부분 할인 혜택을 받는다고 한다.
소아암협회와 수호천사기업 협약을 맺은 박 대표는 환아와 그 가족을 공연관람에도 초청하고 있다. 무대로부터 전해지는 유쾌한 웃음은 이들의 마음을 활짝 여는 마술을 부린다. “목포 지방공연을 갔는데 눈이 너무 와서 환아들이 안 올까 걱정했었어요. 눈을 헤치고 오셨는데 표정이 좀 어두웠어요. 그런데 공연을 보고 나오실 때는 표정이 밝아지시는 거예요. 공연 후기도 작성하셨더라고요.”
요즘 박 대표에게는 ‘머리카락 모으기’라는 또 하나의 봉사거리가 생겼다. “저도 머리카락 하나씩 빠진 것을 모아 가발을 만들어 줄 수 있다고 해서 모으고 있어요. 금방 모아지더라고요.” 소아암협회에 감사패를 받으러 갔다가 머리카락이 긴 남자들을 본 것이 계기였다. 환아들에게 가발을 만들어 주려고 스스로 불편도 감수하는 그들의 모습이 박 대표의 마음에 감동을 줬던 것.
밥상공동체에 공연석 100석을 기부하기도 했던 박 대표는 중·고·대학교 등에서 단체관람을 오면 한 반에 2석 정도는 무료로 주고 있다. “한 반에 한두 명씩은 꼭 어려운 애들이 있더라고요. 서류를 떼 오라고 하면 자존심 상해 할 것 같아 한 반에 무조건 2장씩은 줘요.” 이런 단체관람이 한 달이면 2~3번은 된다고 한다.
최근엔 폐휴대폰도 모으는 중이다. 집에서 남는 휴대폰 3개를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던 중 서울시에서 폐휴대폰을 수거한다는 걸 알게 됐다. “폐휴대폰을 버리면 공해가 된다는 건 다 알지만 어디에 주거나 버려야 하는지 모르잖아요.” 그는 폐휴대폰을 가지고 오는 관객에게는 40%의 할인혜택을 준다. 모인 폐휴대폰은 행사기간이 끝난 뒤 서울시에 기증할 예정이다.
◆“저도 받았으니까 베풀어야죠”
20년 전 박 대표는 부모님과 떨어져 할머니와 함께 시골에서 살았다. 넉넉지 못한 가정형편에 학교로부터 수업료 면제를 받아야 했다. 우유도 무료로 받아먹었다. 보통 사람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일 수 있지만 그는 생각이 조금 달랐다. “제가 받은 사랑을 나눠주고 싶어 열심히 살았죠.” 어린 시절에 받았던 작은 사랑은 이웃에 대한 고마움과 ‘나눔의 정신’을 싹트게 한 원동력이었다.
박 대표의 진심이 투영됐기 때문일까. 뮤지컬 공연은 장애인들의 마음도 움직였다. “공연 전 예약하실 때 물어보면 사진 촬영 안 하신다고 하시고 끝나고는 사진 찍어달라고 하실 때가 많아요” 심지어 어떤 장애인은 에너지 보충에 쓰라며 분장실에 초콜릿을 넣어 주기도 했다는 것이다.
◆넌센스컴퍼니와의 만남
박 대표와 넌센스컴퍼니와의 만남은 대학 시절 한 할머니와의 인연으로부터 시작됐다. “친구들끼리 독거노인 봉사활동을 했었어요. 그때 할머니께서 캣츠, 넌센스, 잼보리 등 여러 뮤지컬 티켓을 주셨어요.” 이때 박 대표는 뮤지컬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 한번은 아씨 악극이란 공연에 함께 갔는데, 그때 할머니가 자기 아들이라면서 소개해준 사람이 바로 ‘넌센스’ 제작자인 고 조민 전 대표였다. 당시 뮤지컬컴퍼니 대중을 이끌던 조 전 대표는 2년 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박 대표는 상호를 바꿔 넌센스컴퍼니를 출범시켰다.
조 전 대표와 이별한 뒤 많은 시련이 닥쳐왔다. 홀로 넌센스컴퍼니를 이끌어가는 것도 어려운 일이거니와 넌센스 공연을 둘러싼 ‘라이센스 전쟁’이 붙어 한바탕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타 극단의 넌센스 20주년 타이틀 도용 문제도 그를 괴롭혔다. 박 대표는 넌센스 시리즈 중 하나인 ‘넌센세이션’의 경우 초연인데도 불구하고 타 극단에서 20주년 타이틀을 먼저 사용하는 바람에 공연 홍보에 어려움이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닥쳐오더라도 ‘공연의 질’과 ‘이웃 나눔’ 만큼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게 박 대표의 지론이다. 그의 이 같은 바람이 넌센스 20주년 기념 공연과 함께 더욱 힘찬 날개를 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