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넌센스컴퍼니 박원정 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넌센스컴퍼니 이끌며 ‘헌혈증 기부’ 등 이웃 나눔 실천
환자 어린이, 유쾌한 공연에 마음 ‘활짝’
어릴 때 받은 사랑이 ‘나눔의 정신’ 키워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코믹한 표정을 짓고 있는 수녀 5명이 눈에 들어왔다. 뮤지컬 코미디 ‘넌센스’ 20주년 공연을 알리는 포스터였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있는 사무실에 들어서자 공연 연습이 한창이다. 이곳을 찾은 것은 넌센스컴퍼니 박원정(32) 대표가 이웃 나눔에 앞장서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

박 대표는 헌혈증을 가져오는 관람객에게는 공연 티켓값의 절반을 깎아준다. 한 달이면 200장 이상 모일 정도로 반응이 좋다. 이렇게 3개월 치를 모아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에 기증하는데, 지금까지 전달한 헌혈증만 해도 1000장이 넘는다. 환자에게 헌혈증이 있으면 수혈 시 일정 부분 할인 혜택을 받는다고 한다.

소아암협회와 수호천사기업 협약을 맺은 박 대표는 환아와 그 가족을 공연관람에도 초청하고 있다. 무대로부터 전해지는 유쾌한 웃음은 이들의 마음을 활짝 여는 마술을 부린다. “목포 지방공연을 갔는데 눈이 너무 와서 환아들이 안 올까 걱정했었어요. 눈을 헤치고 오셨는데 표정이 좀 어두웠어요. 그런데 공연을 보고 나오실 때는 표정이 밝아지시는 거예요. 공연 후기도 작성하셨더라고요.”

요즘 박 대표에게는 ‘머리카락 모으기’라는 또 하나의 봉사거리가 생겼다. “저도 머리카락 하나씩 빠진 것을 모아 가발을 만들어 줄 수 있다고 해서 모으고 있어요. 금방 모아지더라고요.” 소아암협회에 감사패를 받으러 갔다가 머리카락이 긴 남자들을 본 것이 계기였다. 환아들에게 가발을 만들어 주려고 스스로 불편도 감수하는 그들의 모습이 박 대표의 마음에 감동을 줬던 것.

밥상공동체에 공연석 100석을 기부하기도 했던 박 대표는 중·고·대학교 등에서 단체관람을 오면 한 반에 2석 정도는 무료로 주고 있다. “한 반에 한두 명씩은 꼭 어려운 애들이 있더라고요. 서류를 떼 오라고 하면 자존심 상해 할 것 같아 한 반에 무조건 2장씩은 줘요.” 이런 단체관람이 한 달이면 2~3번은 된다고 한다.

최근엔 폐휴대폰도 모으는 중이다. 집에서 남는 휴대폰 3개를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던 중 서울시에서 폐휴대폰을 수거한다는 걸 알게 됐다. “폐휴대폰을 버리면 공해가 된다는 건 다 알지만 어디에 주거나 버려야 하는지 모르잖아요.” 그는 폐휴대폰을 가지고 오는 관객에게는 40%의 할인혜택을 준다. 모인 폐휴대폰은 행사기간이 끝난 뒤 서울시에 기증할 예정이다.

◆“저도 받았으니까 베풀어야죠”

20년 전 박 대표는 부모님과 떨어져 할머니와 함께 시골에서 살았다. 넉넉지 못한 가정형편에 학교로부터 수업료 면제를 받아야 했다. 우유도 무료로 받아먹었다. 보통 사람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일 수 있지만 그는 생각이 조금 달랐다. “제가 받은 사랑을 나눠주고 싶어 열심히 살았죠.” 어린 시절에 받았던 작은 사랑은 이웃에 대한 고마움과 ‘나눔의 정신’을 싹트게 한 원동력이었다.

박 대표의 진심이 투영됐기 때문일까. 뮤지컬 공연은 장애인들의 마음도 움직였다. “공연 전 예약하실 때 물어보면 사진 촬영 안 하신다고 하시고 끝나고는 사진 찍어달라고 하실 때가 많아요” 심지어 어떤 장애인은 에너지 보충에 쓰라며 분장실에 초콜릿을 넣어 주기도 했다는 것이다.

◆넌센스컴퍼니와의 만남

박 대표와 넌센스컴퍼니와의 만남은 대학 시절 한 할머니와의 인연으로부터 시작됐다. “친구들끼리 독거노인 봉사활동을 했었어요. 그때 할머니께서 캣츠, 넌센스, 잼보리 등 여러 뮤지컬 티켓을 주셨어요.” 이때 박 대표는 뮤지컬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 한번은 아씨 악극이란 공연에 함께 갔는데, 그때 할머니가 자기 아들이라면서 소개해준 사람이 바로 ‘넌센스’ 제작자인 고 조민 전 대표였다. 당시 뮤지컬컴퍼니 대중을 이끌던 조 전 대표는 2년 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박 대표는 상호를 바꿔 넌센스컴퍼니를 출범시켰다.

조 전 대표와 이별한 뒤 많은 시련이 닥쳐왔다. 홀로 넌센스컴퍼니를 이끌어가는 것도 어려운 일이거니와 넌센스 공연을 둘러싼 ‘라이센스 전쟁’이 붙어 한바탕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타 극단의 넌센스 20주년 타이틀 도용 문제도 그를 괴롭혔다. 박 대표는 넌센스 시리즈 중 하나인 ‘넌센세이션’의 경우 초연인데도 불구하고 타 극단에서 20주년 타이틀을 먼저 사용하는 바람에 공연 홍보에 어려움이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 닥쳐오더라도 ‘공연의 질’과 ‘이웃 나눔’ 만큼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게 박 대표의 지론이다. 그의 이 같은 바람이 넌센스 20주년 기념 공연과 함께 더욱 힘찬 날개를 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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