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임시정부 청사 앞에서 임정요인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의 숨은 주역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나라를 잃은 1910년 경술국치 이후 우리나라는 일제치하의 압제를 벗어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목숨을 아끼지 않는 항일운동과 독립운동이 들불처럼 일기 시작한다.

온 국민이 거국적 독립운동인 3.1운동에 동참하며 우리나라가 자주독립국가임을 만천하에 선포한다. 한민족은 3.1운동 이후 일본에 조직적으로 항거하기 위해 1919년 4월 11일 임시의정원을 구성했다. 각도 대의원 29명이 모여 임시헌장 10개조를 채택, 이역만리 중국 땅에서 4월 13일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수립하게 된다.

◆‘대한민국임시정부’ 기초 닦고 초석 놓은 종교인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목숨을 초개같이 버린 독립투사들의 중심이 된 대한민국임시정부(임정)의 인물들은 대부분 종교인이었다. 종교단체들은 독립운동이 국내외적으로 확산되게 하는 매개 역할을 감당하기도 했다.

이는 조선말 을사늑약으로 일제에 국권을 강탈당하자 ‘무형의 자강’ 논리에 입각한 종교입국론이 지식인층 사이에 널리 확산되기 시작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종교입국론은 중세적 사회통합 이념이다. 수명을 다한 유교를 대신해 민족국가 차원의 새로운 종교운동을 일으킴으로써 국민통합과 국운융성의 구심점을 마련하자는 논리였다.

일제치하에서 대표적으로 독립운동을 펼쳐나간 종교단체는 대종교와 천도교, 기독교, 불교 등이다. 독립운동의 대부로 알려진 이는 대종교 중광 교조 홍암 나철 대종사다. 나철 대종사를 정신적 지주로 따르던 대종교인들은 1914년 대종교 총본사를 만주 화룡현 청파호로 옮기고 서일, 박찬익 등 교인들이 청일학교를 세워 민족교육을 시작한다. 또한 신흥강습소(신흥무관학교), 동창학교, 대흥학교, 박달학원, 대종학원, 발해학교 등을 설립해 민족교육과 독립군 양성에 힘썼다.

대종교인은 1919년 제1회 임시정부 의정원 의원 29명 중 21명을 차지하며 상해 임정시절을 이끌었다. 독립운동에 뛰어든 가운데 대종교인으로는 3대 도사교 윤세복 선생을 비롯한 주시경, 민필호, 신채호, 김좌진, 주시경, 안재홍, 이시영, 이회영, 조성환, 조소앙, 조완구, 차이석 등이 독립운동가로 항일무장투쟁과 임정 요인(要人)으로 동참했다.

특히 임시정부 자금의 60%를 조달한 안희제 선생도 대종교인이다. 윤세복 선생과 안희제 선생이 만든 발해농장은 쌀 3000 가마를 수확할 수 있는 규모였다. 헤이그 특사 이상설, 임시정부 주석 이동녕, 만주 무장항쟁을 이끈 서일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인물들이 대종교의 최고 책임자였다.

개신교인 중에서 임정 요인은 대개 서북지방의 장로교인이 많았다. 임정 마지막 주석인 백범 김구 선생을 비롯한 여운형, 여운홍, 조동호, 이원익, 선우혁, 김철, 김태연, 윤응삼 등이 중책을 맡아 독립운동을 펼치면서 마지막 임정을 이끌어 나가기도 했다.

김구 선생은 청년시절 한때 승려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후 기독교에 귀의해 교육·계몽운동에 참여하면서 옥고를 치르기도 한다.

그는 1919년 상하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참여, 의정원 의원, 경무국장 등을 지냈다. 또한 한인애국단을 조직해 이봉창의 동경 의거, 윤봉길의 훙커우 의거 등을 지휘했다. 이후 임정에서 중책을 맡아오다 1940년 3월~1947년 3월 3일까지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위원회 주석을 지냈다. 이 밖의 종교인은 천도교 남형우, 천주교 안공근 안정근, 불교 김홍조, 송세호, 이종옥 등이 있다.

양종 (재)대종교유지재단 이사장 직무대행은 “일제치하에서 독립운동에 선봉에 섰던 이들 중 많은 이가 종교인이었다”며 “이들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초개같이 버리고 평생을 바쳐 나라의 주권을 되찾는 데 혼신을 다했다. 이를 통해 나라의 기초를 닦는 초석을 놓았다”고 평가했다.

박남수 한국종교연합 대표는 “구한말 지식인층 특히 종교인들은 나라 잃은 아픔을 그 누구보다 고통스러워했다”며 “또한 일제의 혹독한 탄압에도 민족정신이 퇴색하지 않고 살아있기에 종교 간 하나 될 수 있었다. 이 시대를 사는 종교인들 또한 배타주의를 버리고 선열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새로운 광명을 되찾기 위한 종교 간 화해를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대한민국임시정부 청사.

◆종교계 갈등 접고 나라 위해 지혜·힘 모아야
대한민국임시정부 의미는 임정 수립 이후 27년간 일제의 감시와 핍박 속에서도 항일운동과 무장 독립투쟁을 벌이는 등 광복을 위해 헌신하며 독립운동사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는 데는 그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민족의 대통합을 이루지는 못해 아쉬움은 남지만, 임정은 우리 역사에서 민주공화제를 정착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전제군주제(대한제국)에서 민주공화제(임시정부)로 민족사의 대전환이 이루어졌으며 우리나라에 민주공화제가 뿌리 내리는 데 초석을 다졌다고 할 것이다.

오늘날 국회와도 같은 기능을 갖춘 ‘임시의정원과 정당체제’는 현 체제의 뿌리라고 봐도 무방하다. 또 중경 임정 시절 결성한 ‘대한 광복군’은 국군의 모체가 되어 자주국방의 시초가 됐다.

이 같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자주독립 정신을 계승·발전하고 민족정기와 독립사상, 평화통일과 올바른 역사관을 재정립하는 데 이바지하고자 지난 2004년 9월 (사)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가 창립됐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기념사업회는 임시정부의 인물 유적 유물 등을 조사 정리하고 수집 편찬 배포 홍보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또한 임정 활동에 대한 남·북 공동 조사연구와 독립운동사 관련 학술발표회 강연회 토론회 등의 학술사업을 벌이고 있다.

기념사업회 김자동 회장은 “임정은 27년 동안이나 국권회복을 위해 싸운 망명정부이자, 일제강점기 한민족의 대표기관이었다”며 “임정시절 기간의 투쟁과 활동한 모든 사료와 자료를 모으고 한국과 중국, 미국 등 여러 곳에 펼쳤던 독립운동사를 재조명해 그 정신을 자손만대에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정기념사업회가 국민의 역사교육과 민족정기의 산실이 되도록 정부와 사회단체 그리고 종교계도 힘을 합쳐 달라“고 당부했다.

임운길 천도교 교령은 “3.1독립정신을 이어받아 자주독립국가를 실현하기 위해 고향을 등지고 머나먼 이국땅에서 모진 고통과 수난을 견디며 한평생을 초개같이 살았던 독립운동가의 정신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며 “현대 종교인들도 순국선열의 정신과 나라사랑을 계승해 종교 간 갈등과 대립을 접고 대한민국이 다문화·다종교사회 선진일류국가가 되기 위해 종교상생의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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