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훤 행복플러스연구소 소장

 

언젠가 엔돌핀으로 유명한 이상구 박사의 강의를 들었다. 젊어서 한때 무척 잘 나가던 시기가 있었는데 미국에서 병원이 너무 잘 돼 갖고 싶은 것을 다 갖고 이루고 싶은 것을 다 이뤘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캘리포니아 주의 뉴포트 비치에서 살았는데 그 도시는 부촌이어서 집집마다 요트가 있었다. 이상구 박사도 요트는 물론이고 벤츠 2대, 팜스프링 사막에도 별장이 있었다고 한다.

무엇 하나 나무랄 게 없는 상황에서 무척 불안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혹시 갑자기 교통사고가 나서 죽으면 어떻게 할까. 그는 교통사고는 그렇게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니며 사고가 나더라도 대부분 치료가 가능하다며 의사로서 지식을 동원해 논리적으로 불안을 가라앉혔다. 다음에는 불치병인 암이 걸리면 어떻게 할까하는 ‘암공포증’이 왔다. 나중에는 하루 종일 잠을 잘 수도 없을 정도로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 말하자면 무척 잘 나가는 사람들도 불안감을 느끼며 살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에게는 과거 조상들이 맹수에 맞서 싸웠던 DNA가 있다. 불안에 둔감하고 용감한 사람은 맹수와의 싸움을 선택했겠지만, 그들은 맹수에게 져서 생명을 잃었을 가능성이 훨씬 많다. 반면에 불안이 많은 사람은 위험에서 도망치고, 그 덕분에 생존해서 후손을 남겼을 가능성이 많다. 즉, 현대인들은 조상의 생존전략인 ‘불안’을 물려받게 된 것이다. 

현대에는 맹수는 없어졌지만 살면서 부딪히는 여러 상황에서 불안을 느끼고, 그 덕분에 더욱 더 일을 잘 처리하고, 행복감도 더 크게 느끼게 된다.

가끔 큰 강연장에서 강연하게 될 경우에 느끼게 되는 신체적 반응이 과거 인류가 맹수의 위협을 느꼈을 때와 비슷하다고 한다. 

첫 번째, 가슴이 두근거리는 경우는 조상들이 맹수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팔이나 다리 등의 근육을 사용하기 위해 심장이 열심히 펌프질을 해서 온몸에 혈류를 공급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두 번째, 목소리가 떨리고 입술이 바싹 마르는 경우는 위급한 상황에서 에너지로 사용할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서 빠르게 호흡해야 하고, 그것을 반복하다보니 호흡이 불안정해지면서 생기는 증상이다. 

세 번째, 얼굴이 빨개지는 것은 맹수와 마주쳤을 때, 싸울지 도망갈지를 판단해야하는 상황에서 뇌에 많은 혈류가 공급되면서 일시적으로 생기는 현상이다. 

이렇게 우리가 때때로 느끼는 불안한 감정은 불편하기도 하지만 무척 필요한 감정임에 틀림이 없다. 아픈 것을 잘 느끼지 못했을 때 큰 병이 오는 것처럼 불안한 감정은 우리를 더욱 더 조심스럽게 만들어 더 큰 어려움을 예방하게 해준다. 

불안감이 왔을 때 그 감정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찾아보고 대처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을 찾는 방법이다. 불안감을 무조건 멀리하고 모르는 척 할 일이 아니라 불안감이 왔을 때 그 불안감의 원인을 찾아서 근원을 처리해야 안정적인 행복감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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