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인기스타나 사회지도층이 자살할 경우 그 사람을 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사회 병리 현상이 베르테르 현상이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자살자는 1만 3670명으로 인구 10만명당 26명꼴로 OECD 평균 11.2명의 2배가 넘어 한국의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이다. 유명인의 극단적 선택은 사회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특히 미성년자인 청소년의 베르테르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슬프게도 청소년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아픔이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청소년 자살이 심각한 이유는 그들이 우리나라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한 청소년이 생을 마감하는 건 그 청소년의 미래가 사라지고 그 청소년이 가진 잠재력이 사라져 국가의 큰 손실이다. 자살로 마감한 사회지도층의 죽음에 대해 사회가 지나치게 관대하게 대하거나 미화시키면 오히려 청소년의 자살률이 올라갈 수 있으니 자제해야 한다.

그동안 학교나 자살예방센터, 종교단체 등에서 청소년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사회지도층의 자살은 청소년 자살 예방 교육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다. 공든 탑이 무너지듯이 몇 년간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다. 그래도 학교가 힘을 내어 아이들에게 자살은 절대 문제해결의 수단이 될 수 없으며, 정당화되거나 미화돼 동정심을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가르쳐야 한다. 정파나 이념에 따라 지도층의 자살을 미화하는 우를 범하면 청소년들이 더 위험해진다. 대한민국의 미래인 청소년을 생각하지 않는 이기적인 행동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까지 이어진 영향력 있는 사회지도층의 성범죄와 자살로 많은 국민이 큰 충격을 받았다. 사회지도층이 저지른 상상하기조차 힘든 일탈 행위는 n번방 사건, 청소년 범죄 등에 어른들이 분노할 자격조차 없게 만들었다. 해외언론도 “박 시장의 극단적 선택이 한국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수도와 제2도시의 수장이 공석이 된 것은 국제적으로도 전대미문의 사태”라고 했다. 국제적 망신이 아닐 수 없고 포스트 코로나로 한껏 달아오르던 대한민국의 국격을 떨어트리는 행위다. 필자도 한때 박 시장을 지지하고 응원했지만 그의 죽음은 추모할 수 없다.

로마의 학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에서 지도자의 덕목으로 지혜, 정의감, 강인함, 절제력 4가지를 꼽는다. 위에 언급한 사회지도층은 지도자의 4가지 덕목 중 한 가지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다. 자신의 한 행동이 나중에 어떤 비극으로 돌아올지조차 생각할 줄 모르니 지혜가 없다. 옳고 그름을 판단해 옳지 않은 일에는 과감하게 나서 단죄를 해야 하는 정의감도 없다. 잘못이 있다면 깨끗하게 시인하고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강인함도 없다. 돈과 성에 대한 자신의 욕망을 제어해야 하는 절제력이 없다. 지도자의 덕목은 못 갖췄는데 권력을 가지면 어떤 결과가 벌어지는지 여실히 보여준 사람들이다.

지도자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살을 선택하는 건 가장 비겁한 행위다. 지지자들에게 배신감과 실망을 안겨주고 그보다 어렵고 힘든 상황을 견디며 사는 서민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준다. 잘못을 저질렀다면 사죄를 하고 법의 심판을 받아 자신의 행위에 대해 깨끗하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청소년들이 보고 배울 수 있다. 사회적 비난을 감수하기 힘든 문제가 불거졌을 때 죽음이 가장 쉽게 책임지는 수단이 된다는 메시지를 청소년들에게 주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가 제대로 된 진상규명으로 잘못을 죽음으로 덮어서는 안 된다는 선례를 만들어야 더는 비극이 없다. 청소년들은 사회지도층의 행적과 삶을 존경하며 그를 롤모델로 삼고 노력한다.

우상처럼 존경하던 사회지도층이 성범죄자가 되거나 자살로 생을 마감했을 때 그들이 받을 상처는 실로 엄청나다. 사춘기 청소년의 가치관에 큰 혼란이 오고 그런 어른들에게 느낄 배신감과 분노는 어른들의 존재를 부정하게 만든다. 청소년들에게 남긴 마음의 상처와 잘못된 본보기의 폐해는 산정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나다. 청소년들이 위 사례들을 반면교사로 삼도록 학교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청소년들이 받은 마음의 상처를 살펴보고 아이들을 다독여야 할 때다. 이 세상의 모든 생명은 존귀하며 생명은 함부로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것임을 청소년들에게 다시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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