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하는 김정은(서울=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조국해방전쟁 승리의 날' 67주년이었던 지난 27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회 전국노병대회에 참석했다고 28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연설에서 '자위적 핵 억제력'을 언급하며 국방력 강화 의지를 천명했다.2020.7.28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출처: 연합뉴스)
연설하는 김정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조국해방전쟁 승리의 날' 67주년이었던 지난 27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회 전국노병대회에 참석했다고 28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연설에서 '자위적 핵 억제력'을 언급하며 국방력 강화 의지를 천명했다.2020.7.28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출처: 연합뉴스) 

제6회 노병대회서 군중 연설

“그 누구도 우리 넘보지 못해”

전문가 “내부 결속과 미국엔 압박”

코로나19 속 마스크 착용 안해 눈길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6.25전쟁 정전협정 기념일을 계기로 전날(27일) 북한에서는 전국노병대회가 열렸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장 연설에서 ‘자위적 핵 억제력’을 언급했다. 지난해 말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와 지난 5월 노동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서도 ‘핵전쟁 억제력 강화’ 방침을 밝힌데 이어 또다시 나온 것이라 관심이 쏠린다.

아울러 월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탈북민 김모씨를 북한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환자라고 주장하며 특급 경보를 내리는 등 개성까지 봉쇄한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군중 연설에 나선 점도 눈길이 가는 대목이다.

◆김정은 “핵 억제력으로 안전·미래 영원히 담보”

김정은 위원장은 휴전 67주년이었던 전날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회 전국노병대회에 참석해 “우리는 핵보유국으로 자기 발전의 길을 걸어왔다”면서 “효과적인 자위적 핵 억제력으로 하여 이 땅에 더는 전쟁이라는 말은 없을 것이며 우리 국가의 안전과 미래는 영원히 굳건하게 담보될 것”이라고 연설했다고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이어 “1950년대의 전쟁과 같은 고통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전쟁 그 자체를 방지할 수 있는 절대적 힘을 가져야 했다”면서 “험로역경을 뚫고 핵 보유국에로의 길을 걸어왔고, 이제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게 변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언은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는 동시에 핵·미사일 개발을 정당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전쟁은 넘볼 수 있는 상대와만 할 수 있는 무력충돌이고 이제는 그 누구도 우리를 넘보지 못한다”며 “넘보지 못하게 할 것이고 넘본다면 그 대가를 단단히 치르게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6.25 전쟁에 대한 평가도 이어졌는데, 김 위원장은 “모든 면에서 대비조차 할 수 없었던 전쟁에서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미제와 추종세력의 공세를 막아낸 것은 세계혁명사에 전무후무한 특대사변”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총이 부족해 낙동강가에 전우들을 묻고 피눈물을 삼키며 돌아서야 했던 동지들의 한을 잊은 적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중국과 관련해선 “피로써 도와주며 전투적 우의의 참다운 모범을 보여줬다”며 “중국군 열사와 노병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한껏 추어올렸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소장은 이날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은 전쟁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핵개발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핵 억제력 강화가 지속하여야 한다는 논리를 편 것 같다”면서 “이전에 언급한 것과 같이 이날 발언은 북한 국내용이면서 미국에 대한 압박 메시지”라고 진단했다. 향후 북미협상에서 핵을 틀어쥐고 협상에 나서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는 설명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국원 통일안보센터장도 “핵 억제력이라고 하는 것이 타방이 핵공격을 못하게 막는 것인데, 누가 북한을 공격한다는 것이냐”며 “외부 위협을 만들어놓고 자신들의 핵개발을 정당화시키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 센터장은 “이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공언한 것이나 진배없다”고 해석했다.

환호하는 북한 전쟁노병들. 북한이 '조국해방전쟁 승리의 날'이라고 부르는 6·25전쟁 휴전 67주년이었던 지난 27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제6회 전국노병대회가 열렸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면에 전쟁노병들이 환호하고 기립박수를 보내는 모습을 실었다.2020.7.28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출처: 연합뉴스)
환호하는 북한 전쟁노병들. 북한이 '조국해방전쟁 승리의 날'이라고 부르는 6·25전쟁 휴전 67주년이었던 지난 27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제6회 전국노병대회가 열렸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면에 전쟁노병들이 환호하고 기립박수를 보내는 모습을 실었다.2020.7.28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출처: 연합뉴스)

◆김정은, 집권 후 2번째 참석… “내부 결속 목적”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한 노병대회는 정전협정이 치러진 7월 27일을 전승절로 기념하는 북한이 지난 1993년부터 개최하고 있는 행사다. 김 위원장 집권 이후 5차례 열렸는데, 직접 연설까지 한 것은 2015년에 이어 두 번째다.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많은 사람이 모이는 단체 행사를 자제하는 가운데 열려 이목이 쏠렸다.

문 센터장은 “북한은 현재 상당히 어려운 국면이다. 지난해 정면돌파전을 선언했지만 대북제재에다 코로나 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자력갱생, 자력경제라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면서 “오죽하면 일국의 지도자가 평양종합병원 하나 제대로 짓지 못해 사람을 바꾸라든지 엉망이라는 등 호통을 쳤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문 센터장은 “경제난으로 민심이탈이 가속화하면서 체제 고수와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 김 위원장이 참석한 것 같다. 내부 결속 목적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뿐 아니라 문 센터장은 “사실 김 위원장의 경우 집권 이후 현재까지 내세울 건 핵문제외에는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김 위원장은 핵보유국 지위를 재차 강조하면서 “이제 세상이 무시할 수 없는 전략적 지위에 올라섰다”는 점을 내세워 군인들의 충성심을 고취했고, 나아가 노병대회인 만큼 6.25 참전 세대에 대한 경의심도 드러냈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노병대회에 도당위원장과 성, 중앙기관, 무력기관 일꾼들, 혁명학원 교직원과 학생들이 참가했다고 전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최룡해, 박봉주, 리병철 등 주요 당 간부, 박정천 군 총참모장 등 군 인사들도 함께 자리했다. 최영림, 양형섭, 태종수, 리명수 등 참전 경험이 있는 당과 군의 간부들도 주석단에 앉았다. 통신이 공개한 전국 노병대회 사진을 보면, 고령의 참전용사 등 모든 실내 행사 참석자들이 평양 도착 때와 달리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북한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조국해방전쟁 승리(정전협정 체결) 67주년을 기념하며 열린 백두산 기념 권총 수여식에서 군 주요 지휘성원들에게 백두산 기념권총을 수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7일 보도했다. 2020.7.27 (출처: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북한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조국해방전쟁 승리(정전협정 체결) 67주년을 기념하며 열린 백두산 기념 권총 수여식에서 군 주요 지휘성원들에게 백두산 기념권총을 수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7일 보도했다. 2020.7.27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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