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취임한 이후 3년간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지지율이 최저치로 떨어졌다. (출처: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취임한 이후 3년간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지지율이 최저치로 떨어졌다. (출처: 뉴시스)

미국 세계 지지율 3년째 최저

中·러시아와 30%대 2위 경쟁

한국선 41%… 亞 평균 이상

“美, 이제 신뢰할 수 없는 나라”

[천지일보=이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취임한 이후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지지율이 3년 연속 30% 초반대를 기록하며 역대 최저치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유럽에서 트럼프 정부에 대한 이미지가 최악인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은 3년 연속 글로벌 리더십 1위에 올랐다.

27일(현지시간)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작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1년간 전 세계 135개국의 국민 1천명씩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2019년 33%에 불과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7년 조사(30%)보다 3%포인트 오른 것이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재임 마지막 해였던 2016년의 지지율인 48%보다는 15%포인트나 하락한 수준이다.

심지어 2008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최저치였던 34%보다 여전히 1%포인트 낮다.

다만 트럼프 정부 지지율은 2년 연속 더 많은 국가에서 올라 세계 지지율 수치를 끌어올렸다. 135개국과 지역 중 레바논, 이라크, 이탈리아, 시에라리온, 잠비아 등 5개국에서만 지지율이 1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12개국에서 트럼프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올랐지만, 이 국가들 중에서는 민주주의 국가 또는 동맹국은 없었다. 전 세계적으로 미국의 지지율은 투르크메니스탄에서 가장 많이 개선돼 2018년 30%에서 2019년 62%로 32%포인트 상승했다.

트럼프 정부에 대한 지지율은 유럽에서 24%로 최악을 기록했다.

아시아에서도 트럼프 정부 지지율이 32%에 그치며 부시 전 대통령 이래 볼 수 없었던 최저치에 근접했다. 아시아 국가 중 이스라엘(64%), 몽골(62%), 투르크메니스탄(62%), 필리핀(58%), 네팔(54%), 미얀마(53%) 6개국이 트럼프 정부에 평균 이상의 지지율을 보였다.

한국의 경우 미국의 리더십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41%로 아시아 평균보단 높았지만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재임 마지막 해인 2016년의 53%를 크게 밑돌았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7%였다.

미국의 지지율은 아프리카에서 52%로 최고점을 찍었다. 다만 북아프리카에서는 여전히 낮은 지지율이 유지됐다.

아메리카 대륙의 미국 지지율은 2017년 24%에서 2019년 34%로 개선됐다. 멕시코, 니카라과, 파라과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조금씩 지지율이 올랐기 때문이다. 다만 아메리카 대륙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트럼프 정부에 대한 지지율보다 반대한다는 응답이 더 높았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 반대 응답은 51%에 달한다.

미국, 독일, 중국, 러시아의 글로벌 리더십 조사 결과. (출처: 갤럽 보고서 캡처)
미국, 독일, 중국, 러시아의 글로벌 리더십 조사 결과. (출처: 갤럽 보고서 캡처)

독일은 3년 연속 세계 지지율 1위 자리에 올랐다. 2018년 10년 만에 40%대 지지율 아래로 떨어졌던 독일 정부 지지율은 2019년 44%로 반등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3국의 지지율은 30%대에서 경쟁하고 있다. 중국은 2018년 34%로 미국을 소폭 앞섰지만 2019년에는 32%에 그쳐 미국과 러시아(30%)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번 조사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상황이 반영돼 있지 않다. 

전날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의 세계적 지위는 낮아졌다. 대유행은 그것을 악화시켰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 때 없어서는 안 될 나라로 묘사됐던 미국은 이제 지구촌에게 있어 위험한 순간에 물러나고,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로 여겨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과 다자구도를 통해 세계에서 미국의 강력한 리더십이라는 원칙에 바탕을 둔 양당 미국 대통령 간의 70년 공감대를 산산조각 냈다”며 “그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아메리카 퍼스트’ 독트린으로 이를 대체했고 이를 통해 동맹국들을 비하하며 중국과 러시아 같은 적대국들을 대담하게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처가 분열과 혼란을 초래했으며 여기에 오랜 인종차별 문제도 개선되지 않아 미국이 자신감을 잃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는 건강과 경제 위기가 헌신적인 국제적 협력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협력적·지도적 역할에 대한 미국의 의지나 능력에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또 NYT는 코로나19 사태 전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 기후 협정, 이란 핵 협정, 환태평양 파트너십 무역 협정에서 탈퇴한 사실을 언급하며 세계 공동체로부터 후퇴를 알리는 여러 단계를 밟아왔다고 지적했다.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서 미국의 약속에 대한 의문, 독일 주둔 미군 철수 결정 등도 이러한 단계 중에 있다는 설명이다.

NYT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 후퇴하고 있다면서 세계 정상들이 모여 코로나19 백신 개발 자금 지원 화상 회의를 할 때 참석하지 않은 점, 세계 지도자들이 모인 세계보건기구(WHO) 회의를 불참한 점, WHO 회원을 탈퇴한 점 등을 거론했다.

독일 대통령 보좌관을 지내고 현재는 독일 마샬 펀드 베를린 사무소장을 맡고 있는 토마스 클라이네 브로코프는 “사람들은 무능력한 리더십, 즉 양극화된 리더십 효과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리고 그것은 물론 미국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 지금 보고 있는 것은 미국의 ‘소프트 파워 붕괴’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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