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출처: 서울행정법원 홈페이지)
서울행정법원. (출처: 서울행정법원 홈페이지)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물에 빠져 위기에 처한 지체장애 친구를 구조하는 과정에서 숨진 남성이 법원으로부터 의사자 인정을 받았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박양준 부장판사)는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의사자로 인정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하라’며 숨진 A(사망 당시 54세)씨의 부인이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18년 8월 강원지역의 한 해수욕장에서 수영하던 중 물에 들어가 허우적거리며 도움을 요청하던 친구 B씨를 구조하기 위해 물에 뛰어들었다가 숨졌다.

이에 A씨의 부인은 남편이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다가 숨진 점을 고려해 의사자로 지정해달라고 복지부에 신청했다. 그러나 복지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재판에서의 쟁점은 B씨가 위험에 처하게 된 원인을 A씨가 제공했는지였다.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사상자법)에 의하면,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조하다 숨졌더라도 그 사람의 위험이 자신 때문에 발생한 경우 의사자로 인정되지 않는다.

B씨는 지체장애로 인해 왼쪽 어깨가 불편한 상태였다. A씨와 B씨는 사고 전 수차례 스노클링을 하다가 물에서 나와 술 마시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여러 사정에 비춰보면 A씨를 ‘자신의 행동으로 타인에게 위해를 일으킨 사람’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적극적으로 술을 마시자고 권하거나 술을 마신 뒤 바다 수영 또는 스노클링을 하자고 부추긴 사정이 없는 이상, 술을 마신 B씨가 바다에 들어가는 것을 막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A씨가 B씨를 위험에 처하게 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B씨가 수영 실력이 있다는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B씨가 사고 당일 스노클 장비를 빌려 바다에서 20분간 여러 차례 50~60m를 반복해 유영할 정도로 기본적인 수영 실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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