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산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에게 요구했다.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인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재협의하기 위해 인수계약 종결기간을 연장하자고 했다. (출처: 연합뉴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산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에게 요구했다.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인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재협의하기 위해 인수계약 종결기간을 연장하자고 했다. (출처: 연합뉴스)

“거래종결 선행조건 충족 안돼”

계약파기 ‘명분 쌓기’ 지적도

‘노딜’ 후 계약금 소송 가능성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재실사를 요구하면서 그 속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수가격 등 재협상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인수포기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항공업계와 재계에선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무산 뒤 아시아나 매각 불발 가능성도 제기하는 중이다.

HDC현산은 전날(26일) 다음 달 중순부터 12주 동안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들의 재실사에 나설 것을 제안하는 공문을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지난 24일 보냈다고 밝혔다. 지난달 25일 정몽규 HDC그룹 회장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회동한 지 한 달 만에 오랜 침묵을 깨고 ‘아시아나항공 재실사 카드’를 꺼낸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2조 5000억원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 협상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게 HDC현산 측의 입장이다.

앞서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4일 거래종결 요구를 위한 내용증명을 HDC현산에 보냈다. 금호 측은 “매각 계약에 명시된 선행조건이 완료됐으니 거래를 종결하자”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낸 것에 대한 HDC현산 측의 답변인 셈이다.

HDC현산은 전날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을 향해 “사실을 왜곡하며 거래 종결만을 요구하지 말라”며 인수조건 재협의를 위해 재실사를 하자고 요구했다.

HDC현산 측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14일 발송한 공문과 관련해 계약상 진술 및 보장이 중요한 면에서 진실·정확하지 않고 명백한 확약 위반 등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을 회신했다”면서 “지금까지 인수 상황을 재점검하자고 10여차례 요구했으나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이에 응하지 않고 있어 재점검에 신속히 응할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4월 초부터 지금까지 10여 차례 공문을 발송해 재점검이 필요한 세부사항을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전달했지만, 현재까지 충분한 자료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 현산 측의 주장이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해 12월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해 12월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본사 대회의실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HDC현산은 ▲인수계약 기준인 2019년 반기 재무제표 대비 부채와 차입금이 급증하고 당기순손실이 큰 폭으로 증가한 점 ▲올해 큰 규모의 추가자금 차입, 영구전환사채 신규발행이 매수인 동의 없이 진행된 점 ▲부실 계열사에 대한 대규모 자금지원이 실행된 점 등을 “자세히 살펴봐야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이 충족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HDC현산은 이날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엔 변함없다’는 입장이라 전제를 달았지만, 백지화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코로나19로 항공사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항공사의 M&A가 제대로 이뤄지기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사실상 HDC현산이 인수 파기와 함께 이미 납부한 2500억원의 계약금 회수를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계약 무산 후 진행될 계약금 반환 등 소송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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