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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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당정치국 회의 주재

“최대비상방역체제 이행 채택”

합참 “관계기관과 공조 파악 중”

전문가 “남북관계 큰 영향은 없어”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이 2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탈북민이 개성을 통해 월북했다고 보도한 데 대해 우리 군 당국이 “일부 인원을 특정했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월북자 발생을 공식 확인했다.

결국 군 당국이 북한 보도가 나온 이후에야 월북 사실을 인지한 셈이어서 조사 결과에 따라 또다시 군 경계 태세에 대한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北 “개성 통해 코로나 의심 탈북민 월북” 주장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주재 하에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코로나19 환자로 의심되는 탈북자가 월북해 개성을 봉쇄조치 하는 등 최대 비상방역체제를 이행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개성시에서 악성비루스(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월남 도주자가 3년 만에 불법적으로 분계선을 넘어 7월 19일 귀향하는 비상사건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3년 전 한국에 온 탈북민이 지난달 19일 군사 분계선을 넘어 개성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왔는데 코로나19 의심 환자라는 설명이다.

계속해서 통신은 “개성시에 치명적이며 파괴적인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이 조성된 것과 관련하여 7월 25일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비상확대회의를 긴급소집하였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회의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통신은 “24일 오후 중으로 개성시를 완전히 봉쇄하는 등 선제적인 대책을 취했다”며 “회의에서는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이행할 데 대한 결정을 채택했다”고 덧붙였다.

북한, ‘코로나 의심 탈북자 재입북’ 주장[파주=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탈북민이 최근 개성으로 재입북했다는 북한 측 주장에 대해 청와대는 26일 오전
북한, ‘코로나 의심 탈북자 재입북’ 주장[파주=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탈북민이 최근 개성으로 재입북했다는 북한 측 주장에 대해 청와대는 26일 오전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26일 경기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시민들이 관람하는 모습.

◆당국, 월북 탈북민 성범죄 연루 김모씨

우리 정부는 북한의 보도 직후 주장의 진위 여부를 여러 경로를 통해 파악하고 있다는 입장만을 전했다. 하지만 군 당국은 약 8시간여 만에 ‘월북 사례가 있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조사 중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현재 군은 북한 공개 보도와 관련, 일부 인원을 특정해 관계기관과 긴밀히 공조해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합참은 “우리 군은 감시장비 녹화영상 등 대비태세 전반에 대해 합참 전비검열실에서 확인 중에 있다”고 부연했다.

관계 당국은 탈북 시기를 2017년으로 압축해 이 시기 탈북자 중 연락이 닿지 않고 있는 인원 가운데 김포에 거주하는 24세 김모씨 1명으로 특정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에서 중학교까지 나온 김씨는 3년 전 한강 하구를 통해 탈북 후 김포에 거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지난달 중순께 김포 자택에서 평소 알고 지낸 탈북민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강간)로 같은 달 한 차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軍 경계 태세에 대한 논란일 듯

탈북민들은 탈북 이후 5년 동안은 관할 경찰서의 신변 보호 대상이지만, 탈북민 수가 많아 경찰 등에서 탈북민의 개별 동선까지 실시간으로 파악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해당 탈북민이 군사분계선을 통해 넘어갔다면 대북 경계 태세에 또 구멍이 난셈이어서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실제 북한도 “월남 도주 사건이 발생한 해당 지역 전연 부대의 허술한 전선경계근무실태를 엄중히 지적하고 당중앙군사위원회가 사건발생에 책임이 있는 부대에 대한 집중조사결과를 보고받고 엄중한 처벌을 적용하며 해당한 대책을 강구할 데 대하여 토의하였다”고 밝히면서 ‘전방경계 실태’ ‘분계선’이라 단어를 사용해 이런 해석에 힘을 실었다.

물론 북한이 ‘분계선’이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군사분계선(MDL) 철책이 뚫렸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지만, 일각에선 지상이 아닌 한강 하구를 통해 헤엄쳐 북한으로 넘어갔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이날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허위주장’을 가지고 전방의 군부대를 엄중하게 문책할 수는 없기 때문에 북한이 탈북민 월북 사실을 조작해 발표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도 “월북 사태가 반북 성향 탈북자단체의 기획이나 한국정부의 묵인 하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남북관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정 센터장은 이번 사태를 보면 북한이 코로나19 방역에 자신감을 갖게 되지 않는 한 남북대화나 교류의 재개도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가 남북교류를 재개하기 원한다면 북한과의 방역협력에 향후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천지일보=신창원 기자] 7일 경기 파주시 문산읍 도라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군 초소와 넘어로 개성공단이 보이고 있다.ⓒ천지일보 2019.4.7
[천지일보=신창원 기자] 7일 경기 파주시 문산읍 도라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군 초소와 넘어로 개성공단이 보이고 있다.ⓒ천지일보 20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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