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동훈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천지일보 2019.10.17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동훈 검사장. ⓒ천지일보 2019.10.17

수사심의위, 불기소 등 권고

이동재와 공모 인정 안 해

이 전 기자 구속수사는 계속

새로운 증거 찾아 나설 수도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에 연루된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 처분을 권고하면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판단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사심의위는 24일 한 검사장에 대한 강요미수 혐의를 심의한 뒤 양창수 위원장을 뺀 15명의 의원 중 10명이 수사 중단을, 11명이 불기소를 의결했다. 반면 이동전 전 채널A 기자에 대해선 12명이 수사 계속, 9명이 공소제기 의견을 냈다.

수사심의위가 이 같은 결론을 낸 데엔 이 전 기자의 강요미수 혐의는 인정되나 한 검사장과의 공모 관계는 입증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 측 모두 공모는 없었다고 주장해왔고, 수사심의위 위원들도 이를 받아들인 셈이다.

검찰은 이 전 기자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김동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피의자가 특정한 취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검찰 고위직과 연결해 피해자를 협박하려 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자료들이 있다”고 밝힌 만큼 이 부분에 기대를 걸었으나 수사심의위 판단은 달랐다.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심의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해 차량을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0.07.24.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심의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해 차량을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20.07.24.

한 검사장은 수사심의위에 직접 출석해 “지금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은 권력이 반대하는 수사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수사심의위가 불기소를 권고해도 법무부 장관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저를 구속하거나 기소하려고 할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지금 이 광풍의 2020년 7월을 돌아볼 때 적어도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중 한 곳만은 상식과 정의의 편에 서 있었다는 선명한 기록을 역사에 남겨달라”며 “그래 주시기만 한다면 저는 억울하게 감옥에 가거나 공직에서 쫓겨나더라도 끝까지 담담하게 이겨내겠다”고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를 호소했다.

이제 관심은 한 검사장의 진술처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한 검사장을 끝내 기소할지 여부다.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기 위해선 수사심의위 권고를 거슬러야 하기 때문에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 합병 및 불법 승계 의혹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심의위는 수사 중단과 불기소 권고를 내렸고, 아직 담당 수사팀은 사건을 어떻게 마무리할 지 결정을 하지 못했다. 강제성이 없는 권고임에도 고민은 한달가량 이어지고 있다. 여태 수사심의위 결정을 부정한 사례는 한 차례도 없어서다.

이처럼 검언유착 수사팀도 유사한 벽에 부딪힌 만큼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지혜가 필요한 시간이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꼽히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꼽히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검찰로서 다행인 점은 구속된 이 전 기자에 대한 혐의는 어느 정도 소명됐다고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이날 이 전 기자 소유 휴대전화·노트북의 압수수색 처분을 취소하라는 법원의 결정이 나면서 여러 가지 암초를 만나게 됐다.

김찬년 서울중앙지법 형사31단독 판사는 이 전 기자 측이 제기한 준항고에 대해 형사소송법 요건에 따라 집행 일시와 장소를 통지하지 않고 휴대전화 등을 압수했기에 위법하다는 취지로 처분 취소 결정을 내렸다.

만일 수사팀이 한 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나 기소를 강행할 생각이라면 이 전 기자 관련 수사를 집중하면서 기소에 대한 명분을 새로이 찾아야 하는데, 이마저도 험난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은 보충 수사를 통해 기소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신동근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이게 검언유착이지 뭐란 말이냐. 법망은 빠져나갈 수 있어도 정의의 도덕 그물을 빠져나갈 수는 없다”며 “수사심의위 권고는 권고일 뿐, 서울중앙지검에서 증거를 보강해 규명하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남국 의원도 “피의자 소환 등의 아주 기본적인 수사도 하지 않았는데 수사 중지 의견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며 비판했다.

이성윤 검사장이 이끄는 서울중앙지검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수사팀은 지금까지의 수사내용과 법원의 이 전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취지, 수사심의위 심의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앞으로의 수사 및 처리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수사중단을 쉽게 결정하진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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