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사관 폐쇄로 갈등이 증폭된 미국과 중국(PG) [제작 최자윤] 사진합성 (출처: 연합뉴스)
영사관 폐쇄로 갈등이 증폭된 미국과 중국(PG) 사진합성 (출처: 연합뉴스)

미국 휴스턴 영사관 폐쇄에 중국도 반격

전문가 “美조치 국제법상 설득력 떨어져”

잇따른 영사관 보복 시 국교단절 우려도

정부도 대응책 모색… 대응전략 도출 주목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미국이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 조치에 나서자 중국도 비슷한 규모와 상징성이 있는 청두영사관 폐쇄로 맞불을 놓으면서 미중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중국이 같은 수위로 맞대응을 할 것은 예상된 바였지만, 중국의 반격으로 양국 간 긴장이 더욱 심화되는 모양새여서 관심이 쏠린다.

아울러 이들 모두와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는 우리 정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그간 관련 동향을 주시하며 사안별로 국익에 맞게 대응하겠다는 것이 일관된 방침이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오는 28일 범관계부처 대책회의를 열고 미중갈등 속 대응전략을 모색할 계획이어서 주목된다.

◆중국도 맞불, 청두 美총영사관 폐쇄 요구

미국의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 조치에 맞서 중국이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주재 미국 총영사관 폐쇄 요청으로 24일 반격했다. 청두 미국 영사관은 1985년 개소한 곳으로, 쓰촨성과 함께 티베트와 윈난(雲南)·구이저우(貴州)·충칭(重慶) 등 중국 서남부 지역을 관장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홈페이지에 성명을 내고 “중국은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의 설립과 운영 허가를 철회하고, 모든 업무와 활동을 중단하라고 통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지난 21일 일방적으로 문제를 일으켜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를 갑자기 요구했다”면서 “이는 국제법과 국제관계 기본 준칙, 중미 영사조약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 외교부는 “중국의 위 조치는 미국의 무리한 행보에 대한 정당하고 필요한 대응이며, 국제법과 국제관계 기본원칙, 외교 관례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 측에 있다. 미국은 즉시 일련의 잘못된 조치를 중단하고, 양국 관계가 정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적절한 상황을 만들라”고 촉구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 21일(현지시간)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에 24일 오후 4시(한국시간 25일 오전 6시)까지 영사관을 폐쇄하고 모든 직원을 철수하라고 요구했다.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스파이를 근절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에 중국 외교부도 “미국 측의 무리한 행보에 대해 반드시 필요한 반격을 가하고, 이를 통해 자국의 정당한 권익을 수호할 것”이라며 보복 조치를 예고한 바 있다.

◆영사관 폐쇄, 1979년 미중 수교 후 처음

영사관 폐쇄는 미국과 중국이 수교한 1979년 이래 처음 있는 일로, 양측이 서로에게 초강수를 뒀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미국의 조치와 관련해선 ‘국제법상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측면에서 ‘미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추락시키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우수근 산동대 교수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영사관 폐쇄를 위해선 그 요건으로 일단 폐쇄할만한 합리적이고 긴박한 그런 충분한 이유가 있어야 가능한데 그런 것들이 없다”며 “미국이 내세운 지식재산권이라든지 스파이 문제 등은 이전부터 늘 있어왔던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은 전혀 준비되지 않은 전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다급하고 초조한 상태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재선을 위해 이것저것 던져보는 것은 미국 내 반목과 대립만 키우는 등 자국의 국익에도 부합하지 않고, 대외적으로도 신뢰도만 떨어뜨리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우 교수는 미국의 현재 상황을 ‘불난 집’이라고 표현하고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서 불이 났는데, 불을 끄려고 하기는커녕 불난 집에 기름을 붙고 있는 형국”이라며 “영사관 폐쇄 조치가 되려 앞으로 미국의 체력을 더욱 약화시키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는 반면 정작 중국의 맷집만 키우고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공격이 대내외적으로 악수가 됐고 중국에는 타격을 줄만한 그런 강력한 내용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물론 최근 몇 년간 양국 간 갈등이 무역전쟁을 넘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 화웨이 제품 배제, 미국의 반(反)중 경제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 구상, 홍콩보안법 논란 등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영사관 폐쇄가 잇따를 경우 자칫 국교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2일 백악관에서 진행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브리핑에서 ‘미국 내 중국 공관의 추가 폐쇄를 검토하고 있냐’는 질문을 받고 “추가 공관의 폐쇄에 관해서라면 언제든 가능하다”고 답하는 등 향후 추가 조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이 같은 해석에 무게를 실었다.

중국도 “미국이 고집을 부린다면 반드시 단호한 조처를 할 것”이라는 등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양측 간 보복의 악순환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 2020.06.12 (출처: 뉴시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 2020.06.12 (출처: 뉴시스)

◆정부도 대응전략 모색… 28일 외교전략조정회의

미국과 중국의 강대강 대치 속에서 우리 정부도 대응전략을 모색한다. 우리의 국익을 지키기 위한다는 차원에서 어떤 대응방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이날 외교부에 따르면 강경화 장관은 오는 28일 외교부청사에서 제3차 외교전략조정회의를 주재한다. 이번 회의에는 외교부와 국방부, 기획재정부, 통일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10여 개 부처 당국자들과 학계 인사 등 5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관계자는 “미중 양국의 총영사관 폐쇄 지시 등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지만 당장 한국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고 본다”며 “하지만 양국 간 갈등이 계속 악화되면 한국에 미치는 영향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범부처 차원의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도 전날 우리 정부의 대응방침을 묻는 질문에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당연히 저희가 상황과 동향을 주시하면서 우리의 국익에 맞게 매 사안별로 관계부처하고 협의해서 결정해 나가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외교전략조정회의에서는 코로나19 상황 아래 국제 정세와 우리 외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교전략조정회의는 미중 갈등과 일본의 경제보복 등 국제정세의 변화 속에서 능동적인 대외전략을 마련하고 정부와 민간의 유기적인 대응을 지원해나가기 위해 지난해 7월 출범했다.

지난 5일 열린 제1차 외교전략조정회의에는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방부 등 관계부처 실국장급 인사 및 국립외교원과 학계·경제계 전문가 등 민간 인사들이 참석했다.

당시 외교부는 “국익 중심의 국민체감형 외교 기조 하에 우리가 당면한 주요 국제 정세와 현안에 대하여 효율적이고 유기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도록 외교전략조정회의를 운영해 나갈 것”이라며 “특히 외교전략조정회의를 통해 우리의 1·2위 교역 상대국인 미·중 간 무역 갈등,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 등 최근 급변하는 대외 환경 및 도전과 관련해 우리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고, 국익을 수호해 나갈 수 있는 대응방안을 마련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7.2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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