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사망사고에도 사법당국 8년만에 '면죄부'…유전무죄 논란 커질듯

경찰관을 외제차로 치어 숨지게 하고 달아난 뒤 해외에서 도피 중인 세계적 스포츠음료 '레드불'(Red Bull) 공동 창업주의 손자에 대해 태국 사법당국이 면죄부를 줬다.

돈과 권력층과의 친분이 있으면 죄를 지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이른바 '유전무죄'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24일 일간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태국 경찰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레드불 공동 창업주의 손자 오라윳 유위티야(35)의 2012년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검찰이 지난달 불기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끼사나 파타나-차론 경찰 대변인은 이에 따라 경찰은 오라윳에 대한 체포영장은 물론, 국제형사기구(인터폴) 적색수배 요청도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끼사나 대변인은 왜 검찰이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해서는 경찰이 관여할 바가 아니라며 "검찰 결정은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스포츠음료 레드불 창업주 찰레오 유위디아의 손자인 오라윳은 지난 2012년 9월 방콕 시내에서 페라리를 과속으로 몰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근무 중이던 경찰관을 치어 숨지게 한 뒤 달아났다.

사건 발생 후 측정된 오라윳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65%로 법적 운전 허용치를 초과했다.

그러나 경찰은 사고 후 스트레스 때문에 술을 마셨다는 오라윳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음주 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경찰은 초동 수사 과정에서 오라윳의 일방적 주장을 받아줬고 이후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는 그를 강제구인하지 않는 등 봐주기로 일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오라윳은 사고 뒤 체포됐다가 보석금 50만 밧(약 1천900만원)을 내고 석방돼 유전무죄 논란을 일으켰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당시 유위티야 일가의 재산이 6조원 이상으로 태국 내 세 번째 부호였다는 점이 경찰의 봐주기 수사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에도 오라윳은 업무 등을 이유로 해외에 머물면서 8차례나 검찰의 소환에 불응했다.

하지만 정작 전 세계를 유람하며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되면서 또 한 번 공분을 샀다.

2017년에는 강제구인 직전 태국에서 자가용 비행기로 싱가포르로 건너간 뒤 비행기도 버려둔 채 싱가포르에서 해외로 도주했지만, 이 과정에서도 사법당국은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

급기야 2018년에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인터폴 적색수배 대상에서도 사라졌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오면서 다시 한번 유전무죄 사건으로 여론에 회자했다.

끼사나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전무죄 논란을 의식한 듯 "기소는 증인과 증거에 따르는 것이지, 사회적 요구에 따르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함께 한 삐야 우타요 대변인도 "이 사건 피해자가 경찰이라는 점을 잊지 말라. 그러나 검찰이 불기소한다면 그것으로 끝"이라고 강조했다.

끼사나 대변인은 오라윳의 행방을 모른다면서도 기소가 철회되고 체포영장 발부도 취소됨에 따라 그가 태국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여당인 팔랑쁘라차랏당의 시라 첸차까 의원은 온라인 매체 카오솟과 통화에서 "왜 오라윳에 대한 기소를 포기했는지 추적할 것"이라며 검찰과 경찰 그리고 관할 경찰서에 의문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시라 의원은 "감옥은 가난한 사람들만 가는 곳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시민단체 활동가인 아논 남파도 이번 사건이 반정부 집회에서 다뤄질 것이라고 밝혔다고 카오솟은 전했다.

(방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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