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에 걸쳐 성당, 모스크, 박물관으로 변신해온 아야소피아가 다시 모스크(이슬람 사원)으로 전환된다. 국제 사회에서는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아야소피아 박물관의 전경 모습. (출처: 뉴시스)
오랜 세월에 걸쳐 성당, 모스크, 박물관으로 변신해온 아야소피아가 다시 모스크(이슬람 사원)으로 전환된다. 국제 사회에서는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아야소피아 박물관의 전경 모습. (출처: 뉴시스)

아야소피아 박물관, 이슬람 ‘모스크’ 전환 소식에 세계 들썩

교황 “깊은 슬픔”…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위 재검토하겠다”

[천지일보=강수경, 임혜지 기자] 종교 간의 견제와 평화는 국제 사회 관계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최근 터키 정부와 국제기구, 종교계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바로 ‘성 소피아 대성당’으로 알려진 터키 ‘아야소피아 박물관’ 때문. 터키 정부가 최근 아야소피아 박물관을 이슬람 성전인 ‘모스크’로 바꾸겠다고 선언해 논란이 되고 있다.

터키 최고행정법원은 지난 10일(이하 현지 시간) 아야소피아의 지위를 박물관으로 정한 1934년 내각회의 결정을 재판관 전원의 만장일치로 취소했다. 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최고행정법원의 결정이 나온 직후 아야소피아를 모스크로 전환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 기독교-이슬람 역사 교차하는 ‘아야소피아’

‘성소피아’로도 불리는 ‘아야소피아’는 기독교를 처음으로 공인한 로마제국의 콘스탄티누스 대제(大帝) 때 수도 콘스탄티노플에 그리스도교의 대성당으로 지어지기 시작해 그의 아들 콘스탄티누스 2세 때인 A.D 1360년에 완공됐다.

그러나 404년 대지진과 폭동으로 등으로 파괴됐고 이후 재건해 415년에 다시 세워졌다. 하지만 532년 큰 화재가 발생해 완전히 불타버리게 되고 결국, 537년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에 의해 다시 5년에 걸쳐 지어지게 됐다. 

아야소피야는 비잔틱 양식의 건축물로 화려하고 웅장한 실내를 자랑한다. 안 길이 81m, 너비 70m의 광대한 3랑(廊) 바실리카 플랜과 지름 약 33m의 거대한 원개(圓蓋)를 교묘히 조합시킨 절충적인 원개 바실리카식 성당으로 지어졌다.

비잔틴 건축의 특징은 겉모습보다 내부 장식에 치중하는 것이었는데 아야소피아가 그 대표적인 예다. 건물 안은 대리석 기둥과 모자이크, 금빛 장식물로 꾸며졌다. 이 성당이 완성됐을 당시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감격하며 “오 솔로몬이여! 내가 당신보다 더 훌륭한 성전을 지었소!”라고 외친 일화는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아야소피아는 453년 오스만제국이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키면서 모스크로 개조됐다. 당시 기독교 상징물과 모자이크 등에는 이슬람을 상징하는 글귀와 문양이 덧씌워졌다. 또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 건축의 특징적인 뾰족 탑 ‘미나렛’ 두 쌍이 각각 추가로 세워졌다.

이후 오스만제국이 독립 혁명으로 500년만에 멸망하면서 아야소피아가 ‘성당이냐’ ‘모스크냐’를 놓고 이슬람과 기독교 간 갈등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결국 터키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인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는 1934년 내각회의에서 국가와 종교는 별개라는 ‘세속주의’ 아래 아야소피아를 두 종교가 공존하는 박물관으로 전환했다. 그가 아야소피아에서 일체의 종교 행위를 전면 금지시키면서 아야소피아를 둘러싼 갈등은 일단락됐다.

박물관으로 전환된 아야소피아는 연간 약 40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터키 최대의 관광 명소로 자리잡게 됐고, 아야소피아가 속한 ‘이스탄불 역사지구(Historic Areas of Istanbul)’는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의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쾌거를 이룩했다.  

◆ 아야소피아 모스크로 다시 전환… 국제 사회 비판 봇물

하지만 이슬람주의자로 알려진 에르도안 대통령이 2003년 집권을 시작하면서 터키 내 이슬람주의자들은 아야소피아의 성격을 다시 바꾸려고 시도하기 시작했다.

2015년에는 박물관 개칭 뒤 처음으로 이슬람 성직자가 아야소피아 안에서 코란을 암송했고 이듬해엔 라마단(금식월) 때 이슬람 의식이 개최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아야소피아 밖에선 수천명이 모스크로의 재전환을 요구하는 기도회를 열기도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리의 역사적 모스크들이 박물관으로 바뀌었다”며 아야소피아의 성격을 바꾸고 싶다는 의지를 적극 내비쳤다. 

결국, 아야소피아는 24일부터 이슬람 신도들이 예배를 드리는 모스크로 전환됐다. 

이에 국제 사회에서는 잇따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유럽연합과 미국 국무부, 그리스와 러시아 정교회 세계교회협의회 등에서는 종교와 역사의 다양성을 무시한 처사라며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특히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아야소피아의 ‘세계유산’ 지위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앞서 유네스코는 세계유산의 지위를 변경하기 위해선 유네스코의 사전 검토와 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의견을 거듭 밝혀왔다. 또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인 아야소피아의 특별하고 보편적인 가치가 훼손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터키 정부의 결정에 상심했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지난 12일 바티칸에서 열린 주일 삼종 기도에서 교황은 “내 생각은 지금 온통 이스탄불에 가 있다”며 “성 소피아(아야소피아) 생각을 하며 깊은 슬픔에 잠겼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성명을 통해 “아야소피아는 종교와 전통, 역사의 다양성을 존중하겠다는 약속의 모범 사례”라며 “아야소피아의 지위 변경은 이 놀라운 유산이 서로 다른 종교와 전통, 문화를 연결하는 다리로서 인류에 봉사할 수 있는 능력을 저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스 정부도 “(터키의 결정은) 전체 문명 세계에 대한 공개적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터키는 아야소피아의 모스크 전환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종교적 결정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는 것이다. 터키 종교청은 7월 14일 성명을 내고 “아야소피아 내부의 기독교 아이콘(성상과 성물, 돔 천장과 벽면 모자이크 성화)들은 이슬람교도의 기도와 예배 시간에만 적절한 방법으로 (보이지 않도록) 덮일 것”이라며 “기도 시간을 빼곤 모든 방문객에게 아야소피아를 개방하는 건 종교적으로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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