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안팎에서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헌법재판소 판결로 모든 논의가 중단된 이후 16년 만의 일이다. 비록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의 끝에서 나온 궁여지책의 성격이 강하지만, 그럼에도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국민적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걸림돌만 해소된다면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꿈꿨던 국가균형발전의 백미와 직결되는 사안이기도 하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행정수도 완성은 역사의 필연”이라고 말했다. 집권당 원내대표로서 공론화 작업에 들어간 셈이다. 김 원내대표는 아예 청와대와 국회, 정부부처를 모두 세종시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정세균 국무총리도 헌재 판결 등의 걸림돌부터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선 국회분원(세종의사당)이 세종시에 열리는 것이 여러 가지 능률면이나 국민 세금을 절약하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의 본질은 국가균형발전이다. 잘 알려진 대로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제는 치유할 수 없을 만큼 간극이 벌어졌다. 전국의 핵심 자산이 서울에 집중되다 보니 아파트 값이 일 년에 수억원씩 오르는 것은 막기 어렵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까지 겹치는 바람에 부동산값은 더 뛰었다. 서울과 수도권을 아예 부동산 투기장으로 내 몬 셈이다. 반대로 지방은 갈수록 어렵다. 침몰 직전이다. 이런 식으로는 국가균형발전은커녕 국가의 미래마저 암울하다.

이런 시점에서 행정수도이전 문제가 다시 급부상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이제는 말이 아니라 구체적인 로드맵으로 국민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내년 재보선이나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레토릭이라면 당장 그만둬야 한다. 혹여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해소하는 묘수로 생각한다면 국민을 두 번 속이는 일이다. 이제는 진정성 있게 구체적인 실행계획부터 잡아가야 한다.

헌재 결정이 부담된다면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바로 실행에 들어가야 한다. 국회분원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헌재 의견을 다시 구하는 것도 방법이다. 물론 여야합의가 있다면 더 좋다. 그것이 어렵다면 내년 4월 재보선 때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도 좋다. 이번만큼은 말이나 정쟁이 아니라 구체적 로드맵으로 ‘대한민국 100년’의 새로운 설계를 그려봄직 하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그나마 빠른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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