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맥타양출가가(黃麥打麥羊 出家家)’라는 제목의 한시가 적혀 있다. 이는 보리를 찧어서 집집을 나서다라는 뜻이다.(제공:문화재청) ⓒ천지일보 2020.7.23
‘황맥타양출가가(黃麥打麥羊 出家家)’라는 제목의 한시가 적혀 있다. 이는 보리를 찧어서 집집을 나서다라는 뜻이다.(제공:문화재청) ⓒ천지일보 2020.7.23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태안 신진도 고가 벽지에서 ‘수군진촌’ 한시가 다수 발견됐다.

23일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소장 직무대리 심영섭)는 지난 6월 태안 신진도 고가(古家)에서 조선 수군(水軍)의 명단이 적힌 수군 군적부(軍籍簿)와 한시(漢詩)를 발견한 이후 수거된 벽지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수군진촌(水軍鎭村)의 역사와 서정을 느낄 수 있는 다수의 한시 등을 추가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태안 신진도 고가는 상량문에 적힌 ‘도광(道光) 23년’이라는 명문으로 1843년에 건립되었음을 알 수 있다. 고가에 거주했던 후손 최인복 씨의 증언에 의하면 가옥은 대청을 중심으로 ‘ㅁ’자형 건물 배치이며 260평의 대지에 방 5칸, 광 6칸, 부엌 3칸, 소 외양간 1칸, 말(馬) 우리 등을 갖추고 있었는데 실측결과, 현재는 ‘ㄷ’자형 구조만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광 6칸이 존재했다는 사실로 미뤄 안흥진 수군을 관리했던 관가(官家)의 건물로 추정된다.

인간계화락 야정춘산공(人間桂花落 夜靜春山空)이라고 쓰인 한시는 ‘사람이 계수나무꽃 떨어지듯 하여, 밤은 깊은데 춘산도 적막하다라는 뜻을 지녔다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0.7.23
인간계화락 야정춘산공(人間桂花落 夜靜春山空)이라고 쓰인 한시는 ‘사람이 계수나무꽃 떨어지듯 하여, 밤은 깊은데 춘산도 적막하다라는 뜻을 지녔다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0.7.23

이번에 새롭게 발견된 한시 ‘문신설개연사방현사다귀지(聞新設開宴四方賢士多歸之:새로 짓고 잔치를 베푼다는 소식을 듣고 사방에서 선비들이 모였다)’는 1843년 7월 16일 태안 신진도 안흥진 수군의 관가(官家)로 사용될 집을 짓고 다음 해 안흥진 첨사(安興鎭 僉使) 조진달(趙鎭達)의 재임 기간인 1844년에 잔치를 베풀어 사방의 손님을 맞이했음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한시의 제목은 ‘황맥타양출가가(黃麥打麥羊 出家家: 집집마다 찰보리를 타작하여 거두어 가다)’인데, 내용에는 ‘군포를 내라는 조칙이 있는데도, 갑자기 지난밤 보리를 보내어 왔구나(布詔行令曾如此 忽然昨夜麥秋至)’라는 문장이 있어 이 가옥이 안흥진 수군을 관리하기 위해 군포(軍布)나 곡식을 거두어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안흥진 수군의 중요 임무 중 하나였던 조운선의 안흥량 통과를 위한 호송과정에서 발생한 인명의 희생과 이를 비유한 한시도 있다. 이 시는 당나라 시인 왕유(王維, 699-759)의 오언절구 한시 ‘조명간(鳥鳴澗, 새가 시냇가에서 울다)’의 형식을 빌려 능숙한 초서체(草書體)로 ‘사람이 계수나무꽃 떨어지듯 하여, 밤은 깊은데 춘산도 적막하다(人間桂花落 夜靜春山空, 인간계화락 야정춘산공)’라고 하여 수많은 인명이 안흥량 앞바다에 빠져 희생된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