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홍콩에서 경찰이 홍콩반환기념일 시위자를 붙잡은 모습(출처: 뉴시스)
1일(현지시간) 홍콩에서 경찰이 홍콩반환기념일 시위자를 붙잡은 모습(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온유 객원기자] 중국이 제정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7월부터 발효되자 홍콩을 떠나려는 시민들이 계속 늘고 있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대만 등이 탈홍콩을 부추기며 홍콩을 떠나는 홍콩인들을 위해 영주권을 제공하겠다는 등 홍콩의 대체지로 주목받고 있다.

BBC는 21일(현지시간) 시위로 큰 혼란 정국을 맞고 있는 홍콩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금융도시의 위상도 위협받고 있다며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관광·숙박·소매 업계를 강타한 데 이어 부동산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지난해 가을부터 시위가 다소 격화되면서 글로벌 자금의 탈홍콩 행렬도 가속화하고 있다. 이미 홍콩에 주둔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홍콩의 특별지위가 사라지면서 미·중 간 금융·무역의 관문이 됐던 홍콩의 위상이 순식간에 떨어지고 사회주의체제 안에 속하게 되면 더 이상의 ‘금융허브’로서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다.

BBC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 초부터 홍콩에 진출한 다국적기업들이 대규모 거리 시위로 업무가 사실상 마비되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앞으로도 고조될 가능성이 있어 인근 국가인 일본, 싱가포르, 대만, 호주 등을 눈여겨보며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은 일본과 싱가포르에 비해선 염두하고 있는 국가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캐서린 장(오른쪽) 해협교류기금회 이사장과 대중국정책 대륙위원회 천민퉁 위원장이 1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에서 '대만·홍콩 서비스교류 판공실'(臺港服務交流辦公室)을 개소하고 현판을 공개하고 있다(출처: 뉴시스)
캐서린 장(오른쪽) 해협교류기금회 이사장과 대중국정책 대륙위원회 천민퉁 위원장이 1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에서 '대만·홍콩 서비스교류 판공실'(臺港服務交流辦公室)을 개소하고 현판을 공개하고 있다(출처: 뉴시스)

중앙일보에 따르면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싱가포르와 비교해 정책 안정성이 떨어지고, 기업을 지원하는 분위기도 약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외국 기업이 한국으로 향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탈홍콩 자본의 한국행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에 대해선 “철저히 소비자 입장에서 봐야 한다. 홍콩에서 돈 굴리던 사람의 관점에서 한국이 매력적인지 살펴봐야 한다. 만약 나라면 (그 모든 이유에도 불구하고) 홍콩에 계속 머물던지 중국 베이징으로 옮겨갈 것 같다. 서울보단 베이징이 자본에 대한 규제가 더 적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

신장섭 교수는 아직 큰 폭으로 움직이지 않는 한국 정부의 느슨함도 꼬집었다.

신 교수는 “우선 한국이 강점이 있는 기업 금융에 대해서 해외와 견줄 수 있는 경쟁력을 만들어야 한다”라며 “한국은 그 부분에서도 규제가 많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대표적이다. 국민연금이 정부 정책을 그대로 쫓아 의사결정을 한다면 그건 연금사회주의다”라고 덧붙였다.

해외언론들은 한국이 탈홍콩에 대비하고 거점지역으로서 홍콩 자본을 흡수하기 위해선 마음 놓고 국제 금융을 할 수 있는 경제적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한다며 부자들의 세금을 무작정 걷어내고 양도세, 상속세, 증여세 걷기에 혈안이 된 듯한 모습은 자본을 이탈시킬 뿐만 아니라 탈홍콩을 준비하고 받아들이기엔 그리 매력적이지 않은 환경일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더이상 홍콩을 ‘특별행정구’로 취급하지 않고 미국도 홍콩에 대한 특별 지위를 박탈했다.

자신이 중국 공산당의 타깃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홍콩 재벌과 기업들은 보다 안전한 싱가포르와 일본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홍콩에서 근무하고 있는 8만5000명 이상의 미국인들을 포함해 1300개 이상의 미국기업들도 홍콩 지사를 떠나 홍콩을 빠져나가는 ‘헥시트(홍콩+엑시트)’에 합류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가 잦아들지 않은 가운데 28일(현지시간) 홍콩에서 한 남성이 마스크를 쓴 채 야경을 보고 있다(출처: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가 잦아들지 않은 가운데 28일(현지시간) 홍콩에서 한 남성이 마스크를 쓴 채 야경을 보고 있다(출처: 뉴시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홍콩 부자들이 자산을 해외로 이전하는 등 최악의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며 고액 자산가들이 ‘비상 플랜’을 가속화하고 홍콩에 있는 부동산을 팔아치우고 자금을 싱가포르와 일본으로 넘기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일본의 한 고위 여당 의원은 “일본이 중국의 탄압으로부터 도망치는 홍콩 금융인력들을 끌어모은다면, 일본이 '아시아 금융허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탈홍콩 움직임을 보이자 이번에야말로 기회라는 기대감을 갖고 홍콩 금융인력들을 일본에 정착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블룸버그통신은 일본은 싱가포르, 대만과 비교해 기업에 부과하는 세금이 높고, 지나친 관료주의와 언어 장벽 등의 문제도 존재한다며 탈홍콩을 추진하는 기업들도 고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문제가 거론되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최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금융 중심지로서 도쿄의 매력을 강조하면서 홍콩 등 외국 인력의 유치에 적극 나서겠다”고 답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사를 포함해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같은 글로벌 매체들이 국가보안법이 도입된 홍콩 상황을 지켜보되 경우에 따라 인력을 다른 아시아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비상 계획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주요 서방 언론사 중 가장 먼저 탈홍콩을 통해 홍콩내 디지털뉴스 직원의 3분의 1을 1년안에 서울로 옮길 것이라고 발표해 주목되고 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가운데)이 1일 골든 보히니아 광장에서 열린 홍콩 반환 23주년 기념 국기 게양식에 참석해 건배 제안을 하고 있다(출처: 뉴시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가운데)이 1일 골든 보히니아 광장에서 열린 홍콩 반환 23주년 기념 국기 게양식에 참석해 건배 제안을 하고 있다(출처: 뉴시스)

서울로 이전 방침을 정한 이유는 홍콩보안법이 시행되면서 언론사의 활동이 불안해졌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가 왜 아시아 정보의 중심지로 손꼽히는 도쿄가 아닌 서울을 택했는 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코로나19 상황이 일본보다 낫고 외국 언론사 활동이 더 용이하다고 판단하지 않았나라는 추측론이 무성하다.

홍콩에 위치한 글로벌 기업들과 언론사들을 유치하기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과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제 전문가들은 더 늦기 전에 경제금융특구 지정을 통해 이번이 글로벌 기업들을 유치하고 금융 인적자원들을 데려올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한다.

현재로선 외국인 생활 편의성, 세재 혜택, 영어생활 환경 등을 따져볼 때 서울보다는 싱가포르와 도쿄가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미 탈홍콩이 이어지면서 뉴욕·런던과 함께 3대 금융시장을 형성하던 홍콩 금융산업의 쇠락은 시작되고 있다며 한국도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국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홍콩의 이상 기류에 주목하며 탈홍콩 유치에 총력전을 펼쳐야 할 때라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으로서는 미국을 등한시할 수 없고 중국과의 협력적 전략 동반자의 길도 포기할 수 없는 노릇이어서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정책적 고민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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