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휘 “제도의 한계… 임명 강행 시 어쩔 수 없어”

최요한 “박지원보다 통합당이 제 역할할지가 더 문제”

주호영 논란엔 “레드 콤플렉스 자극” vs “전통적 안보관”

“50년 전의 학교 입학 문제, 이걸 누가 증명할 수 있느냐”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오는 27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검증을 둘러싼 여야 간 ‘기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관련 전문가들은 “박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21일 오후 천지TV의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박상병의 이슈펀치(80회)’에서는 ‘박지원, 죽느냐? 사느냐?’를 주제로 다뤘다. 고정 패널인 이상휘 세명대 교수는 “미래통합당은 현재 박 후보자에게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것 같은데, 제도적으로 안 된다”면서 “야당이 청문보고서를 채택 안한다 하더라도 대통령이 임명강행하면 어쩔 수 없다.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이유를 댔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통합당의 입장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의 한계점이라든지, 향후에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 대북정책의 실패 가능성 등을 메시지화하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 더 실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한 발 나아가 “박 후보자가 살고 죽는 문제보다도 되려 통합당이 청문회에서 자기의 역할을 하느냐 마느냐, 그런 역할 자체를 할 수 있느냐가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상병의 이슈펀치. ⓒ천지일보 2020.7.14
박상병의 이슈펀치. ⓒ천지일보 2020.7.14

◆주호영 “박지원, 적과 내통한 사람” 발언 논란

아울러 박 후보자를 두고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적과 내통하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써서 파장이 일고 있는 데 대해 과연 현 시점에서 이런 비판이 적절한지도 짚어봤다.

앞서 지난 19일 주 원내대표는 서울 이화동 이화장에서 열린 이승만 전 대통령 55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적과 친분 있는 분이 국정원을 맡아서야 되겠는가”라며 “문재인 정부가 박 전 의원을 국정원장으로 내정한 것은 적과 내통하는 사람을 임명한 것”이라며 발언해 문제가 됐다.

과거 박 후보자가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에 미국 달러화를 송금한 사건으로 징역형을 살았던 과거 등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문 대통령이 “아무리 야당이라고 해도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가 있느냐”면서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고, 주 원내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아니라 달을 봐 달라”라면서 “국정원장을 친북 인사로 채우면 대북정책 실패가 없던 일이 되고 한반도 평화가 바로 이루어지는가”라고 맞섰다.

최 시사평론가는 “실제로 대한민국에서 ‘간첩이다’ ‘빨갱이다’ 이런 말은 극우적 시각으로 상대방을 부정하는 단어”라며 “역사적으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싸웠는데도 빨갱이로 몰려 목숨을 잃은 사람이 많다. 우리로선 그런 트라우마가 크다”고 비판했다.

이어 “주 원내대표가 달을 보라고 한건지 손가락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는 예전과 같은 레드컴플렉스를 자극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얘기하면 안 된다. 우리 안보 상황에도 해를 끼치는 발언”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반면 이 교수는 “야당의 입장으로선 할 수 있는 얘기다. 해방이후에 보수정권을 만들었고 그런 틀과 체제 속에서 벌써 70년 세월이 흘렀다”면서 “우리가 갖고 있는 체제에 맞춰 정책을 취해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남북 간 체제 경쟁이 끝났다고는 하지만, 전쟁이라는 것이 대포소리가 멈췄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다. 완전히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라며 “평화를 얘기할 수 있지만 평화를 전제로 해서 초병을 없앨 수는 없다. 전통적인 안보관이고, 그것을 극우로 매도해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무소속 박지원 의원이 2일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10.2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 ⓒ천지일보 DB

◆박지원, 불법 정치자금·학력 의혹… “선택과 집중해야”

이뿐 아니라 논란이 일고 있는 박 후보자의 불법 정치자금과 학력 문제, 자녀의 병역 등과 대해서도 주목했다.

불법 정치자금과 관련해선 모 업체 대표 A씨가 증인으로 채택된 상황이다. A씨는 박 후보자에게 5000만원을 빌려주고 5년 동안 돌려받지 않은 고액 후원자로 청문회에 참석해 각종 질문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학력 문제에 대해선 박 후보자는 1965년 4월 15일에 입대해 1967년 9월 23일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전역했다고 밝혔으나,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단국대 졸업증명서에선 1965년 9월 1일에 입학해 3학기 만인 1967년 2월 28일에 졸업했다고 기재돼있어 문제가 됐다.

박 후보자는 현역 사병으로 복무 중 부대장의 배려로 단국대에 편입해 졸업했다고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통합당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불법 황제복무’이자 학위 부정취득에 해당한다며 각을 세우고 있다.

이 교수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자리인 만큼 그 사람의 자질을 봐야 된다는 것은 맞다”면서도 “50년 전에 있었던 학교 입학 문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65년의 일 같으면 이걸 누가 증명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통합당에 조언을 한다면 버릴 것은 버리는 등 선택과 집중을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최 시사평론가는 “한국전쟁이 끝난 지 15년 지난 시점이다. 모든 국가적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을 때다. 심지어 지금도 그런 부분이 많다”면서 “물론 야당에선 문제 제기할 수 있다고 보지만, 이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7.2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7.21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