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용 칼럼니스트 

 

“공부를 어떻게 해야 잘하죠?”라는 학부모들의 질문을 많이 받는다. “초·중·고 공부는 사교육이 필요 없는 난이도입니다. 학교 수업을 잘 보고 잘 듣는 게 공부의 기본입니다”라고 이야기하면 잘 믿지 않는다. 학교 근무할 때 사교육 없이 스스로 공부하며 전교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학생을 많이 봤다. 학력고사 시대 전국 수석을 차지한 학생은 한결같이 “교과서 위주로 학교 공부에 충실했어요”라고 했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실제로 맞는 말이다. 공부의 기본은 학교 공부에 충실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제대로 등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스스로 공부법이 중요시 된다.

필자는 정보 과목 특성상 주로 중학교 1학년을 가르쳤다. 중학생이 된 후 첫 수업에서 경청하는 자세가 남다른 학생이 한 반에 1~2명씩 목격된다. 중간고사가 끝난 후 전교 석차를 보면 이 학생들 대부분이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그 성적이 3년간 이어진다. 한순간도 교사에게서 눈과 귀를 떼지 않고 수업을 잘 듣는 학생과 딴짓하며 집중하지 않는 학생의 태도를 통해 그 학생이 공부를 잘할지, 못할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수업을 경청하는 자세는 석차와 반드시 비례한다.

학교 수업만으로 상위권을 유지하는 방법은 교사의 수업을 잘 듣고, 잘 보고, 잘 기록하면 된다. 상위권 학생은 수업 중에 항상 필기도구를 손에 들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공부는 눈과 귀와 손을 같이 사용하면 오래 기억에 남고 이해가 쉽게 된다. 눈과 손을 움직이지 않고 귀만 갖고 들으면 집중력이 떨어진다. 학교 수업을 집중해서 듣지 않으니 사교육으로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다시 배우는 학생이 많다. 소수의 인원이 모여 공부에 집중할 환경이 만들어진 학원에서 공부가 잘되니 공부는 학원이 잘 가르친다고 착각하게 된다.

이러한 착각은 다시 학교에서 집중하지 않는 잘못된 수업 태도로 이어진다. 학교 수업은 친구들과 노는 시간, 장난치는 시간, 교사에게 자신의 반항심을 내보이는 시간, 집에서 밤새워 공부하고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시간이 된다. 내신에 들어가는 학교 시험은 교사가 문제를 낸다. 시험 문제를 내는 교사의 수업은 잘 듣지 않고, 교사가 어떤 시험 문제를 낼지 2배수, 5배수의 문제를 푸는 사교육에 매달리는 건 비효율적인 공부방법이다. 이런 아이의 부모가 학교 공부에 집중하면 안 들여도 될 사교육비를 지출하며 공교육을 탓한다.

수업 시간에 집중력을 높이려면 교사의 얼굴을 쳐다보며 수업을 듣는 게 첫 번째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말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잘 듣게 된다. 시선과 귀가 한 방향으로 일치할 때 이해력이 70%까지 향상된다고 한다. 집중력이 높아 이해력이 향상되면 자연스럽게 기억력에도 영향을 끼친다. 이해가 안 되는 문항을 억지로 외우면 곧 기억에서 사라진다. 중요한 내용이기 때문에 시험에 나온다고 문제를 가르쳐 준 후 문제를 내도 틀리는 아이들이 많다. 이해하지 않고 억지로 외우니 막상 시험 시간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학습량이 많아져 기억력이 더욱 중요해진다. 기억력을 높이기 위해서 집중력을 길러야 한다.

두 번째는 손에 항상 펜을 들고 필기를 해야 한다. 손에 볼펜을 들고 있으면 필기 이외의 불필요한 행동을 덜 하게 된다. 눈과 귀와 손이 한 방향으로 일치할 때는 이해력이 90%까지 올라간다. 수업 시간에 손톱을 물어뜯는 것과 같은 습관성 버릇이 있는 아이는 주의집중력이 떨어져 성적도 하위권을 맴돈다. 이런 아이들은 두 손을 깍지낀 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수업을 듣는 자세를 가르치는 게 좋다. 손의 움직임이 제한되면 자연스럽게 집중력이 올라간다.

저학년의 경우 수업에 경청하는 자세는 특히 더 중요하다. 시험 문제를 내보면 아이들이 문제에 나온 어휘를 이해하지 못한다. 문제를 읽고 이해하지 못하니 답을 찾는 건 수수께끼같이 어렵다. 수업 시간에 어휘에 대한 설명을 잘 듣고 이해하면 시험 문제가 쉽게 느껴진다. 사교육으로 문제 푸는 방법만 숙달시키려 하니 공부에 흥미를 잃고 수업이 재미가 없다. 수업이 재미가 없으니 집중을 안 해 어휘를 이해하지 못한다. 학원에서 문제를 통째로 외워 점수를 높이도록 배우니 공부가 어렵고 힘든 악순환이 반복된다. 어휘력은 부모가 일상 대화에서 아이의 사소한 질문에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가고 설명을 해주면 더 빨리 길러진다. 어릴 때 공부 습관을 잘 길러주면 굳이 사교육비에 허리가 휠 필요가 없다. “공부해!”라고 소리치고 학원을 보낼 시간에 아이 손을 잡고 도서관을 같이 가 공부 습관을 길러주는 게 더 좋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