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와당연구가

고구려 고분 벽화에 그려진 풍속도를 보면 너무 재미있다. 무용총의 춤추는 여인들, 호랑이를 사냥하는 무사들, 씨름도, 우물가 여인들의 그림은 모두 해학적이다. 얼굴 표정이나 율동에서는 재미난 동심의 나라에 온 듯 착각에 빠진다.

남녀 간의 사랑도 다른 봉건국가와는 달리 신분의 차이가 없었다. 비록 봉건체제였지만 계층 간 차별이 엄격했던 사회는 아니었던 것 같다. 산상왕(山上王)의 소비(小妃)는 주통촌 출신의 하층계급이었다. 왕이 왕비 몰래 잠행해 이곳을 드나들다 자식을 잉태하자 궁중으로 데려갔다. 태어난 아들이 바로 고구려 11대 왕 동천왕(東川王)이다.

대표적인 설화는 바로 바보온달과 평강공주 얘기가 아닌가 싶다. 평강은 왕의 딸이었으나 온달은 서민계급의 가난한 노총각이었다. 두 남녀의 사랑은 백제나 신라 사회에서는 불가능했던 결실이었다. 국가는 강성했으나 민초의 설화 속에는 해학이 넘쳐난다.

고구려 용(龍)은 전쟁의 영웅 치우, 즉 전사의 얼굴로 시작됐지만 후에는 매우 해학적인 모양으로 변한다. 위엄을 보이면서 고구려인의 모든 웃음을 다 담고 있다. 그들은 이를 형상으로 만들어 악귀를 쫓는 신앙의 주체로 삼았던 것이다.

웃는 용면 ⓒ천지일보 2020.7.21
웃는 용면 ⓒ천지일보 2020.7.21

여기에 소개하는 와당의 용 얼굴은 다른 유물에 비해 유머러스하다. 입체감이 부족하고 장식성이 강해 6세기 중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이마에는 뾰족한 뿔이 있는데 다른 용면와당에 비해 간략화 된 문양이다. 눈은 입체감 있게 불거져 크게 돌출돼 놀란 표정이다. 그런데 눈에는 삼산형의 장식을 가미해 두드러지게 표현했다. 코는 들창코로 상면에는 3개의 장식이 있는데 이는 고구려 와당에서 흔히 나타나는 양식이다.

입은 양옆으로 크게 벌려 있으며 날카로운 송곳니와 3개씩의 치아가 표현됐다. 입가에는 선조문 장식이 있는데 수염으로 보이며 화염문은 아니다. 주연은 아무 무늬가 없지만 간략화 된 문양은 시기가 떨어짐을 얘기해준다. 색깔은 적색이며 모래가 섞이지 않는 경질이다. 국내성 안 건물지 출토. 경 15.5㎝, 두께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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