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길이가 8.5m에 달하는 조선시대 사람들이 꿈꾸던 이상향을 그린 ‘이인문 필 강산무진도(보물 제2029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천지일보 2020.7.20
전체 길이가 8.5m에 달하는 조선시대 사람들이 꿈꾸던 이상향을 그린 ‘이인문 필 강산무진도(보물 제2029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천지일보 2020.7.20

‘새 보물 납시었네’ 특별展
국립중앙박물관·문화재청 공동 주최
최대 규모로 국보·보물 공개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국보와 보물, 오늘을 살아가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국립중앙박물관의 ‘새 보물 납시었네’ 특별전 전시장 안의 짧은 문구가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우리 역사의 오래된 기억을 품은 문화유산, 옛사람들이 물아일체의 경지로 빚어낸 예술품, 간절한 염원이 담긴 불교 문화재 등은 저마다의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국보와 보물은 우리 문화유산의 고갱이였다.

국립중앙박물관과 문화재청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특별전은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지정된 국보·보물 157건 중 83건 196점을 공개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국보와 보물 공개 전시로는 사상 최대 규모이며, 9월 27일까지 열린다. 전시는 기관·개인·사찰 등 문화재 대여 기관만 총 34곳이나 되는 만큼 평소에 한자리에서 보기 힘들었던 우리 문화를 대표하는 국보와 보물이 새롭게 납시는 자리였다. 전시는 ‘역사를 지키다’ ‘예술을 펼치다’ ‘염원을 담다’ 등 3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국보로 승격된 ‘삼국사기(국보 제322-1호, 옥산서원 소장) ⓒ천지일보 2020.7.20
국보로 승격된 ‘삼국사기(국보 제322-1호, 옥산서원 소장) ⓒ천지일보 2020.7.20

◆드디어 국보된 기록유산

역사는 지나온 시간의 기록이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옛것을 배우고 익혀 새롭게 깨닫고자 했다. 역사를 기록하는 것은 매우 중요했는데, 조선시대에 인쇄술 발달로 다양한 기록물이 남겨졌다. 우리의 기록유산은 지나간 일의 증거이자 올바른 역사를 남기려고 했던 선조들의 의지가 담겼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국보로 승격된 ‘삼국사기(국보 제322-1호, 옥산서원 소장)’와 ‘삼국유사’ 권1~2(국보 제306-3호, 연세대학교 소장)가 공개돼 이목을 받았다.

삼국사기는 1145(고려 인종23)년 김부식이 기전체(紀傳體)로 쓴 삼국시대 역사서로 지대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국보로 지정된 이 책에는 고려시대에 처음 새긴 원판과 조선 태조(재위 1392~1398) 때 다시 한 번 새긴 목판, 중종(재위 1506~1544) 때에 또다시 만들어진 목판 등 세 가지 목판에서 인출한 부분이 함께 남아있다. 삼국유사는 1281(충렬왕 7)년에 일연(一然)이 편찬한 역사서로 한국 고대 역사, 지리, 문학, 종교, 언어, 민속, 사상을 총망라한 사료의 보고이다.

조선 태조부터 철종까지 472년의 역사를 기록한 ‘조선왕조실록(국보 제151호, 국립고궁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등 소장)’도 공개됐다. 인쇄 문화의 발전을 보여주는 ‘송조표전총류’ 권6~11(보물 제1989호, 개인 소장), 그림을 기록의 수단으로 적극 활용한 왕실 행사 기록화 ‘기사계첩(국보 제325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도 선보였다.

국보 제325호 '기사계첩', 조선 1719~1720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출처: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0.7.20
국보 제325호 '기사계첩', 조선 1719~1720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출처: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0.7.20

◆보물된 풍속화와 실경산수화

우리에게 과거 체험을 확장시켜주는 보다 친절한 길잡이는 우리 강산의 모습을 담은 조선시대 실경산수화와 풍속화이다. 특히 정선의 진면목을 여실히 보여주는 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 실경산수화 여러 점이 보물로 지정됐다.

조선시대에서 가장 많이 그림으로 제작된 명승지는 금강산과 한양 부근이었다. 화가 정선은 최고 명승지로 손꼽히는 금강산 그림으로 당대 최고 산수화가라는 화명(畵名)을 얻었다. 내금강 전모를 한 폭에 담아낸 ‘풍악내산총람도’, 금강산과 가는 여정의 명소를 그린 ‘해악전신첩’에서 그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풍악내산총람도’는 녹색·황색·적색·흰색 등 채색이 어우러졌다. 단풍으로 물든 내금강의 풍경은 고풍스러웠다. 풍악산은 금강산의 여러 이름 가운데 가을 금강산을 뜻한다.

또 전체 길이가 8.5m에 달하는, 조선시대 사람들이 꿈꾸던 이상향을 그린 ‘이인문 필 강산무진도(보물 제2029호,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도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국보 제327호, 부여 왕흥사지 출토 사리기, 백제 577년,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소장 (출처: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0.7.20
국보 제327호, 부여 왕흥사지 출토 사리기, 백제 577년,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소장 (출처: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0.7.20

◆국보·보물로 지정된 불교문화재의 위상

우리나라 국보·보물의 절반이 넘는 불교문화재의 위상도 엿볼 수 있다. 불교는 오랜 세월 한국인과 함께하면서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도와주며 문화를 풍요롭게 해준 정신적 토대였다. 사람들은 사찰을 세우고 탑을 건립하며 법당에 불상과 불화를 봉안하고 경전을 간행했고 사리장엄구에는 개인과 왕실의 안녕을 바라는 발원자의 염원을 담았다.

가장 오래된 사리장엄구인 ‘부여 왕흥사지 출토 사리기(국보 제327호,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소장)’는 백제시대 불교 신앙과 정교한 공예 기술의 극치를 보여줬다. 불교 경전을 인쇄하기 위해 새긴 ‘묘법연화경 목판(보물 제1961호, 개심사 소장)’ 등 불교 경전과 서적도 다수 전시돼 우리나라 불교 기록문화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었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은 “이번 전시는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기 위해 마련했다. 전시를 준비하는 이와 관람객 모두 우리 문화재의 가치를 깨닫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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