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맹기 서강대 언론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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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9 대선이 끝나자마자 청와대가 시작해도 될까 말까 한 큰 프로젝트를 레임덕이 한참 진행되는 동안 슬그머니 꺼낸다. 지금까지 많은 문제가 한꺼번에 봇물처럼 터진 상태에서 ‘한국판 뉴딜’이 발표된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경제정책에 문제가 없었는가? 경제 정책도 이성과 합리성에 맞아야 하고, 진정성이 느껴져야 국민들도 함께한다. 아니면 국민 세금으로 퍼주기 하자는 것, 즉 눈먼 돈 뿌리자는 형국이 된다.

과거와 같이 홍위병 선전, 선동, 세뇌, 동원해 주는 언론이 탄탄하게 밀어주면 가능할지 모른다. 이젠 그런 언론이 다 각자 도생하는 분위기이다. 공영언론은 자기 치다꺼리도 바쁘다. 조선일보에 나온 이병태 KAIST 교수는 〈‘소주성’ 특위는 국민을 속이고 있다〉라고 했다. ‘일자리 정부’라고 시작한 청와대 상황판 일자리가 난망이다. 이 교수는 이 글에서 “2017~2019년 OECD 국가 실업률을 보면 37국 중 터키, 아이슬란드, 한국, 멕시코, 스웨덴 5곳을 제외한 32국은 실업률이 줄었다. 한국만 예외적으로 고용이 약화한 국가였던 셈이다”라고 했다.

무엇이 문제일까? 청와대가 주택 정책을 내놓은 것이 22개이다. 그 사이 시장은 죽고, 청와대와 국토부 목소리만 높였다. 시장은 원래 자기 검증원리(self righting principle)가 있다. 자기 검증원리에 따라 시장은 이성과 합리성이 작동한다. 섣불리 청와대가 개입하면서, 시장은 패닉 상태로 변해있다. 가장 타격을 받은 곳은 청와대 언저리에 있는 공기업과 공영 언론이다.

청와대는 목마른 언론 공기업에 무엇을 해줄 것처럼 이들을 나팔수, 부역자로 부렸다. 언론노조는 청와대의 뜻대로 알아서 자발적으로 봉사했다. 지금 공기업마다 부채 덩어리로 운영하고 있다. 2019년 한국전력 공사는 -2조 2635억원, 국민건강보험공단 -3조 6266억이다. 한국전력공사는 2016년 대비 2019년 -9조 4118억원 적자를 보고 있다. 脫원전으로 청와대가 중국 코드 맞추다 일어난 일이다.

KBS도 올해 1000억원대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는 759억의 적자를 냈다. 나팔수 역할을 톡톡히 하던 서울신문과 YTN은 민영화의 질곡에서 멈춰있다. 기자협회보 김고은 기자는 “정부가 서울신문 지분 매각 방침을 밝힌 데 이어 공기업이 보유한 YTN 지분 매각을 검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언론계가 술렁이고 있다. 오랜 시간 공적 소유구조를 유지해온 언론사의 민영화 문제가 예기치 못한 시점에 툭 불거졌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인건비로 봐도 ‘2020 경영혁신안’에 따르면 KBS의 인건비 비중은 36.3%로 MBC(21.7%), SBS(15.1%)보다 많다. 인건비가 30% 넘어가는 회사는 비정상적이다. 나팔수, 부역자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단단한 회사가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생존 방식을 상실한 것이다.

공기업 부채도 따지고 보면 자유와 독립에 문제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청와대에 기댄다고 시장이 살려주는 것이 아니다. 조직은 항상 자기 정화(purification)를 해야 하고, 노동의 연성을 유지해야 하고, 노동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시장이 작동하면 자동조절 기능을 한다. 섣부른 정치권력의 개입은 조직을 망치고, 시장 작동을 멈추게 한다.

정철환 조선일보 기자는 ‘10년 누적 적자 1조, 우체국의 눈물’이라고 했다. 사업성과는 없고, 강성 노조는 공기업 사업장을 망치고 있다. 노조의 체질에 경쟁력이 있을 이유가 없다. 공기업 우체국은 시장에 밀려 다른 공기업과 같이 사경을 헤매고 있다. 정철환 기자는 이 글에서 “2012년 기업 우편물 배송 시장에서 CJ 대한통운, 한진택배, 롯데택배 등 대기업과 경쟁이 심해지면서 우체국 시장점유율과 수익성이 동반 하락했다”라고 했다. 또한 “정부는 올 들어 ‘2023년 이후 우편 물량이 13억~18억 통 수준으로 줄고, 비정규직 집배원 정규직화와 임금 상승으로 인건비는 매년 1000억 원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했다. 기업의 생존은 시장 원리가 필요한 이유이다.

공기업이 흔들린다. 공기업이 흔들리고, 나팔수 언론이 받쳐줄 힘이 없다.

이 때 청와대의 여론몰이가 시작된다. 받쳐줄 사람도 없는데 청와대는 과거 모양 선전, 선동, 세뇌, 동원하려고 설친다. 7월 14일 ‘제7차 비상경제회의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 대회’를 발표한 것이다. ‘6년간 160조’를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2025년까지 국고 114조원을 직접투자하고, 민간과 지자체까지 포함해 약 160조 투자가 된다고 한다.

마치 레닌의 1920년대 초 신경제정책(New Economic Policy)과 같고, 북한의 계획경제와 같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계획경제를 한 것이 아니라, 경제계획을 했다.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판 뉴딜’ 청와대 프로그램이 실현 가능할까? 사통팔달로 뚫려있는 사회에서 눈먼 돈을 퍼 붙는다고 경제가 살아날 이유가 없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이념과 코드에 맞춰 공기업 뿌려주고, 고용 늘린다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쇼를 할 것이다.

시장의 역동성은 청와대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한국판 뉴딜’ 전력 계획 워킹그룹 총괄위원장인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조선일보에 나와 “태양광이 늘수록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는 중국산 수입은 느는 반면 우리 기업들 매출·고용은 줄고, 풍력 역시 덴마크·독일 기업 매출만 늘려왔다”라고 강변했다. 죽 쒀서 x준 꼴이다. 철 지난 사회주의 끌고 와서 ‘한국판 뉴딜’이라고 했다. 청와대 뒤치다꺼리하다, 나팔수 언론도, 공기업도 지쳐 있다. 이젠 그들이 길거리로 나설 판이다. 이래저래 ‘한국판 뉴딜’은 계륵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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