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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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 정부의 최고 책임자라면 미국의 11월 3일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이기길 바랄까 라는 재미있는 상상을 해본다. 트럼프의 재선을 바랄까 아니면 바이든의 승리를 바랄까. 이는 중국의 대미 정책의 향후 4년을 전개하는 데 중요한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에 그렇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통찰력 있는 지도자라면, 그리고 진정 중국이 갈망하는 미국을 극복할 호시대를 결정적으로 영위 하고자 한다면 트럼프가 당선되기를 진정 바라지 않을까 싶다.

시대의 이단아 같은 행동을 하는 트럼프의 정책들과 실시간으로 써대는 트위터 내용들은 다방면에서 예측이 가능하다. 6700만명의 트위터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다. 전통적인 미국의 대통령과는 확연히 다르게 즉흥적이다. 자기 이익 중심의 사고의 전형인 트럼프의 모든 정치적 행위들은 복선(伏線)을 깔았다. 그러나 영민한 중국의 집단지도체제 속에서 몇 번의 의사결정과정만을 갖는다면 단기 중기 장기의 적절한 대안을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기에도 그렇다. 트럼프의 협상의 기술은 자기가 세계 최고의 협상가이고, 협상을 할 때 언제든 협상장을 떠날 준비를 하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말뿐이다. 오히려 협상전과 진행 중에는 속내를 쉽게 노출 시키지 않는 것이 상식적으로 중요한 협상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 먼저 속내를 내비치고 있어 중국과 같은 상(商)나라 후예들은 결코 쉽게 당하지 않는다. 물론 대중관세를 25% 상향시켰다. 중국공산당원 9000만명 미국입국 금지까지 단행하겠다고 한다. 중국이 그렇게 민감하게 여기는 신장위구르 인권법에 서명한다든지, 이전의 미국 대통령에서 볼 수 없었던 행동들을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모든 것들도 진정성보다는 상업적 전술전략차원에서 단행하는 것들이다. 중국이 당근만 주면 언제든 철회도 가능하다는 생각을 만들어 주고 있다. 한마디로 수시로 흥정이 가능한 대상이다. 물건 구매과정에서 가격만 맞으면 매매가 이루어진다. 트럼프에게는 정의와 이념 국제적 규범 보다는 네가 대장이고, 네 가격이 좋다 라고 인정하면 끝난다 라는 생각을 갖게 해준다. 중국과 그렇게 싸우는 과정에서도 존 볼튼이 폭로 했듯이 겉과 속이 다르게 자기 이익만을 위해 지역구 미국 농산물 사달라고 비공식적 자리에서 시진핑에게 간청했다는 것이 아닌가.

얼마나 전략적이지 못한지는 유럽과 아시아 북미 중남미에서도 왕따를 자초하는 것이 아닌가. 한국과 일본 유럽은 전통적 우방들인데 미국예산에서 조족지혈에 불과한 방위비 때문에 관계상 상호 균혈을 자초하고 있다. 동맹과 연합보다는 말만 동맹이지 각자 알아서 하라고 하는 것과 똑같다. 남중국해에서 동남아 국가와 중국과의 분쟁에는 연대보다는 각국대응을 그저 지켜보고만 있다. 대중압박은 말뿐이고 적전 분열을 전(全)지구적으로 단행한다. 중국지도부라면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즉흥적 발언들은 중국인들을 더욱 단결시키고 중국 공산당이 국내 정치와 인민 단결을 도모하는 외부의 적을 활용하는 도구로 전락했다. 그런데 지금 여론에서 10% 앞서는 바이든이 부상하니 중국이 또 하나의 숙제를 해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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