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미디어 함께 만들어요 
인터넷 공동 헌장 통해 서로 감시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누군가 자기 안방에 오물을 투척하고 갔는데도 ‘내가 한 일이 아니다’라며 방관하는 집주인은 없다.”

최근 선정적인 기사와 광고 게재로 지적을 받고 있는 포털사이트와 언론사 사이트들의 문제를 해결할 방안에 대해 언급하던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박정섭 인터넷문화확산팀 팀장님의 말이다.

공공장소로도 대변될 수 있는 언론사와 포털사들의 이 같은 선정성 문제를 꼬집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포털사와 언론사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는 스스로 클린 미디어를 만들겠다고 주창하고 있는 M언론사나 포털사들도 마찬가지다.

청소년도 쉽게 접속할 수 있어 그 문제가 더 심각한 언론사와 포털사의 안방이 진정 ‘클린 미디어’의 모습을 갖추기 위한 방법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본다.

◆ 깨끗한 안방을 유지하려는 ‘주인정신’ 필요

박 팀장은 “진정한 집주인이라면 위와 같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 ‘모르쇠’로 일관하며 오물을 투척한 사람을 탓하고만 있는 게 아니라 주인정신을 발휘해 그 오물을 치울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 발생의 근원지라 할 수 있는 언론사와 포털사는 주인정신은커녕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언론사는 ‘광고 대행사에서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포털사도 마찬가지로 ‘기사 선택은 언론사들이 하는 것이라 어쩔 수 없다’는 답변뿐이다. 이렇게 서로 방패막이 삼아 피하기보다는 자신의 집은 자신이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박 팀장의 주장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이응재 인터넷문화기획팀 팀장도 이와 맥락을 같이 했다. 그는 “제도적인 것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 같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외적인 규제보다는 자율적인 정화 노력”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언론사에 게재되는 선정적인 광고 부분에 대해서는 “언론사가 광고 대행사에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언론사 스스로 노력한다면 선정적인 광고를 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공동의 가치 담은 ‘인터넷 헌장’ 마련… 함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중요

박정섭 팀장은 “청소년의 유해사이트 접속을 차단하기 위해서도 이미 ‘인터넷 실명제’라는 것을 도입했지만 이 제도가 사실상 청소년을 지켜주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방적으로 만들어진 제도보다는 인터넷 사용자, 언론사, 포털사 등 모든 국민이 합의할 수 있는 공동 가치를 정하고 그것을 지키자고 제안했다.

즉 모두가 가장 보호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합의한 ‘인터넷 헌장’ 같은 것을 마련해 보자는 것이다.

이 헌장을 통해 ‘왜 누구나 볼 수 있고 접속할 수 있는 자유로운 인터넷상에서 선정적인 기사와 광고를 막으려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마련하고 서로에게 이해시킨다면 언론사도, 포털사도, 광고 대행사도 스스로 노력하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이트든 ‘3개월 평균 방문자 수가 10만 명 이상인 곳은 청소년에게 유해한 광고나 기사를 게재할 수 없다’는 헌장을 만들고 이를 어겼을 시 페널티를 적용하거나 처벌을 받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헌장을 기준으로 언론사, 포털사 관계없이 모두가 약속을 지킬 수 있게 하자는 게 그의 주장이다.

아울러 그는 “이 헌장도 좋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스스로 노력하는 ‘주인정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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