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손성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현지시간) 2차 북미정상회담장인 하노이 회담장 메트로폴 호텔에서 만나 만찬을 하고 있다. (출처: 백악관 트위터)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현지시간) 2차 북미정상회담장인 하노이 회담장 메트로폴 호텔에서 만나 만찬을 하고 있다. (출처: 백악관 트위터)

폼페이오 “성취할 게 없으면 북미회담 없을 것”

카지아니스 국장, 北에 ‘종전선언’ 가능성 제기

전문가 “美 여론 비판 감안하면 추진 어려울 듯”

“북미회담 가능성↓… 대북메시지, 상황관리 차원”

“美대선 불투명, 北도 북미관계 장기적 대비 의도”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오는 11월 미국 대선 전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 정부의 고위 인사들과 전문가들이 최근 잇따라 북미정상의 만남 가능성을 거론하면서다. 물론 비핵화 협상 관련해 ‘실질적 성과 없는 정상회담은 안하겠다’는 것이 북미 당국의 일관된 입장이지만, 한편으로는 북미 간 접촉이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는 흐름도 감지되는 분위기다.

◆폼페이오 “북미회담 가능성 낮지만 기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16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다시 대화할 의사를 표명했느냐'’라고 묻는 질문에 “공개되진 않았지만 북미 간 여러 형태로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있어서) 성취할 수 있는 무언가가 없다면 정상회담을 갖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가 북한 비핵화라는 세계의 목표를 향한 중대 조치인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자리에 도달한다면, 우리는 북미 정상을 만나게 하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 가능성’이라는 조건에 부합할 경우 북미정상회담이라는 행동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은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북미 정상이 함께 할 수 있는 지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증거를 아직 보지 못했다”고 일축했다. ‘사실상 어렵지 않겠느냐’라고 실토한 셈인데, 또 “내가 틀렸길 바라고, 우리(북미)가 대화 할 기회를 얻기를 희망한다”면서도 “우리가 그럴 것이라고 기대하진 않는다”고 밝히는 등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확대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앞서 스티브 비건 대북특별대표의 방한일인 지난 10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도 “미국은 제제 일부 해제와 영변 핵시설을 흥정하려는 어리석은 꿈을 품지 말라”면서 “미국과 대화하지 않을 것이고 올해 정상회담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제1부부장은 “북미 정상 간 결심이 있다면 또 모를 일”이라고 여지를 둔 바 있다.

◆“美정부, 北에 새로운 제안 고려 중”

아울러 이날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기류를 뒷받침할 만한 또 다른 발언이 나와 관심이 쏠렸다.

미 싱크탱크인 국익연구소(CNI) 해리 카지아니스 한국담당 국장은 미 정치매거진 ‘아메리칸 컨서버티브’에 기고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전에 북한과 합의라는 돌파구를 원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오랜 휴면 상태인 북미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가 되길 바라며 북한에 새로운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백악관 소식통 등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여러 방안들에 대해 숙고하고 있지만, 상당부분 ‘행동 대 행동’ 제안과 같은 것들”이라면서 “하나 이상의 핵생산시설 폐쇄, 핵·미사일 실험 중지 선언과 이에 상응하는 조치의 맞춤형 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조건의 안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이 이를 바로 받아들이기는 시간상으로 쉽지 않다’는 측면에서 카지아니스 국장은 가능한 조치 중 하나로 ‘종전선언’을 꼽기도 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북한과 협상이 타결된다면 올 가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기차나 비행기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의 아시아 국가 한 수도에서 3차 정상회담이 열려 합의문이 서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가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4일 보도했다. (출처: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가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4일 보도했다. (출처:연합뉴스)

◆美, 北에 종전선언 제안?… “가능성 낮아”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인식은 현재까지 평행선상에 있다. 미국은 북한의 선제적 비핵화 조치를, 북한은 미국의 우선적 대북제재 해제를 전제로 하고 있는 만큼 협상이 진전될 수 없는 구조다. 다만 북미 당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실질적인 결과가 나올 경우 폼페이오 장관이 밝힌 것처럼 정상회담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가 종전선언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면, 북한이 호응하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 앞서 김여정 제1부부장이 북미대화 재개 조건으로 ‘적대시 철회’를 협상의 틀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종전선언 문제도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한 축인데, 이와 함께 북한은 그간 한미연합훈련 중단,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중단, 제재 완화 등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조건 없이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 경우 ‘미 의회는 물론 여론의 반발까지 촉발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우선적인 비핵화조치 없이 이런 카드를 제시해 양보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나쁜 거래로 비판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내놓기 쉽지 않다”면서 “대화 여지를 남기는 등 유화적인 메시지는 북한 도발 등 상황 관리 차원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미 간 깜짝 만남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는다는 게 신 센터장의 설명이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도 통화에서 “미국은 대화를 강조하면서도 실질적인 진전이라는 표현을 썼다”면서 “북한 역시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그만큼 내놓아야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역시 마찬가지로 ‘당분간은 상황을 지켜보자’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 센터장은 “북한은 현재 트럼프 대통령 재선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북미관계를 장기적으로 보겠다는 의도인 것 같다”면서 “북미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1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미국 전역에 퍼지기 시작한 이후 공식석상에서 최초로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을 드러냈다. 2020.7.11. (출처: 뉴시스)
1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미국 전역에 퍼지기 시작한 이후 공식석상에서 최초로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을 드러냈다. 2020.7.11.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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