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등 혐의로 고소한 피해 호소인을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인이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7.1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등 혐의로 고소한 피해 호소인을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인이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7.13

조사단구성제안서 회신 안해

“사건 규명 의지 없어 보여”

“별정직·임기제도 조사 대상”

“피해자 회유시도있어” 불신

[천지일보=최빛나 기자]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서울시가 구성하려는 ‘민관합동조사단’과 관련해 여성단체들이 사실상 참여 거부 입장을 보이며 경찰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여성단체들은 서울시 관계자들이 피해자를 회유하려는 것으로 보이는 시도가 있었다면서 민관합동조사단 구성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서울시는 여성단체들을 제외하고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릴 순 있지만, 이 경우 공신력을 인정 받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7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15일과 16일 두 차례에 걸쳐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에 합동조사단 구성 제안서를 공문으로 보냈지만 회신을 받지 못했다.

두 여성단체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피해자와 지원단체는 피해자가 공무원으로서 일해 왔고 앞으로도 일해 갈 서울시가 그 동안의 잘못된 문제를 확인하고, 더 성숙한 개선을 도모할 것을 기대한다”면서 “그러나 서울시가 15일 내놓은 대책을 통해서는 본 사건을 제대로 규명할 수도, 할 의지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제시한 ‘민관합동조사단’ 참여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또한 이들은 “박원순 서울시장 재임기간에 시행된 좋은 정책과 제도와는 별개로, 또 다른 측면으로 존재했던 성차별과 성폭력을 책임 있게 조사·예방하려면 사임하거나 면직된 전 별정직, 임기제 역시 그 대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이것이 올해 7월 이후 서울시 민관합동조사단으로 가능한가”라고 반문하며 “‘박원순 정치’를 함께 이뤘던 사람들은 현재 어디에서 어떻게 책임을 통감하고, 성찰을 나누며, 개선을 도모하고 있는가. 안희정·오거돈 등 사건에서처럼 책임을 회피하고, 축소·은폐하며, 피해자를 비난하고, 2차 피해와 퇴행적 인식을 확산하는 일을 도모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또 여성단체들은 이번 사건과 관련한 경찰 수사가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서울시경찰청은 서울시청 6층에 있는 증거보전 및 수사 자료 확보를 하라”고 요구했다. 여기서 ‘6층’이란 시청 6층의 시장실을 비롯해 비서실, 정무직 공무원 사무실 등을 가리킨다.

이같이 여성단체들이 경찰의 수사 지속과 함께 증거 확보를 요구하는 것은 서울시의 민관합동조사단 구성에 대한 불신을 표현한 것으로 분석된다.

피해자 측과 그를 지원하고 있는 여성단체들은 이 사건이 공론화되기 전에 피해자가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묵살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성단체들은 “전 현직 고위 공무원, 별정직, 임기제 정무 보좌관, 비서관 중 7월 8일 피해자의 고소사실이 알려진 이후에 연락을 취하는 이들이 있다”며 “그런데 이에서 ‘책임’과 ‘사과’가 느껴지는 경우는 극히 일부”라고 비판했다.

또한 서울시 관계자들이 피해자를 회유하거나 압박하려고 시도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접촉 사례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피해자는 서울시 관계자들로부터 ▲“너를 지지한다”며 정치적 진영론이나 여성단체에 휩쓸리지 말라고 ‘조언’ ▲“힘들었겠다”고 위로하며 기자회견은 아닌 것 같다고 만류 ▲“너와 같은 여동생이 있으면 좋겠다”고 친근감을 표시하며 “그런데 OOO은 좀 이상하지 않냐”며 특정인을 지목하는 일방적 의견 제시 ▲문제는 잘 밝혀져야 한다면서 “확실한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힘들 거야”라고 말함 등의 사례를 겪었다고 전해졌다.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는 여성단체들이 합동조사단 구성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서울시는 이들을 제외한 다른 단체나 전문가들을 섭외해 조사단을 구성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 경우 피해자 조사가 부족한 반쪽짜리 조사가 될 수 있고, 이에 따라 공신력을 인정받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김태균 서울시 행정국장은 여성단체들의 증거보전 요구와 관련해 “(6층 사무실들이) 이미 폐쇄됐고 통제된 상태”라고 밝혔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11일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제공: 서울시) ⓒ천지일보 2020.7.1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11일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제공: 서울시) ⓒ천지일보 202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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