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 등으로 고소한 피해여성을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피해여성을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 초대한 스마트폰 화면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7.1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 등으로 고소한 피해여성을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피해여성을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 초대한 스마트폰 화면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7.13

시장 낮잠 깨우는 역할, 혈압 체크도 비서 업무로

[천지일보=최빛나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전직 비서 A씨의 인사이동 요청을 만류하고 승인하지 않았으며, A씨가 자신의 혈압을 재도록 하는 등 업무 외적인 일로 성적 괴롭힘을 가했다는 주장이 A씨 측에서 나왔다.

16일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의 피해자 A씨를 돕고 있는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서울시 진상규명조사단 발표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서면 자료를 내고 박 전 시장이 직접 A씨의 인사이동 요청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들은 A씨가 ‘승진하면 다른 부서로 이동한다’는 박 전 시장의 인사 원칙을 근거로 전보 요청을 했지만, 박 전 시장은 “비서실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며 A씨의 인사이동 요청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2016년 1월부터 반기별로 인사이동을 요청했으나 번번이 좌절되다가 지난해 7월 근무지를 이동했다고 이 단체들은 전했다.

또 이 단체들은 “시장은 건강 체크를 위해 아침, 저녁으로 혈압을 쟀는데 피해자(A씨)는 ‘가족이나 의료진이 하는 것이 맞는다’고 의견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박 시장의 심기보좌를 하는 ‘기쁨조’ 역할도 요구 받았다고 밝혔다. A씨 측에 따르면 서울시 간부 중 일부는 결재를 받기 전 비서에게 박 시장의 기분을 사전에 묻고, 결재를 받은 후 “기분 좋게 결재 받았다”고 말했다. 박 시장의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 원하는 답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비서에게 “시장의 기분을 좋게 하는 역할을 암묵적, 명시적으로 요구했다”고 밝혔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정이 13일 오전 영결식이 열리는 서울시청에 도착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7.1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정이 13일 오전 영결식이 열리는 서울시청에 도착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7.13

또한 이 단체들은 서울시청 내 시장실과 비서실은 성폭력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시장이 운동 등을 마치고 온 후 시장실에서 그대로 들어가 샤워할 때 옷장에 있는 속옷을 비서가 근처에 가져다 줘야 했다”며 “샤워를 마친 시장이 그대로 벗어두면 운동복과 속옷을 비서가 집어 봉투에 담아 시장의 집에 보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고 밝혔다.

자료에는 “시장은 시장실 내 침대가 딸린 내실에서 낮잠을 잤는데 이를 깨우는 것은 여성 비서가 해야 했다”면서 “일정을 수행하는 수행비서가 깨워 다음 일정으로 가면 효율적이지만, (서울시 관계자 등이) ‘여성 비서가 깨워야 기분 나빠하지 않으신다며’ (피해자에게) 해당 일을 요구했다”는 증언도 기재돼 있다.

앞서 피해자측 변호인과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년에 걸쳐 박 시장에게 권력에 의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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