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가 16일 개원식을 열었다. 임기 시작 후 무려 47일만의 일이며,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최악의 지각 개원이다. 오전에는 본회의에서 정보위원장을 선출했다. 이번에도 통합당은 빠진 채 민주당 의원들이 단독으로 표결을 강행했다. 거대 의석을 발판으로 단독 선출에 나서는 민주당이나, 법사위원장 아니면 맘대로 하라는 식의 통합당 행태는 해도 너무 한다. 이 싸움이 끝내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지금의 국회는 정치가 아니라 대치만 심화되고 있다. 마치 큰 전쟁을 앞두고 전열을 정비하듯 힘과 힘, 꼼수와 꼼수가 부딪히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개원 연설을 놓고 여야가 또 소모적인 논란을 벌이고 있다. 과거의 여야 반응 딱 그대로다. 달라진 게 별로 없다. 그리고 지금 국민에게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이나 대안을 놓고 여야가 제대로 논의한 적도 없다. 아니 그 새 머리를 맞댈 기회조차 많지 않았다. 시간이 없다며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민주당이나, 이렇다 할 대안도 없이 매번 반대만 하는 통합당의 행태는 20대 국회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각 국회이긴 하지만 개원식을 열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말도 쉬 나오기 어려운 이유다.

지금 전 세계가 코로나 이후의 새로운 경제질서와 사회안전망 등에 대한 논의로 뜨겁다. 독일의 선도적 모색과 일본의 후진적 행태가 시선을 모으고 있다. 이에 한국도 빠르게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앞으로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변화 그 이상의 변화를 맞게 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위기이자 기회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국민의 힘을 결집해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야 할 시대적 책무는 정치영역의 몫이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 정치권은 이러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역량이 갖춰져 있는지 참으로 의심스럽다. 역대 최악의 지각 개원도 못마땅하지만, 대화와 협상이 실종된 지금의 여야관계는 한마디로 ‘포성’만 난무하고 있다. 이 쪽이 피를 흘리면 저 쪽이 웃는 방식의 ‘제로섬 게임’의 연장에 다름 아니다. 정치가 시대의 견인차가 되기는커녕 그 진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예결특위를 포함해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석권하는 초유의 단독 국회 체제를 완성했다. 통합당은 모든 것이 민주당 독재 탓이라고 비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그 연장에서 문 대통령의 ‘한국형 뉴딜정책’이 어디로 표류할지, 공수처는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여전히 불투명하다. 민생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내년 4월의 재보선 판도 커졌다. 이래저래 21대 국회 전반기는 시작도 최악이지만 그 끝은 더 불안하고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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