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 ⓒ천지일보 2020.7.10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 ⓒ천지일보 2020.7.10

‘친형 강제입원 의혹’ 관련 허위사실공표 혐의 2심 유죄

당선무효형으로 지사직 위기… 이 지사 측, 대법에 상고

대법, 원심 깨고 무죄취지로 수원고법에 사건 돌려보내

“일부 발언 부정확하다고 허위사실 공표로 볼 수 없어”

“선거과정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공정·정확한 판단 그르칠 사실 공표한 것” 반대 의견도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사직 상실 위기에서 벗어났다. 대법원이 이 지사의 ‘친형 강제입원’ 관련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6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지사의 상고심에서 일부 유죄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토론회에서 한 친형에 대한 정신병원 강제입원 관련 발언은 상대 후보자의 질문이나 의혹 제기에 대해 답변하거나 해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며 “상대 후보자의 공격적 질문에 대해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취지의 답변 또는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표현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반대사실을 공표했다거나 전체 진술을 허위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앞서 이 지사는 2018년 KBS 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에서 상대 후보의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했죠”라는 질문에 “그런 일 없다”고 답하고, MBC 토론회에서 “저를 정신병원에 형님을 입원시키려 했다는 주장을 하고 싶은 것 같은데 사실이 아니다”라고 발언해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로 2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의 쟁점은 후보자 토론회에서 상대 후보자가 한 질문에 대해 이 지사가 이를 부인하면서 일부 사실을 진술하지 않은 답변을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의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7명의 다수의견으로 이 지사의 발언을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주재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선고공판이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0.7.1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주재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선고공판이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0.7.16

◆“토론, 즉흥적으로 이뤄져 표현 명확성에 한계 있다”

먼저 전원합의체는 2018년 대법원 판례에 근거해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활발한 토론이 보장되지 않고서는 민주주의가 존재할 수 없으므로, 특히 공적·정치적 관심사에 대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토론의 경우 질문과 답변, 주장과 반론에 의한 공방이 제한 시간 내에 즉흥적·계속적으로 이뤄지게 되므로 그 표현의 명확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국가기관이 토론과정의 모든 정치적 표현에 대해 발언의 배경이나 맥락을 보지 않고 일률적으로 엄격한 법적 책임을 부과한다면, 후보자등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후적으로 법적 책임을 부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활발한 토론을 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염려했다.

◆“선거결과 사법적 판단으로 좌우되는 것, 민주주의 훼손 위험”

아울러 “후보자 토론회의 발언을 문제 삼아 고소·고발이 이어지고 수사권 개입이 초래되면 필연적으로 수사권 중립성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된다”며 “선거결과가 최종적으로 검찰·법원 등 사법적 판단에 처해짐으로 자유로운 의사표현으로 대표자를 선출한다는 민주주의가 훼손될 위험도 있다”고도 지적했다.

또 “적극적으로 표현된 내용에 허위가 없다면 법적으로 공개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사항에 관해 일부 사실을 묵비했다는 이유만으로 전체 진술을 곧바로 허위로 평가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론 중 과정에서 한 표현이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한 것이 아닌 한 일부 부정확 또는 다소 과장됐거나 다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경우에도 허위사실 공표행위로 평가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법원은 “피고인으로서는 상대 후보자의 질문 취지나 의도를 ‘직권을 남용해 불법으로 강제입원시키려고 한 사실이 있느냐’로 해석한 다음, 그러한 평가를 부인하는 의미로 답변했다고 볼 수 있다”며 “피고인이 상대 후보자의 질문의 의미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부인 답변을 제외한 피고인의 나머지 발언에는 허위로 단정할 만한 내용이 없다”며 “피고인이 친형에 대한 강제입원절차에 관여한 사실을 언급하지 않은 채 발언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그와 같은 사실을 공개할 법적 의무를 부담하고 있지 않는 이상, 적극적으로 반대사실을 공표했다거나 전체 진술을 허위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선고공판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0.7.1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선고공판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0.7.16

◆5명의 대법관 반대의견… “공정한 판단 방해하는 발언”

이번 선고에선 박상옥·이기택·안철상·이동원·노태악 대법관 등 5명의 반대의견도 있었다.

대표 발언을 한 박상옥 대법관은 “이 지사는 해당 질문의 답변을 미리 준비했고, 특히 MBC 토론회 발언은 상대 후보 주장에 대한 답변이 아닌 일방적 해명”이라며 “단순히 부인하는 것이 아닌 지시 사실을 숨긴 것으로, 다수 의견 취지는 객관적 진실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피고인은 분당구보건소장 등에게 친형에 대한 정신병원 강제입원을 지시·독촉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상대 후보의 질문에 단순히 부인하는 답변만을 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은 숨기고,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만을 덧붙여 전체적으로 ‘피고인이 친형의 정신병원 입원 절차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선거인의 공정하고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진실에 반하는 사실을 공표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헌법상 선거운동 등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대의민주주의의 기능과 선거의 공정, 후보자간의 실질적 평등 등 선거제도의 본질적 역할과 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인정돼야 한다”며 “‘공표’의 범위를 제한하는 해석은 자칫 선거의 공정과 정치적 표현의 자유 사이의 균형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나머지 혐의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해당 혐의는 1·2심 모두 무죄로 봤다.

이날 선고에 앞서 김선수 대법관은 피고인인 이 지사의 다른 사건 변호인이었던 사정을 고려해 이 사건에 대한 회피를 신청했고, 이에 따라 김 대법관은 이 사건의 심리와 합의, 선고 등 재판에 관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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