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선아 기자]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그라운드시소 서촌에서 개막한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7.15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그라운드시소 서촌에서 개막한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7.15

그라운드시소 서촌 개관전

웹툰의 변화, 영상→전시로

대형 규모·체험으로 흥미↑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바야흐로 웹툰의 시대라고 할 만하다. 과거에 만화는 오락의 일부분이었고 특정된 대상인 어린이나 소위 마니아와 같은 팬만이 소비를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인터넷 만화인 웹툰은 드라마, 영화의 소재가 되고 더 나아가 전시의 주체가 되고 있다.

웹툰은 탄탄한 구독층을 이미 보유하고 있는데다 완성도 높은 스토리, 다양하고 참신한 소재 등을 통해 드라마나 영화 제작자들에게 흥미 있는 분야다. ‘신과 함께’의 경우 1·2편을 통해 쌍천만 영화를 만들어냈고 ‘이태원 클라쓰’는 박새로이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래서 많은 제작사들은 웹툰을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고 현재 인기 있는 웹툰 대부분은 드라마나 영화 제작 결정이 된 상태다. 이렇듯 웹툰은 단순한 만화를 넘어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매김을 했고 이제는 전시 시장 또한 노리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그라운드시소 서촌에서 개막한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7.15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그라운드시소 서촌에서 개막한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7.15

◆ 네이버 누적 30억뷰의 힘

네이버 토요일 웹툰에서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작품이 있다. 바로 이동건 작가의 ‘유미의 세포들’. 지난 2015년부터 연재를 시작한 이 작품은 30대 평범한 직장인 ‘유미’의 일상과 연애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특이한 점은 유미의 머릿속에서 바쁘게 뛰어다니는 세포들. 인간처럼 생각하고 말하는 이 세포들은 주인공 유미의 심리를 섬세하게 전달한다. 배고픔을 느끼는 ‘출출이 세포’, 유미가 연애할 때마다 등장하는 무적의 ‘프라임 사랑 세포’, 뒤늦게 후회하는 ‘뒷북 세포’ 등 여태껏 200여 가지 세포들이 등장했다.

수많은 세포를 통해 표현하는 유미의 심리는 주 구독자인 20~30대 여성들의 머릿속을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아주 탁월하다. 그래서 작가가 ‘이동건’이라는 여성의 느낌이 전혀 없는 본명으로 연재를 함에도 불구하고 구독자들은 “이동건은 여자가 분명해”라고 말할 정도다. 이에 대해 이 작가는 “여자들이 뭘 먹을 때 늘어뜨려진 머리카락이 입에 딸려 들어가는 모습, 애인과 헤어진 친구의 발언 같은 일상의 면면을 잘 기억해 써먹는다”고 설명했다.

이런 유미의 세포들이 체험형 전시로 다가왔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 그라운드시소 서촌 개관전으로 열리는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은 15일부터 내년 3월 14일까지 진행한다. 이번 특별전은 원화뿐만이 아니라 미디어아트, 쌍방향 게임 등을 함께 구성해 관람객이 직접 체험하고 다양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특별전에는 코로나19 때문에 20분씩 나눠서 미리 예매를 하고 입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개관 첫날부터 많은 관람객이 몰렸다. 특이점은 여성 관람객 외에도 남성 관람객도 많았다는 점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지성욱 미디어앤아트 대표는 “이전에 전시했던 빨강머리 앤 전시는 90% 이상이 여성 관람객이었지만 이번에는 70% 정도로 줄고 남성 관람객이 많이 늘었다”면서 “코로나 19로 사전 예약을 받고 있지만 현재 거의 매진된 상태”라고 밝혔다. 그만큼 웹툰 ‘유미의 세포들’이 가진 다양한 구독층과 인기를 엿볼 수 있다.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그라운드시소 서촌에서 개막한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7.15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그라운드시소 서촌에서 개막한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7.15

◆ 유미의 머릿속으로 쏙

특별전은 그라운드시소 서촌의 모든 층을 이용하는 대형 전시다. 3개의 층을 모두 활용해 섹션을 구분했고 그만큼 여태껏 유미의 세포들에 대한 궁금증과 흥미 모두 충족시킨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한 명이거든’이라는 주제로 이뤄진 2층은 유미에 대한 정보가 모두 담긴 ‘유미 대백과’와 이동건 작가의 인터뷰가 함께 구성돼 있다. 거기다 작품의 덕력(덕후의 공력을 나타내는 신조어)을 체크할 수 있는 ‘유미 고시’가 마련돼 있어 관람객의 흥미를 유발한다. 사실 ‘나 꽤 웹툰 열심히 봤어’라며 문제지를 보면 꽤 당황할 수 있다. 이동건 작가조차 어려워했을 난이도다. 거기다 이동건 작가의 TMI까지 있어 작품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유미에 대해 심도 깊게 알아봤다면 3층에서는 유미의 전 남자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미안하지만 나는 원칙 따져가며 일 안 해’라는 주제로 꾸민 이곳은 ‘프라임 세포’들로 꾸며져 있어 유미의 연애를 담당하고 있는 ‘사랑 세포’와 글을 쓰도록 만드는 ‘작가 세포’를 쭉 구경할 수 있다. 첫 남자친구였던 구웅부터 현재의 남자친구인 순록이까지.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유미의 전 남자친구인 바비를 샌드백에 그려놔 힘껏 칠 수 있도록 마련했다. 아마 바비를 미워하는 유미 지지자들은 이 샌드백을 그냥 지나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미디어 아트로 재구성한 유미의 방에서는 유미의 지나간 추억들을 5분 정도의 영상으로 볼 수 있어 관람객의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그라운드시소 서촌에서 개막한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7.15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그라운드시소 서촌에서 개막한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7.15

4층은 ‘오직 유미의 행복을 위해서. 포 유미’는 유미를 위해 일하는 세포 마을로 꾸몄다. 유미가 연애할 때 등장하는 ‘응큼 세포’, 화날 때 등장하는 ‘난폭 세포’, 배고픔을 참지 못하는 ‘출출이 세포’ 등 다양한 세포들로 구성 돼 있어 세포 캐릭터들과 함께 포토존으로 활용하기에 딱 알맞다. 그리고 관람객이 세포가 돼 의견을 쓸 수 있는 게시판까지 있어서 참여형 관람을 독려한다. 거기다 마음의 맷돌을 직접 돌려볼 수도 있고 유리문을 열고 야외로 나가면 명상 세포와 함께 탁 트인 인왕산 뷰를 만날 수 있다.

이렇게 오감을 즐겁게 하는 전시를 관람하다보면 티켓 값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다. 보고 나오는 관람객들마다 “혜자스럽다”라는 칭찬이 자자했다. 이번 전시를 구상한 지 대표는 “평면으로 만나는 2D의 웹툰을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익숙한 콘텐츠를 현재의 트렌드에 맞게 재구성해서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고 있는 것이 우리의 방향”이라고 밝혔다.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그라운드시소 서촌에서 개막한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7.15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그라운드시소 서촌에서 개막한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7.15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