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미모 측은 27일 오후 선학원 앞 시위를 중단하고 해산했다. ⓒ천지일보 2018.3.28
선학원. ⓒ천지일보DB

이사회, 제20대 이사장에 송운스님 선출
논란 중심에 있던 이사들 사실상 그대로
“법진 이사장 꼭두각시 될 가능성” 전망
조계종-선학원, 오랜 갈등 해결은 언제?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여직원 성추행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법진스님이 장기집권 끝에 이사장직에 물러나면서 신임 이사장에 전(前) 총무이사 송운스님이 선출됐다.

송운스님이 제20대 이사장에 선출되면서 선학원 안팎에서는 패쇄적이었던 이사회의 일부 변화를 기대하는 시각과 함께 법진스님의 꼭두각시 이사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9월 17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정덕·철오·현보·혜광·보운·영주·담교스님을 이사로 다시 선출해 이사장은 바뀌었지만 논란의 중심에 있던 이사들은 사실상 그대로인 셈으로 법진스님의 영향력이 당분간 여전할 것이라는 견해에서다.

송운스님.
송운스님.

교계 언론에 따르면 선학원 이사회(이사장 법진스님)는 지난 13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송운스님을 이사장에 선출했다. 스님은 인사말에서 “이사 스님께서 이사장 후보로 추천하시니 여러 걱정이 앞선다”며 “재단에 산적한 여러 문제를 풀어가는 데 경륜과 안정이 필요하다. 여러 이사 스님들의 뜻을 받들어 재단 발전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송운스님이 대한불교조계종(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과의 관계를 풀어가는 방향이나, 창건주‧분원장 스님을 대하는 방식이 법진스님과는 다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송운스님은 선지식으로 평가받는 조계종 전 총무원장 석주스님의 상좌로, 그의 마지막을 지킨 법상좌였기 때문이다.

반면 조계종과 선학원간의 대립 과정에서 송운스님이 법진 이사장 체제에서 주요소임을 맡아왔기 때문에 법진 이사장과 별반 다를 게 없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송운스님은 선학원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은 시기 총무이사와 범행단 총괄단장 소임을 맡았으며 종단에 제적원을 제출, 법진스님과 함께 조계종으로부터 멸빈당한 바 있다.

조계종과 선학원의 갈등은 2013년 조계종이 재단법인법을 제정하자 이에 반발한 선학원이 ‘조계종 탈종’을 선언하고 단독 법인으로 활동하면서부터다. 조계종과 선학원은 사찰운영권을 둘러싸고 법정다툼 등 마찰을 빚어 왔다. 이러한 와중 법진스님은 지난해 1월 17일 여직원을 성추한 혐의로 1심에 이어 2심 대법원에서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이사장직은 유지하게 돼 논란이 됐었다.

20대 이사장으로 선출된 송운 스님은 1960년 월정사로 출가해 1979년 선학원 이사를 시작으로 상무이사, 부이사장, 총무이사, 선학원 범행단 총괄단장, 선학원복지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임기는 오는 9월 18일부터 4년간이다.

‘선학원의 미래를 생각하는 분원장모임(선미모)’ 기원정사 설봉스님(71)이 26일 서울 종로구 한국근대불교문화기념관 2층 난간에서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법진스님과 이사들의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3.26
‘선학원의 미래를 생각하는 분원장모임(선미모)’ 기원정사 설봉스님(71)이 26일 서울 종로구 한국근대불교문화기념관 2층 난간에서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법진스님과 이사들의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8.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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