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고 최숙현 선수 동료 선수들과 미래통합당 이용 의원 등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 피해사례를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 2020.7.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고 최숙현 선수 동료 선수들과 미래통합당 이용 의원 등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 피해사례를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 2020.7.6

[천지일보=최빛나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나서서 체육계의 폭력적 환경과 구조를 변혁해줄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스포츠계의 인권보호체계 개선을 위한 권고사항을 15일 발표했다.

지난해 2월 인권위는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여성가족부(여가부)가 함께 참여하는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을 발족해 스포츠분야에서 발생하는 폭력·성폭력 사안을 중심으로 진정을 접수받았다. 그 가운데 학교나 직장 운동부에서 폭력·성폭력 피해를 체육회 등에 신고했는데, 이를 지역종목단체로 이첩한 후 아무 조치가 없다거나, 폭력 등 가해자에 대한 별다른 제재가 없어 추가 피해가 있다는 진정들이 다수 있었다.

이에 인권위는 스포츠계 폭력·성폭력 사안이 일부 단체나 기관에 한정된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고, 지난해 4월 직권으로 통합체육회 및 소속 회원(가맹)단체, 교육(지)청, 지방자치단체(지자체), 공공기관 등에 대한 확대 조사를 결정한 후 같은 해 10월까지 344개 기관의 최근 5년간 폭력·성폭력 신고 처리 사례와 이들 기관들의 선수·지도자에 대한 보호제도 및 구제체계를 조사했다.

직권조사 결과 대한체육회 및 대한장애인체육회와 회원단체 등은 반복되는 폭력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비교적 엄격한 처리 기준과 제도를 정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지키지 않는 사례가 다수였고, 지자체나 기타 공공기관은 기준조차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초·중·고교는 학생 중심의 학교폭력대응 제도 속에서만 피해구제 절차가 진행돼 지도자에 의한 가해에 대해서는 적정한 기준조차 없는 실정이고, 대학교는 학교폭력대응 제도 범위에도 포함되지 않아 자체적인 대응 수준에 머물고 있었다. 또 국민체육진흥법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로 규정된 신고 및 상담 시설 설치 운영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스포츠계가 인권보호체계를 구비하고 있지만 ▲폭력·성폭력 가해자의 신분과 소속에 따라 조사·징계처리를 하는 기관과 단체 및 징계 기준이 제각각이거나 없는 경우까지 있는 점 ▲신뢰할 수 있는 상담과 신고 창구가 미흡한 점 ▲신고하더라도 처리 지연, 사건 이첩·재이첩이 빈번해 결국 피해자의 신상이 소속 기관·단체에 쉽게 알려지거나 공정한 처리가 이뤄지지 않은 점 ▲엄격한 기준이 있음에도 자율적, 혹은 규정에 없는 이유로 징계를 쉽게 감경하는 점 ▲징계정보가 단체·기관별로 각자 혹은 부실하게 관리돼 폭력·성폭력 징계를 받은 사람들이 쉽게 활동을 재개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고 파악했다.

인권위는 스포츠계의 폭력·성폭력 피해의 상담·신고부터 조사·처리 및 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인권보호체계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것과 체육단체의 엄격하고 일관된 대응체계 마련이 우선 실천돼야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교육부 및 문체부장관에게 ▲학교와 직장 운동부 지도자와 선수의 자격기준과 재임용 평가기준, 폭력 등 징계전력 반영해 선수보호 의무를 법제화하고 시행되도록 조치할 것 ▲징계절차와 양형에 대한 통일된 기준을 마련하고 시행되도록 조치할 것 ▲체육단체와 학교의 사건처리를 정기 감사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대한체육회장과 대한장애인체육회장에게는 폭력·성폭력 사건에 대한 전문적인 통합 징계위원회를 설치하고, 징계양형에 대한 재량을 최소화할 것을 권고했다. 또 관련부처 장관 및 회장에 폭력·성폭력 신고의무를 제도화할 것과 단체별 징계정보 관리 및 공유 체계를 마련할 것 등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직권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스포츠계 폭력 근절을 위한 개선 방안을 권고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고(故) 최숙현 선수가 폭력 피해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고를 접했다”며 “피해자 개인에 대한 보호와 관계기관·단체에 대한 감시를 진행하지 못했던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 선수가 극단적 선택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되짚어보며, 일부 체육행정의 주체들만의 개혁과 실천만으로는 이와 같은 불행을 막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봤다”며 대통령이 우리 사회의 스포츠 패러다임에 대한 대전환을 직접 국가적 책무로 이끌어 줄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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