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신창원 기자]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 관련,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두 항공사의 여객기가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0.7.11
[천지일보=신창원 기자]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 관련,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두 항공사의 여객기가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0.7.11

‘벼랑 끝’ 이스타-제주항공 M&A

 

이스타 직원들 임금반납 동의… 제주항공, 정부 ‘중재’ 수용할까

유동성 위기에 인수부담 여전… 2대주주 제주도도 부정적 입장

-핵심요약-

◆이스타항공 자구책 마련 안간힘

제주항공이 미지급금을 이유로 M&A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고 있는 가운데, 이스타항공이 직원들의 임금 반납 등 자구책을 마련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동반 경영난 우려하는 제주항공

코로나19로 전 세계 항공업계가 경영에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제주항공조차 유동성 위기에 몰리고 있는 만큼 이스타항공 인수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추가 금융 지원 ‘주목’

이스타항공 인수 조건으로 정부가 지원하는 1700억원이 양사의 생존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제주항공의 입장이다. 이에 정부가 추가 금융 지원에 나설지 주목된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의 운명을 가르는 날(15일)이 밝았다. 최종적인 제주항공의 선택이 어디를 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당초 M&A 무산 가능성이 유력해 보였지만, 직원들의 임금 반납 노력에 정부의 중재까지 더해지면서 제주항공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며 제주항공조차 유동성 위기에 몰린 상황인 만큼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1700억 미지급금 천억 미만으로

앞서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에 15일까지 미지급금 해소를 포함해 선결 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제주항공이 요구한 선결 조건에는 ▲타이이스타젯 지급보증 ▲체불임금 ▲조업료와 운영비 등이다. 여기에 항공기 운항은 중단됐지만, 현재 매달 60억원가량의 리스료가 미지급금으로 계속 쌓이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부터 국내선과 국제선 운항을 모두 중단하는 결정을 내리고 현재까지 운항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사실상 디폴트(default·채무불이행) 상황이다. 보유하고 있던 현금은 이미 완전히 바닥나 완전자본잠식(-1042억원·1분기 기준) 상태며, 협력사에도 대금을 연체 중이다. 인수 협상의 단초를 제공한 체불임금도 지난 2월부터 5개월 동안 지불하지 못하고 있다.

제주항공이 미지급금을 이유로 M&A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고 있는 가운데, 이스타항공은 직원들의 임금 반납을 통한 자구책을 마련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10일 직원을 상대로 2개월치 임금 반납에 동의하는 투표를 진행한 결과, 조종사노조를 제외한 직원 1261명 중 42%가 투표에 참여해 이 중 75%가 임금 반납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이주 초 체불 임금 반납 동의서를 직원들에게 돌리는 안을 검토 중이다.

선결 조건의 하나인 태국 항공사 타이이스타젯 지급 보증 해지 문제도 해결된 것으로 전해졌다. 리스사가 계약 변경에 합의한 문건을 국토부가 인정함에 따라 사실상 리스크가 해소됐다는 게 이스타항공 측의 설명이다.

이 외에도 이스타항공 측은 협력사 등에 미지급금 감액과 납부 유예를 요청하고, 리스사에도 코로나 여파로 인한 리스료 감면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이스타항공의 미지급금 규모는 체불임금 260억원을 포함해 1700억원에 달했지만, 직원들의 임금 반납 등을 통해 최소 1000억원 미만으로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정부도 양사의 합병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노동부는 지난 8일 이스타항공 노사를 잇달아 만나 체불 임금 해소 등에 대한 의견을 듣고 직원들의 임금 반납 의지 등을 제주항공에 전달하며 중재에 나섰다.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양측을 만나 고용 안정을 강조하며, M&A 성사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이견이 있는 부분에 각 당사자가 명확하고 수용 가능한 대안을 제시해 대승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자세를 주문했다. 현재 정부는 제주항공에 이스타항공 인수시 1700억원을 지원하기로 한 상태다.

◆인수해도 고정비 지출 등 부담

제주항공은 정부의 적극적 지원과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임금 반납 동의에도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코로나19가 가져온 항공업계의 재무 위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경우 ‘인수 신중론’ 분위기가 더 우세한 것으로 전해진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항공업계가 경영에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이스타항공을 인수할 경우 제주항공도 동반 경영난을 겪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다만 이스타항공이 막판 타결을 위해 직원들의 임금 반납까지 추진하며 미지급금 규모를 낮추고 있는 데다 정부가 뒤늦게 중재에 나서면서 선결 조건 이행만 요구하기도 제주항공의 입장에선 부담스럽다. 한때 체불임금과 운항중단을 놓고 양측이 폭로전을 이어가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 M&A가 무산되는 것처럼 보였으나, 막판 극적인 타결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하지만 미지급금이 해소된다 해도 쌓여 있는 부채, 완전 잠식된 자본 등 이스타항공 유동성 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요소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스타항공의 재무적 상황은 앞으로가 더 문제다. 지난 3월 24일부터 셧다운에 돌입한 이스타항공은 운항 중단 60일을 초과한 지난 5월 23일부터 항공운항증명(AOC)까지 정지되며 매출이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설사 이스타항공을 인수한다고 해도 항공운항증명(AOC) 효력을 회복하고 사업을 정상화하려면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또다시 고정비 지출 등의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인수 이후에도 자금 투입이 지속돼야 하는데 자칫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창업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과 그 일가를 둘러싸고 있는 불법 증여 등 각종 의혹들도 부담이다.

게다가 제주항공 2대 주주인 제주도가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합병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의 재무 여건이 좋지 않고, 이스타항공 인수에 따라 금융적 위험이 있을 수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는 게 제주도의 입장이다. 제주항공은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1585억원 규모(1214만 2857주)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이스타항공 인수를 조건으로 제주항공에 지급하기로 한 1700억원도 양사가 생존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제주항공 측의 주장이다. 이에 정부가 제주항공의 입장을 반영, 추가 금융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지난해 12월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주식매매 계약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올해 3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쇼크가 항공업계를 강타하면서 이스타항공의 재무 상황을 감내하기 부담스러워진 제주항공은 인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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