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오락가락 장마기다. 한여름 더위가 몰려오기 전 장마기를 거치기 마련인데, 7월에 들어서도 흐리고 비오는 날이 계속되면서 일상생활에 날씨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이번 주말 내내 흐리겠다는 기상예보가 달갑지가 않다. 주초에 발단된 장마전선이 주중에 전국적으로 비를 뿌린다는 예보가 나왔지만 그렇다고 진종일 비가 아니라 내리다가 그치기를 반복하면서 습기가 많다보니 후덥지근한 날씨가 왠지 모르게 짜증이 나고 기분 상하기에 딱 맞는 시기가 요즘이다. 

이러한 기분 상태는 비단 날씨 탓만은 아니다. 우리사회에서 실시간 들려오는 뉴스나 논란거리 이슈들은 하나같이 반갑지 않는 내용들인데 여름 장마철 날씨만큼이나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든다. 안보나 정치․경제 등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부류라 하더라도 최근 이어지는 정국 모습은 정말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들의 연속이다. 경제 사정은 몇 년째 불황을 겪고 있는데다가 5개월째 접어든 코로나19로 인한 재난은 국민들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보건당국이나 국민개인에게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니 누구에게도 감내하기가 힘이 든다. 

그나마 보건당국의 적극적인 방역대책과 국민들의 많은 협조로 코로나19 발병 초기보다는 확진자 수가 월등히 줄어들어 다행이다. 조금 더 조심해서 입국자들에 대한 적극 조치와 국민들이 지혜로운 개인보건 위생을 지켜내 우려 속에서 확산일로 등 큰 고비는 비껴갔으니 이 결과는 그동안 국민이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으면서 고생한 대가라 하겠다. 올 상반기는 대다수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온갖 일들이 일어난 특이한 한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어느 나라든 국민이 불편한 정부는 성공하지 못한 정부다. 우리현실이 그렇다. 굳이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국민염원이 어떠한지,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부연설명하지 않아도 남북관계가 살얼음 걷는 게 아니라 아예 고착상태임을 국민이 더 잘 알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집값 안정세를 위해 부동산대책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겠다던 정부의 섣부른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전세가격이 천정부지로 요동쳐 서민들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에서도 아우성이다. 22번째 내놓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규제를 풀어 주택공급 확장이 아니라 다주택자에 대해 징벌과세만 벼르고 있으니 이러한 정부정책에 반기를 드는 국민들이 의외로 많다. 오래전부터 부동산 관련 정부대책에 따르면 서민과 무주택자만 골병든다는 말이 실감나게 한다.      

외교안보, 경제, 사회 등 전반적 국내 상황이 어려운 처지일수록 정치가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하거늘 계속적으로 불협화음이 터져 나오는 정국이다. 21대 국회에 들어와서 지난날의 의회를 엄중 반성하고 ‘일하는 국회상’을 세우겠다는 여당은 정당성(正當性)을 부르짖고 있지만 그간 해놓은 일들을 야당이 평가하건대 반(反)의회적이다. 국회직을 여당이 독식한 가운데 야당 없이 의회를 운영할 정도니 이는 의회민주주의까지 무너뜨리는 독소가 회기에 다분하다. 

법치주의에 따라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검찰의 정당한 행사까지도 견제하기 위한 정부․여당의 방해공작(?)들은 눈물겹도록 치열하다. 국회 법사위원장을 장악한 여당은 집권여당이 유리할 때만 위원회를 운영하고, ‘법무부 알림’ 초안 대외 유출된 건과 관련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에 대한 국정농단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통합당이 요구한 법사위 개최에는 일체 대응이 없다. 야당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불러 그와 관련된 내막의 자초지종을 묻겠다는 데에는 결사반대다. 여당에서는 지금까지 6회에 걸쳐 법사위를 개최해 통합당 의원이 없는 가운데 그들만의 짜맞추기 작전대로 윤 총장을 코너에 몰더니만 그 사실 여부를 따지자는 데는 묵묵부답이다. 

정부나 국회의 일 처리도 그러하지만 어느 사안이든 상대가 있는 법이다. 우리 국가․사회는 일방이 아니라 각기 각층에 쌍방이 존재하고 있으니 그 의견들을 존중해야 한다. 특히 국민 관심이 집중된 사회이슈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권력을 거머쥐고 있다고 해서 일방통행, 무단통행 하다가는 큰 코 다치는 일들을 역사를 통해 겪었다. 권력층들일수록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서민을 생각하고 약자의 편에 서서 상대방 입장을 배려하는 게 좋은 정치가 아닐까.

더욱이 장마기를 맞아 후덥지근한 날씨가 이어지는데다가 세상일들이 순리대로 흘러가지 않으니 많은 사람들은 지쳐있고 짜증스럽다. 이렇게 기분이 꿀꿀한 날에는 차라리 한 가닥 속 시원히 짧게 내리고 사라지는 소나기가 얼마나 매력적인가? 그래서 기분전환 겸 게오르그 잠피로(1941~)가 연주한 영화 음악 ‘여름비’를 감상해본다. 혼란한 시국에서, 장마철 축축함이 몰고 오는 일상의 피곤함에서 잠시 벗어나려는 나름의 노력이겠으나 플루트의 전설이 연주한 ‘여름비’ 감상은 잔잔한 평온함의 여운이 오랫동안 남는 시원함이다. 그처럼 우리 국민을 편안하게 해주는 그 무엇이 진정 없을까? 국민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정치는 아직도 멀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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