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요한 목사와 홍재철 목사 인터뷰 장면. (SBS 제공)

금권선거 관련 목회자들 서로 ‘거짓말’이라 주장

[천지일보=최유라 기자] SBS <기자가 만나는 세상 현장 21>(<현장21>)이 최근 금권선거로 얼룩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를 보도하면서 목회자들의 권력지향적인 모습을 고발했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점이 증폭되는 등 한기총 ‘금권문제’ 해결방안이 시급해 보인다.

지난 5일 방송에서는 한기총 대표회장 금권선거 실태를 집중 조명했다.

<현장21> 취재진과 인터뷰한 목사들은 “한기총 선거에선 으레 ‘십당오락’이라는 말이 오간다”고 실토했다. 이는 선거에서 10억 뿌리면 당선되고 5억 뿌리면 떨어진다는 뜻으로 한기총 선거구조의 폐단을 지적한 말이다.

금권선거를 가장 먼저 공개한 이광선 목사는 방송을 통해 “돈을 써서 한기총 대표회장에 당선된 후 정관을 개정하려 시도했지만 뜻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이 목사는 자신이 선거에 쓴 돈의 액수는 밝히진 않았다.

그러나 취재진이 입수한 영상에는 당시 길자연 목사의 선거대책위원장이었던 홍재철 목사가 이 목사에게 “20억 쓴 거 다 안다. 폭로해버리겠다”는 발언이 포착됐다.

또한 방송에서 김화경 목사는 “홍 목사로부터 돈 봉투를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홍 목사는 “김화경 목사와 일면식도 없다”고 일축한 모습을 보였다.

▲ 김화경 목사와 홍재철 목사 인터뷰 장면. (SBS 제공)

이에 <천지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김 목사는 “1년 넘게 한기총 실행위원회에 참석하고 대화도 나눴으면서 날 모른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분개했다. 또한 그는 “당시 홍 목사가 나를 4층 화장실로 데리고 갈 때 4층 화장실 계단까지 따라온 K목사, 그리고 P목사, L장로가 이 광경을 봤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이들을 증인으로 삼아 홍 목사를 법정에 세울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현장21>은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 당시 금품을 전달했다고 양심고백한 최요한 목사도 인터뷰 했다. 최 목사는 “제가 오전에 길 목사님한테 돈을 1000만 원을 받았는데 부족해서 5000만 원을 더 가져왔다”며 금권선거 시 사용한 액수를 정확히 언급했다.

이에 길 목사는 <현장21> 제작진의 질문에 돈 봉투를 전달한 것에 대해서는 홍 목사에게 물어보라고 답변을 피했고, 홍 목사는 “거짓말이다. 그 돈은 최 목사가 가지고 온 돈”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길 목사 측에서 돈 봉투를 받았다고 고백하는 목사들의 잇단 양심선언, 한기총 해체를 주장하는 시민단체 목소리, 나아가 길 목사 측에서도 길 목사의 금권선거를 인정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또 방송은 한기총이 군사정권 시대에 인권과 민주화를 주장한 기독교교회협의회(NCC)를 반(反)하고자 정부가 만든 조직이라며 출범배경을 지적하기도 했다.

방송을 본 네티즌들은 SBS 시청자 게시판과 트위터 등을 통해 “한기총은 당장 총사퇴하고 회개해야 한다” “한기총은 하나님의 원수” “해체가 돼야 금선선거가 없어질 것” 이라는 등의 댓글로 한기총을 비난했다.

또 한 네티즌은 “한기총 해체는 마지막 보루가 아니라 목사의 노조 역할을 하는 각 교단 총회와 노회를 해체시키는 시작이어야 하지 않느냐”며 강하게 지적했다.

특히 이동원(지구촌교회) 원로목사는 트위터를 통해 “SBS 한기총 보도를 본 후 너무 힘든 밤을 보내고 있다. 오늘처럼 목사 된 것이 그리고 기독교인이 된 것이 부끄러웠던 적이 없다”며 “한기총 해체는 우리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자정의 결단이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한국종교사회학회장인 김성건(서원대) 교수는 “특정종교를 부정적으로 방송하는 것은 종교의 기원 자체를 흔들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그러나 한기총은 분명 문제가 있다. 이번 방송을 계기로 한국교계는 스스로 자정과 갱신을 위한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