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오른쪽)가 지난 2019년 7월 14일 히로시마에서 가와이 가쓰유키 전 법무상의 부인 가와이 안리(왼쪽) 당시 참의원 후보의 유세에 참석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출처: 뉴시스)
아베 총리(오른쪽)가 지난 2019년 7월 14일 히로시마에서 가와이 가쓰유키 전 법무상의 부인 가와이 안리(왼쪽) 당시 참의원 후보의 유세에 참석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온유 객원기자] 일본에서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급증과 폭우 등 재난이 이어지고 있지만 잇단 혐한 움직임에 동정이 아닌 비난의 눈초리가 거세지고 있다. 

일본 규슈에서 최근 일주일 이상 이어진 폭우로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13일 오후부터 또 많은 비가 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NHK는 일본 기상청의 발표를 인용해 장마전선과 저기압의 영향으로 폭우가 이어지고 산사태와 하천범람 등의 우려가 있는 곳에서는 어두워지기 전에 안전한 장소로 대피하라고 보도했다.

지난 4일부터 시작된 규슈 지역의 폭우로 지금까지 72명이 숨지고, 13명이 실종됐으며, 1명이 심폐 정지 상태라고 전했다. 

여기에 일본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4일 연속 200명대를 넘어섰다.

이 와중에 국내에선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본격화된 지 1년 만에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일본차의 입지가 위태로워졌다. 일본차 브랜드 가운데 가장 높은 판매량을 보이던 토요타마저 영업이익이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같은 일본의 대형 악재에도 일본을 바라보는 국제적인 시각은 한국을 포함해 냉담하기만 하다.

30대 직장인 김모(서울 송파구 방이동)씨는 “가장 가까운 이웃국가이면서 역사적으로 연계될 수 밖에 없는 일본이 지속적으로 반한감정을 드러내고 있다”며 “좋은 시각으로 바라보려 해도 그 관계가 개선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40대 주부 최모(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씨도 “최근 일본에서 코로나가 급증하고 폭우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 것을 보면 애틋하기도 하지만, 그다지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 소속 대학생들이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28년 동안 열리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촉구 수요시위'의 위치를 선점한 보수단체에게 소녀상 주변을 내어주지 않기 위해 연좌농성을 하고 있다(출처: 뉴시스)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 소속 대학생들이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28년 동안 열리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촉구 수요시위'의 위치를 선점한 보수단체에게 소녀상 주변을 내어주지 않기 위해 연좌농성을 하고 있다(출처: 뉴시스)

이러한 배경에는 일본 현지에서 지속하고 있는 혐한 움직임이 있다. 반한감정의 토대는 일본 사회에서 한국을 한 수 아래로 내려다보는 묘한 우월의식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5060세대를 주축으로 한 우월의식이 확대돼 극우성향으로까지 번지고 한국의 경제성장과 더불어 K-Pop이 일본의 젊은층을 뒤흔들자, 이에 시기하고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기류가 일본 사회에 만연되고 있다.

심지어 일본 내 일부 식당들은 “본점은 한국산 식재료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한국인 입점 금지” 등의 문구를 붙여놓으며 반한감정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부터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일 갈등이 악화되고 일본 정부뿐만 아니라 일본 기업들도 노골적으로 반한감정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일본 화장품 회사 디에이치시(DHC)가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은 “일본인이 한글을 통일시켜 지금의 한글이 됐다”는 망언을 하는 등 반한감정이 드러나는 방송을 잇따라 내보냈다. 일본 아파(APA) 호텔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부정하는 서적들을 비치해 파문을 일으켰다.

최근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한국을 포함한 8개국 후보와 세계무역기구(WTO) 차기 사무총장 자리를 놓고 경합하게 되자 일본 정부는 일찌감치 견제에 나서며 한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일본이 한국 수출규제 조치 발동으로 WTO에서 양국이 맞붙게 된 상황에서 유명희 본부장이 WTO 수장을 맡게 될 경우 일본에 불리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9일 일본 구마모토현 히토요시에서 주민들이 폭우 피해를 복구하고 있다. 규슈 지방을 강타한 폭우가 혼슈 중부 지역으로 확대해 피해가 잇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출처: 뉴시스)
9일 일본 구마모토현 히토요시에서 주민들이 폭우 피해를 복구하고 있다. 규슈 지방을 강타한 폭우가 혼슈 중부 지역으로 확대해 피해가 잇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출처: 뉴시스)

일본 매체들도 일제히 유 후보가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에 강하게 반발하며 WTO 제소를 주도한 점을 보도하며 유 후보가 사무총장이 되고 WTO에서 한일분쟁이 본격화하면 일본에 불리한 판결이 내려질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당분간 반한 감정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5일 치러진 도쿄도지사 선거는 고이케 유리코 지사의 완승으로 끝났는데, 고이케 지사는 대표적인 우익성향의 정치인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극우성향 후보, 정당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NHK에 따르면 고이케 지사는 2017년부터 매년 9월 열리는 간토대지진 당시 학살된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추도문을 보내지 않았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연행을 부인하고 환경장관 재임시엔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도 참배했다.

혐한 움직임이 계속되면서 한국민의 일본을 바라보는 눈빛은 싸늘하기만 하다.

문재인 정부도 일본과 무역갈등을 겪기 전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이 될 것이란 우려를 예상했지만 지금까지 단 한 건의 생산 차질 없이 위기를 잘 극복해왔다고 자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방문 현장에서 “대한민국은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글로벌 첨단소재·부품·장비 강국으로 도약해갈 것”이라며 수세적인 대응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도약으로 정책을 전환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현재 양국 간 정치적 문제로 인해 반한 감정, 반일 감정이 치솟고 있지만 이 같은 혐한 분위기 속에서 한류 붐이 고조되고 있는 기묘한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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