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정이 13일 오전 영결식이 열리는 서울시청에 도착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7.1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정이 13일 오전 영결식이 열리는 서울시청에 도착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7.13

8일 고소 후 9일 오전 박 시장 집 나서

8일 저녁 서울청→경찰청→청와대 보고

고소인 “고소 동시에 수사 상황 전달”

청와대 “관련 내용 통보 사실 없어” 반박

시민단체, 인권위에 “조사해 달라” 진정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고소인 측이 “고소와 동시에 피고소인에게 수사상황이 전달됐다”고 주장한 가운데 경찰이 성추행 피소 사실을 청와대에 보고했지만, 박 시장 측에 알리진 않았다고 해명했다. 청와대 역시 박 시장에게 피소 사실을 통보하진 않았다고 반박했다.

경찰도 청와대도 부인하면서 박 시장이 피소 사실을 어떻게 인지했는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이 때문에 ‘공소권 없음’으로 종료될 박 시장의 성추행 혐의 수사와 별개로 박 시장이 어떻게 관련 사실을 알게 됐는지 밝히는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청 관계자는 13일 “행정부 각 부처는 중요한 사안을 대통령 비서실에 보고해야 한다”며 “이달 8일 박 시장에 대한 고소를 접수한 뒤 청와대에 이 사실을 알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소 사실이 박 시장한테 전달된 경위는 알지 못한다”며 서울시 혹은 박 시장에게 관련 내용을 알렸다는 의혹은 완강히 부인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박 시장이 9일 새벽 청와대 통보로 피소 사실을 알게 됐다는 언론 보도는 사실무근”이라며 “청와대는 관련 내용을 통보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역시 인권담당관·여성가족정책과 등 공식 창구로 신고 접수가 없었고, 박 시장 피소 사실 자체를 박 시장이 실종된 9일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기 때문에 박 시장에게 미리 전할 수 없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 등으로 고소한 피해여성을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피해여성을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 초대한 스마트폰 화면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7.1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 등으로 고소한 피해여성을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피해여성을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 초대한 스마트폰 화면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7.13

앞서 고소인은 지난 8일 오후 4시 30분쯤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서울청은 고소장 접수한 지 얼마 안 돼 경찰청에 관련 내용을 보고했고, 경찰청은 같은 날 저녁 청와대에 이 같은 사실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박 시장은 9일 오전 갑작스럽게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서울시가 출입기자단에게 일정 취소를 통보한 게 오전 10시 40분쯤이며, 박 시장이 서울 종로구 가회동 공관을 나선 게 오전 10시 44분쯤이다.

앞서 한 언론에서는 청와대가 9일 새벽 박 시장에게 피소 사실을 통보했다는 취지의 내용을 보도했다.

성추행 피해 고소인 측이 이날 연 기자회견에서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고소와 동시에 피고소인에게 수사상황이 전달됐다”며 “서울시장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는 본격 수사가 시작하기도 전에 증거 인멸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을 우리는 목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누가 국가 시스템을 믿고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소할 수 있겠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도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책토론회 뒤 “(박 시장의 성추행 고소) 수사 상황이 상부로 보고되고, 그것이 피고소인에게 바로바로 전달된 흔적이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등 혐의로 고소한 피해 호소인을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인이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7.1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등 혐의로 고소한 피해 호소인을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인이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7.13

이 같은 상황에서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은 국가인권위원회에 박 시장의 인권침해 행위를 조사해달라고 진정을 제기했다.

사준모는 진정서를 통해 “인권위는 피해자에 대한 인권침해행위가 인정된다면 인권위법에 따라 서울시청이 구제조치를 이행하라”며 “법령·제도·정책 또는 개선의 권고, 책임자에 대한 징계권고를 해달라”고 진정했다.

사준모는 이 사건에 대한 검찰·경찰의 ‘공소권 없음’ 처분과 관계없이 박 시장의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사실 확인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인권위는 이들의 진정 접수 사실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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