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커뮤니티서 종종 자살충동 호소
전문가 "가족간 대화ㆍ멘토가 필요"

(서울=연합뉴스)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생들의 잇단 자살이 충격을 주는 가운데 서울대에서도 매년 학생 1~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서울대가 집계한 현황에 따르면 2006년부터 최근까지 모두 13명의 서울대 학부·대학원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매년 1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2006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4명과 5명이 자살로 세상을 떠났다.

이들 중에는 법대와 의대 등 이른바 '인기학과' 학생들도 적지 않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2월 한 법학전문대학원생이 신변을 비관,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학 측 자료만 보면 서울대생의 자살률은 전국 평균과 비교해 높은 수준은 아니다.

통계청이 조사한 2009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20대 자살자 수는 25.4명으로, 총정원 3만명에 달하는 서울대생의 자살률은 평균을 밑돈다.

그러나 학업적 성취로 남들보다 좋은 사회적 조건을 얻은 데다 등록금 수준이나 취업 가능성 등에서 다른 대학생에 비해 여건이 좋은 서울대생이 왜 자살을 택하는지를 의아해하는 사람도 많다.

지난해 자살한 학생 5명의 자살 원인을 보면 부적응, 미래 불안, 우울증 등 다양하다.

지난해 10월 한 수의대생은 부적응으로 제적 처분을 받았고 앞서 9월에는 행정대학원생이 고시 불합격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앞서 4월에는 한 자연대 대학원생이 취업 등 불안한 미래를 비관해 승용차 안에서 죽음을 택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자살을 택한 원인의 밑바탕에는 서울대생을 바라보는 외부의 기대에 따른 압박감이 깔렸다고 분석한다.

서울대 대학생활문화원에서 상담활동을 하는 김지은 전문위원은 "서울대생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과 요구는 기준치가 상당히 높다"며 "시험 결과나 취업 등은 밖으로 결과가 드러나는데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학생이 주관적으로 희망이 없다고 느끼고 세상을 떠나겠다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학부제 도입으로 선후배, 동료 의식이 학과제 때보다 엷어지면서 고민을 털어놓을 친구를 만나기 쉽지 않고 지도교수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어려워진 현실도 원인의 하나다.

주변에 대화 상대를 찾지 못하는 학생이 많다 보니 서울대생 인터넷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는 자살 충동을 호소하는 익명의 글이 종종 올라온다.

김창대 서울대 학생상담센터장(교육학과 교수)은 "서울대생은 집안에서 받는 기대가 많다 보니 부담도 많다. 소위 인기학과일수록 그렇다. 중·고교에서는 잘했는데 서울대에 오면 상대적으로 뛰어나지 않으니까 삶이 무거워지곤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학생이 스스로 부담을 지우며 자기 삶에 따라 가족이 흔들릴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부모의 관심과 가족 간 대화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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