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뎅기열 발생을 막기 위해 보건당국이 빈민가를 소독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 3월 2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뎅기열 발생을 막기 위해 보건당국이 빈민가를 소독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같은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중남미 국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함께 뎅기열 대응에도 비상이 걸렸지만 코로나19 대응에 막혀 적절한 검사와 연구가 중단됐다고 AP통신이 12일(현지시간)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60만명이 넘는 브라질에서도 최소 110만명의 뎅기열 환자가 보고됐으며 이 중 사망자는 400명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쿠바, 칠레, 코스타리카 등 중남미 국가뿐 아니라 인도, 파키스탄 등 남아시아 국가에서도 우기가 시작되면서 뎅기열 환자는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뎅기열은 숲모기에 물려 감염되며 발열, 두통, 오한 근육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사망률은 20%에 달한다.

싱가포르에서는 봉쇄 기간이었던 지난 두 달간 주택가와 주택가 공동 복도에서 검출된 모기 유충이 두 달 전보다 5배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일까지 싱가포르에서 발생한 뎅기열 환자는 총 1만 5500명 이상이다. NEA는 올해 환자 수가 2013년 보고된 2만 2170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는데, 당시는 싱가포르 역사상 사장 큰 규모의 뎅기열 사태였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억제를 위한 봉쇄 조치가 뎅기열 환자를 양산하는데 더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싱가포르 국립환경청(NEA)는 코로나19 확산을 피하기 위해 집에 머무르는 게 뎅기열 확산에 더 큰 위험을 가져온다고 말했다. 낮에 숲모기가 사람을 물기 때문인데, 집에 머무는 사람이 많을수록 모기에게 물리기 쉽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를 막기에 급급하다 보니 뎅기열 검사와 방역에도 소홀한 상황이다. 리즈완 쿤디 젊은의사협회장은 파키스탄 북서부에서 2019년 뎅기열이 발생한 타이어 가게와 시장을 소독하려는 계획이 코로나19로 인해 보류됐다고 밝혔다. 인도 뉴델리에서는 모기 번식지를 파괴할 보건 종사자들이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다.

국제 적십자사 미주지역 사무국 보건소장인 마리아 프랑카 탈라리코 박사는 “수천건의 바이러스 사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은 많은 중남미 국가에서 뎅기열 감시가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뎅기열 환자는 실제 더 많을 것”이라며 “그러나 검사를 하고 결과를 알려줄 수 있는 시스템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뎅기열 사태는 동남아, 중남미에 그치지 않고 세계적으로 확산할 수 있는 악재다. WHO는 작년 전 세계적으로 사상 최악의 뎅기열 환자가 발생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처음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발표했다.

뎅기열을 퍼뜨리는 이집트 숲모기는 도시에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에 따른 도시화와 온난화로 그 범위가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스콧 오닐 세계모기프로그램 설립자 겸 이사는 “뎅기열 환자는 빠른 치료가 필요하며 이는 의료 시스템을 압도하는 이중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 전문가인 S.P 칼란트리 박사는 “인도의 기존 의료시스템이 어떻게 이 부담을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의료시스템은 이미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뎅기열에 대한 세계적 연구도 모두 중단됐다. 수년 전부터 뎅기열을 연구해 온 인도네시아 요기아카르타의 WMP 타히자재단 연구소의 오닐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환자를 등록하는 게 너무 어려워졌다”고 호소했다. 이 시설은 현재 코로나19 검사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모기와 기후 변화를 연구하는 R.C 디맨 박사도 뉴델리 국립 말라리아 연구소가 코로나19 테스트 키트 검증 센터로 전환된 이후 모든 현장 작업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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