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영결식… 마지막 길에도 “시대와 나란히 시민과 나란히”(종합)

[천지일보=최빛나 기자] “오늘 우리는 황망하게 떠나신 당신과의 마지막 인사를 하기위해 이 자리에 함께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인권변호사, 시민운동가 서울시장 박원순과의 이별을 참으로 애석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한 평생 고생 많았습니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13일 오전 8시 30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개최됐다. 영결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과 소박한 장례취지에 따라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영결식은 서울시와 tbs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영결식 현장에는 유족과 시·도지사, 민주당 지도부, 서울시 간부, 시민사회 대표자 등 100여명의 제한된 인원만 참석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사는 동안 나도 뜻밖의 일을 많이 겪었지만 당신의 장례위원 노릇을 할 줄은 몰랐다”며 “우리 사회를 크게 바꿔놓은 운동가였고 시장으로써도 줄곧 시민과 가까이 머물던 당신을 보내는 마당에 시민사회의 애도를 전하는 몫이 내게 주어졌을 때 사양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인간의 죽음은 아무리 평범하고 비천한 사람의 죽음일지라도 애도 받을 일이지만, 수많은 서울시민과 이 땅의 국민과 주민들 해외 다수 인사까지 당신의 죽음에 충격과 슬픔을 감추지 못한 것은 당신이 특별한 사람이고 특별한 공덕을 쌓았기 때문”이라고 치켜세웠다.

백 교수는 “어느 경우든 내가 항상 놀라고 탐복한것은 끊일 줄 모르고 샘솟는 창의적 발상과 발상을 발상으로 머무르지 않고 현실로 만드는 헌신성이었다”며 “당신의 엄청난 업적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치권과 언론계 뿐 아니라 시민사회에도 부족한 점이 아직 너무나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애도에 수반되는 성찰과 자기비판이 당신이 사는 동안 일어났고, 당신이 빛나게 기한 우리사회의 엄청난 변화와 진전, 세계적으로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에서 건강한 시민운동이 쇠퇴하는 판국에 더욱 돋보이는 활력을 망각하게 만든다면 이는 당신을 애도하는 바른길이 아니요 당신도 섭섭해 할 일일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그리운 원순씨, 박 시장, 우리의 애도를 받으며 평안하게 떠나라 이제는 평안만이 유족들의 슬픔을 조금이라도 달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많은 분들이 인권변호사 시민운동가 서울시장 박원순과의 이별을 참으로 애석하게 느끼고 있다”며 “제 친구 박원순은 저와 함께 40년을 같이 살아왔다. 그와 함께 부동산 대책을 얘기했던 바로 하루 전날이었다. 제가 장례위원장으로 여기 있다는 것이 전혀 실감이 나질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무나 애석하고 참담하다. 제가 아는 박원순은 참으로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대학교에 입학한 1학년 때 그 모범생이 김상진 열사의 죽음을 추도하며 반위시위에 참여했고 학교를 떠나야 했다”며 “그러나 포기하고 타협하지 않았고 검사가 되길 포기한 뒤 1년 만에 다시 인권변호사로 돌아왔다”고 일화를 전했다.

이어 “그는 군사정권 아래서 시국사건들을 도맡는 용기와 열정을 보여줬다. 당시에는 인권변호사들이 변론을 하는 것만으로도 사찰의 대상이 되고, 때론 모욕을 당하는 공작이 대상이 되기도 했다”며 “1987년 이후 인권변호사 박원순은 척박한 시민운동의 길을 닦았다. 시민운동가 박원순은 참여연대와 아름다운가게로 대변되지만 넓게 보면 한국사회 시민운동의 상징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친절한 원순씨라는 그 별명처럼 서울시 수장으로서 서울시민들의 친구이자 소탈한 옆집 아저씨와 같은 시장으로 시민들을 위해 열정을 바쳐 일을 해왔다. 인권변호사에서 시민운동가 서울시장에 이르기까지 고인이 걸은 길과 해낸 일이 너무나 크다”며 “그 열정만큼이나 순수하고 부끄럼이 많았던 사람이기에 그의 마지막 길이 너무 아프고 슬프다”고 했다.

그는 “이제 남은 일은 뒷사람에게 맡기고 편히 영명하라. 나의 오랜친구 박원순 시장님 한 평생 정말 고생 많았다”며 “저도 당신이 그동안 그토록 애정 써왔던 서울시정 훼손되지 않도록 잘 챙기도록 옆에서 돕겠다”고 마무리 지었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박 시장은 누구보다 시민을 사랑하시고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낮은 자세로 소통하길 포기하지 않으며 시민의 자리 도시 중심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신 진정한 시민주의자였다”며 “또한 그는 어려운 일의 삶과 꿈을 회복하는 데 멈추지 않으셨고 어떤 순간에도 약자의 공경을 외면하지 않으셨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2011년 10월 27일부터 3180일간 박시장께서 올 곧게 지켜온 시민의 길이 서울을 넘어 대한민국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됐다”며 “이제는 서울이 선진국이 부러워하는 나라, 선진국이 부러워하는 도시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돌이켜보면 지나온 과정 최장수 서울시장으로써 무거운 책임감 감당하며 외롭고 힘겨울 때가 많았을 것으로 짐작한다”며 “서울시 가족 모두 격려하며 밝게 반겨줬기에 어려움 감히 헤아리지 못했다. 제대로 된 위로 못한 채 고인의 손을 놓으니 마음이 참담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민이 웃으면 함께 웃었고 시민이 울면 함께 눈물 흘릴줄 아는 우리 시장님 하늘에서 그 넉넉한 미소로 ‘시민덕분입니다’라고 말씀하신 우리 모두에게 남겨두신 시장님의 요청사항 시행할 것”이라며 “코로나19 방역에 빈틈 생기지 않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세상에 큰 변화와 시민혁명을 위해 쉼표 없이 달려온 박 시장님 이제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영면하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영결식은 개식선언을 시작으로 국기에 대한 경례, 고인에 대한 묵념, 추모영상 상영,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추모곡 연주, 백 교수, 이 대표, 서 부시장, 시민 등 4명의 장례위원장 조사, 헌화, 유족 대표의 인사말 등으로 마무리 됐다.

당초 시는 이날 오전 9시 서울시청에서 노제를 치르기로 했으나, 하지 않기로 했다.

영결식 후에는 박 시장의 시신을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한 뒤 고향인 경남 창녕으로 옮겨 매장 절차를 거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