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반대 한국교회기도회가 열린 지난 6월 25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한국교회총연합 소속 목사들이 릴레이기도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반대 한국교회기도회가 열린 지난 6월 25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한국교회총연합 소속 목사들이 릴레이기도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차별금지법·평등법 내용 살펴보니

설교에서 동성애 언급해도 돼

차별금지 ‘공적영역’에 포함 안돼

다만, 인사상 불이익 조치는 처벌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설교에서 동성애는 죄악이라는 언급만 해도 처벌받는다” “기독교를 탄압하고 핍박하기 위한 법이다”

21대 국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발의되면서 유명 대형교회 목사들을 비롯해 보수 개신교계선 반대 물결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일부 목사들은 위와 같은 주장을 펼치며 “차별금지법 결사반대”에 앞장서고 있다.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는 설교 중 “이 법이 통과되면 ‘예수 그리스도만 믿어야 한다’는 내용의 설교도 못 한다”고 말했다.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청교도영성훈련원 소속의 조모 목사는 “(동성결혼) 결혼 주례도 목사들이 거부하면 다 벌금 내고 감방 가고 그런다. 설교도 못하고 전도도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주장은 과연 사실일까. 본지는 지난달 29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안과 30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공개한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평등법)’ 시안의 내용을 의안정보시스템 홈페이지 등을 통해 살펴봤다.

먼저 장 의원이 발의한 차별금지법 법안은 차별금지 영역을 ▲고용, 재화·용역 등의 공급이나 이용 ▲교육 기관의 교육 및 직업훈련 ▲행정서비스 제공이나 이용과 같은 생존과 직결되는 ‘공적 영역’으로 한정했다. 성전환 수술을 했다는 이유로 대학이나 직장 등이 입학·고용을 거부하는 행위, 성소수자 등이라는 이유로 물건이나 음식 등을 판매하지 않는 행위가 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예배당은 공적 영역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예배당에서 ‘동성애는 죄’와 같은 혐오 발언이 나온다고 해도 붙잡혀 갈 일은 없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역시 보수 개신교계에서 나오는 이 같은 우려에 “설교나 전도 그 자체는 종교의 자유로 평등법에 적용받지 않는다”며 “종교단체 안에서의 행위는 종교의 자유로 보호된다”고 말했다. 다만, 예배당이 아닌 종교기관의 경우는 차별금지 영역에 해당될 수 있다.

[천지일보 인천=신창원 기자]  31일 오후 인천시 부평역 북광장에서 열린 ‘제2회 인천퀴어문화축제’장소 인근에서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기독교단체가 맞불 집회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19.8.31
[천지일보 인천=신창원 기자] 31일 오후 인천시 부평역 북광장에서 열린 ‘제2회 인천퀴어문화축제’장소 인근에서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기독교단체가 맞불 집회를 열고 있다. ⓒ천지일보 2019.8.31

또 “동성애자가 싫다고만 해도 처벌받는다” “동성애가 죄라는 발언을 해도 처벌받는다”는 목사들의 말도 사실이 아니다. 장 의원이 발의한 안과 인권위의 평등법 시안 모두 차별을 당했다고 문제제기했다는 이유로 사용자가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행위에 대해서만 형사책임을 묻고 있다.

즉 사장이 “동성애자는 싫다”고 발언하는 것은 처벌받지 않지만, 차별을 당했다고 고발하는 직원에게 고발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내리거나 신분상 불이익 조치를 내린다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일부 목사들은 차별금지법이 동성애를 조장하는 법안이라고 주장한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지난달 22일 발표한 성명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결과적으로 동성애를 조장하고 동성결혼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면서 이와 관련해 고용·교육, 재화·용역 공급, 법령 및 정책의 집행 네 영역에서 폭발적인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또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장 김태영 목사는 “결과적으로 동성애를 조장하고 동성 결혼으로 가는 길을 열 것”이라고 언급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청원이 등장하기도 했다. 청원인은 ‘평등을 주장하는 동성애 옹호를 절대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차별금지법은 동성애를 조장하고 옹호하는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평등법이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최 국가인권위원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최 위원장은 “평등법은 성적지향이나 성별 정체성과 같은 성 소수자의 정체성과 관련된 사유만이 아니라 장애, 나이, 종교, 인종, 학력 등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차별 사유를 포괄하는 것”이라며 “평등법은 사회의 주류적 경향과 다른 성적지향을 가진 개인이나 다른 정체성을 가진 사람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지 이를 장려하는 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평등 및 차별금지법 법률 제정 의견표명’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 옆에서 수어통역사가 최 위원장의 발언을 수어로 통역하고 있다. 앞서 인권위는 전원위원회를 열고 평등 및 차별금지법 법률 제정 의견표명에 관한 의결을 진행했다. ⓒ천지일보 2020.6.30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평등 및 차별금지법 법률 제정 의견표명’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 옆에서 수어통역사가 최 위원장의 발언을 수어로 통역하고 있다. 앞서 인권위는 전원위원회를 열고 평등 및 차별금지법 법률 제정 의견표명에 관한 의결을 진행했다. ⓒ천지일보 20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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