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경제논단] 공영방송, 풍부 속 빈곤
[미디어·경제논단] 공영방송, 풍부 속 빈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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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맹기 서강대 언론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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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일 양승동 사장은 ‘2020 경영 혁신안’을 발표했다. 공영방송의 재정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박성제 MBC 사장도 지난 5월 방송학회 한 행사에서 ‘MBC는 공영방송이지만 민간 상업방송과 같은 처우를 받는다’ ‘MBC도 수신료 등 공적 재원을 통한 지원을 받아야 한다’라고 했다. 미디어오늘·리서치뷰는 지난달 27~30일 전국 만18세 이상 성인 1000명에게 ‘KBS와 EBS에 배분하고 있는 공영방송 수신료를 MBC에도 배분해야 한다는 견해’를 물은 결과 찬성이 41%(매우 20%, 다소 21%), 반대가 43%(매우 26%, 다소 17%)로 나타났다(미디어오늘, 노지민, 2020, 07.01).

KBS와 MBC는 올해 적자폭이 1000억원을 넘어갈 전망이다. 제한된 광고 상황에서 유튜브, 넷플릭스 등 동영상 사업자가 시장의 파이를 점점 넓혀간다. 혁신적 경영을 하지 않으면 세계 굴지의 회사와 경쟁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경쟁 상황도 문제이지만, 공영방송의 정체성도 위기에 빠져 있다. 사회는 점점 파편화되고, 사회의 가치와 윤리는 땅에 떨어진다.

좌파 성항을 가진 정권은 ‘소득주도성장’으로 부의 불평등, 사회 내에서 ‘공정한 게임’ 룰을 주장하지만, 오히려 사회적 가치는 추락하고 있다. 4.15 부정선거 목소리는 점점 높아간다. 주택문제에 대해 지금까지 22개의 정책을 내놓았으나, 갈수록 문제가 꼬인다. 사회정책은 원래 혜택을 입은 국민은 찬성하고, 혜택을 받지 못하는 국민은 반대한다. 그때 우리의 헌법 골격이 되는 자유민주적 절차적 정당성 과정에서 공정한 심판자로 공영방송이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좌파 청와대는 이를 허용할 이유가 없다. 그들은 정책을 선전, 선동, 세뇌, 동원으로 강력하게 끌고 간다. 그 과정에서 공영방송은 정부정책의 정책을 뒷감당하느라 여념이 없다. 물론 청와대는 공영방송 노조 거버넌스가 알아서 정부의 정책에 맞춰주니, 우리의 책임이 없다고 강변한다. 선진 공영방송 상징인 BBC도 좌파 속성은 경시할 수 없다. 이에 화난 대처 정부는 1980년대 신자유주의 시장이념을 기반으로 피코크 위원회를 설치하고, 수신료의 점진적 폐지와 시청료의 도입을 주장했다. 대처 정부는 시장의 보완으로 공공서비스 외주화와 경매제의 도입을 제안한 바 있다. 대처 정책에 따른다면 우리의 공영방송은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KBS, MBC, EBS, 연합뉴스 TV, YTN, 교통방송(TBS), K-TV, 아리랑TV 등 수없이 많은 공영언론이 존재한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많은 공영방송을 두고 있는 방송업계는 열악한 재정으로 프로그램의 질적 저하를 계속 독려한다. 숫자가 많으니, 각 공영방송은 정체성 혼란에 더욱 깊게 빠져들어 간다.

자유와 독립, 공정성으로 무장한 공영방송이 아니니 또 하나의 공기업 형태가 된다. 국민 세금만 삼키는 공기업 말이다. 최근 청와대에 가까이 간 공기업은 말이 아니다. 미래통합당 윤한홍 의원이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의하면 “한전 한 곳만 2016년 2조 4721억원 흑자를 기록하던 기업이 2020년 -2조 2255억원 적자를 낸다”라고 했다. 친중 脫원전 정책으로 이뤄진 결과다. 설상가상으로 KBS 수신료는 한전 전기료에 붙여 징수한다. 한전은 자기적자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인데 공영방송 수신료까지 떠맡고 있다.

최근 들어 선전, 선동, 세뇌, 동원에 대한 공정성 개념에 거부 반응이 일어난다. KBS2, MBC 등은 광고 수주에 문제가 된다. 젊은층 시청자를 흡수할 수 없게 된 것이다. SNS를 사용하는 청년층이 기존 언론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청년들은 절차적 정당성의 과정을 따지게 된 것이다. 이들에게 좌파 이념과 코드의 언론을 믿을지 의문이다.

윤희웅 동아일보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요즘 젊은 세대는 좀 다른 것 같다. 어릴 적부터 경쟁하는 환경에 익숙해져서인지 결과보다는 과정과 절차의 정의를 더 중시한다. 결과가 아무리 좋아도 과정에서 수긍이 안 가는 일이 있으면 불공정하다고 보는 듯하다. 한층 더 깐깐해진 젊은 층의 공정 개념을 이해해야 하는 과제가 정부나 기성세대에게 주어졌다”라고 했다. 같은 유형의 분석이 나와 언론에 성찰을 요구한다. 김의영 서울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중앙일보 기고(2020.07.10)에서 “한겨레신문 조사 응답자의 66.2%가 ‘우리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라고 평가하고, 74.6%가 ‘코로나19 이후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더 높아졌다’라고 인식한다. 시사IN·KBS 공동조사 결과를 보면 국가의 총체적 역할에 있어 응답자의 70%가 한국이 선진국보다 더 우수하거나(39%) 비슷하다고(31%) 생각한다… 밝은 면은 여기까지다.

조사 결과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두운 면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먼저 공적 신뢰와 관련하여, 국제적인 기관별 신뢰를 보면 문제가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기관 신뢰도 변화에 있어 질병관리본부와 의료계·기관에 대한 신뢰가 가장 큰 폭으로 늘었고 청와대와 정부에 대한 신뢰도 어느 정도 높아졌다. 반면 종교기관, 국회, 언론의 순으로 신뢰도가 가장 급격하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사회의 가치를 바로 잡아 줘야 할 종교, 국회, 언론 등이 자유민주적 절차적 정당성의 과정이 합당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곳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사회 내 도구적, 합리적 커뮤니케이션은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두었으나, 가치 합리성의 커뮤니케이션은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 정책들마다 좌충우돌하는 모습은 한겨레와 시사IN에서 나온 여론조사일 뿐이라는 냉소적 시각을 갖게 된다. 물론 개인의 경쟁력은 얻으려는 노력은 하지만, 그 길이 바른 길인지는 점검이 필요하게 된다. 더욱이 노조 거버넌스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노동의 유연화, 노동 생산성은 계속 추락한다.

미디어오늘 인터뷰에 나온 유재우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장은 ‘인력감축’ 1000명을 이야기하기 전에 ‘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지만, 사회 내 공영방송의 제 위치를 찾지 못하니, 시청자로부터 외면을 당한다. 공영언론은 사회 존재 가치를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숫자는 많은데 풍부 속의 빈곤이다. 물론 지금부터라도 공영언론인 개개인은 자유와 독립, 공정성을 확보하고, 헌법 정신의 중핵인 자유민주적 절차의 정당성 과정에 참여할 필요가 있게 된다. 그 첫째 조건으로 공영방송은 우선 공론장에서 정책들이 숙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부터 해야 한다. 기본을 하지 않고 수신료 상승이라면 진정성으로 받아줄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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