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11일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제공: 서울시) ⓒ천지일보 2020.7.1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11일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제공: 서울시) ⓒ천지일보 2020.7.11

노무현‧노회찬 등 계속되는 정치인 비극

고인 추모보다 일종의 해결책 오인 지적

박원순 전 시장 피해자 2차 피해 우려도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의혹’에 휩싸인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 정치권에서는 박 전 시장 이전에 세상을 떠난 정치인까지 언급하며 갑론을박을 벌이는 분위기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의 사망을 두고 여야와 시민사회에서 여러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여권 인사들은 ‘노무현‧노회찬 서거’를 떠올리며 정치적 동지를 잃은 슬픔을 표현했다. 반면 야권 인사들은 박 전 시장의 사망을 애도하면서도 ‘미투 의혹’에 대해서는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인을 추모하려는 의도와 달리 일종의 해결책과 선택지로 오인시키거나, 여타 당사자의 2차 피해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전날 박 전 시장의 조문을 마치고 나온 뒤 ‘당 차원에서 고인의 의혹을 대응할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건 예의가 아니다. 최소한 가릴 게 있다”고 호통을 쳤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박 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전직 비서에게 고소당한 사실에 대해 “죽음으로서 모든 것을 답했다고 본다. 그래서 조문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광야에 홀로 남은 심경”이라며 “삶을 포기할 정도로 그렇게 자신에게 가혹한 박원순이 원망스럽다”고 했다. 아울러 노무현 전 대통령, 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의 안타까운 죽음도 언급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가 서울특별시장(葬, 서울시가 주관하는 장례)으로 치르는 것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12일 오후 2시 기준 52만명을 넘어섰다. (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천지일보 2020.7.12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가 서울특별시장(葬, 서울시가 주관하는 장례)으로 치르는 것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12일 오후 2시 기준 52만명을 넘어섰다. (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천지일보 2020.7.12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9년 5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노회찬 전 의원은 지난 2018년 ‘드루킹’ 김동원씨가 주도하는 경제적공진화모임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성완종 전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와 관련한 비리로 조사를 받게 됐고, 2015년 4월 9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평창동에 있는 북한산 형제봉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다만, 노 전 대통령과 성 전 의원은 검찰의 강압적 수사 논란이 컸고 노회찬 전 의원은 유서를 통해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사과했기 때문에 박 전 시장과 동일 선상에 놓고 바라보는 것은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박 전 시장의 경우 지난 8일 전직 비서 A씨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했지만, 극단적 선택으로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기 때문이다.

야권에서는 박 전 시장의 사망과는 별개로 ‘미투 의혹’에 대한 규명은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박 전 시장의 장례가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러지는 것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통합당 박수영 의원은 11일 페이스북에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를 일이지 세금으로 5일장 치를 일은 아니다”며 “어쨌든 고위공직자로서 하지 말아야 될 짓을 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망인에 대한 예의와는 별개로 권력형 성폭력에 대한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며 “고소인에 대한 2차 피해는 없어야 한다. 일부 누리꾼이 피해자의 신상을 털어 올리는 데 분노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가장 고통스러울 수 있는 분은 피해자”라고 언급했고, 장혜영 의원도 “차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애도할 수 없다”며 서울특별시장 결정을 비판했다. 박권일 사회비평가는 페이스북에 “한마디 사과도 받지 못한 피해자들, 앞으로 어떤 시달림을 겪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 그들을 아프게 떠올린다”며 “명복을 빌지 않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그간 쉽게 언급되지 않았던 정치인의 극단적 선택을 두고 ‘정의인가 책임 회피인가’ ‘죽음으로 모든 게 지워지는 것인가’ 등에 대한 갑론을박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서울시 관계자들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유언장을 공개하고 있다. 박 시장은 오늘 오전 0시 30분쯤 서울 북악산 숙정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천지일보 2020.7.10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서울시 관계자들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유언장을 공개하고 있다. 박 시장은 오늘 오전 0시 30분쯤 서울 북악산 숙정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천지일보 202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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