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이스트 3학년 한 학생은 최근 재학생들의 자살 사건과 관련해 “이 학교에서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고 7일 학생식당 앞 게시판에 대자보를 붙여 학교 정책에 대한 쓴 소리를 했다.
[천지일보=장요한 기자] 7일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학생이 또 자살해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벌써 올해만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이에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은 카이스트 학생의 잇따른 자살사건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 온 ‘차등수업료제’ 일명 ‘징벌적 등록금제’를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카이스트 측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나친 경쟁위주의 제도를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카이스트 학생의 잇따른 자살사건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 온 ‘차등수업료제’ 일명 ‘징벌적 등록금제’가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서 총장은 오후 4시 45분경 연락을 받았다면서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국민과 학부모, 학생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지난 4일에는 서 총장이 학교 홈페이지에 학생들이 압박감을 이겨내야 한다며 학생들을 독려하는 글을 올렸지만 학생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학생들은 학교가 근본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학생들의 정신적인 나약함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는 것. 3학년 한 학생은 이날 ‘카이스트의 진정한 주인은 바로 우리 사천학우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학교 학생식당 앞 게시판에 붙였다.

이 학생은 “학교는 대외적으로는 개성 있고 창의적인 인재육성을 표방하면서… 우리를 컨베이어 벨트 위에 줄 세워놓고 네모난 틀에 억지로 몸을 끼워 맞추도록 강요한다”며 “숫자 몇 개가 사람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유일하고 절대적인 잣대가 됐고 우리는 진리를 찾아 듣고 싶은 강의를 선택하기보다는 학점 잘 주는 강의를 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이스트 총학생회에서도 줄곧 이 제도의 폐지를 요구해왔다. 총학생회는 지난달 말 학교 측에 차등수업료제 폐지와 서 총장의 개혁에 대한 평가보고서 작성·공개 등 12가지 요구안을 제출한 바 있다.

서 총장은 이례적으로 총학생회의 대화 요구를 받아들여 8일 저녁 7시 교내 창의관에서 간담회를 열기로 해 이날 어떤 개선책을 내놓을지 주목받게 됐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김재삼 연구원은 일단 ‘차등수업료제’ 폐지에 환영의 의사를 보였다. 김 연구원은 하지만 “카이스트 대학 특성을 보면 국가의 창의적인 과학 인재를 양성하는 데 목적을 둔 학교이지만 무한경쟁 시스템 속에서 어떻게 과학 인재를 길러낼 수 있겠냐”며 “학교 전반적인 교육 시스템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의 논란이 된 ‘차등수업제’는 학생들의 성적에 따라 수업료를 차등부과하는 제도로, 이 전까지는 수업료 전액을 국비 장학금으로 면제받았다.

하지만 장학금이 국민세금으로 지원된다는 점과 대학 재정의 효과적 운영 등을 고려해 2007년부터 현 제도로 시행돼 왔다.

평점 3.0 이상이면 수업료가 면제되나, 평점 2.0~3.0 미만이면 0.01점당 약 6만 원씩 본인이 부담해야 했다. 또 평점 2.0 미만이면 수업료 600만 원과 기성회비 150만 원을 모두 냈다.

이번 카이스트 결정으로 학생들의 정상적인 재학기간인 4년 동안은 이 제도를 적용하지 않고 그 이후 복수전공 등을 위해 재학할 때 성적 등을 감안해 수업료를 받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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